[슈퍼리치]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컬렉터 8인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회화나 조각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이 ‘변덕스러운’ 취향을 갖고 있다면, 사진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지속적인 애정을 갖는 편이다. 저명한 아트 컬렉터 반열에 오른 가수 엘튼 존은 “(사진) 이미지를 찾는 데 단 한번도 싫증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 세계적인 메가 컬렉터들 중에서도 사진 컬렉터들은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는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이 최근 보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 컬렉터 리스트’를 발표했다. 우리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이들이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호텔 상속자, 금융재벌, 그리고 CEO들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컬렉션은 단순히 수집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유수의 박물관 기증과 사진 예술가 후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 아르투르 발터(Artur Walther)
독일계 미국인 컬렉터이자 골드만삭스의 전 파트너였던 아르투르 발터는 독일과 뉴욕 두 곳에 ‘발터 컬렉션’을 갖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진, 비디오 작품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중국 작가 장환의 사진 작품(위 사진). 나이지리아의 전통 헤어스타일을 담은 J.D. 오카이 오제이케레의 사진작품(아래 흑백사진). [출처=발터 컬렉션]

아이 웨이웨이(중국), 장 달리(중국), 장 환(중국), 사무엘 포소(카메론), 로티미 파니-카요데(나이지리아), 데이비드 골드블라트(남아프리카공화국), J.D.오카이 오제이케레(나이지리아) 등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가들이 발터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현존하는 아프리카 사진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고 있다. 

2. 엘튼 존(Elton John)
영국의 작곡가이자 전설적인 연주자, 엘튼 존 경의 또 다른 이름은 ‘아트컬렉터’다. 그 역시도 광적인 사진 수집가로 알려져 있다. 엘튼 존은 1990년대 초반부터 흑백 풍경사진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미국의 안셀 아담스, 패션ㆍ인물 사진의 대가 어빙 펜, 남성누드ㆍ동성애 등을 찍었던 비운의 천재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의 작품들을 수집해 왔다. 2004년 크리스티는 90만달러 규모의 엘튼 존 사진 컬렉션 70여점으로 경매를 열기도 했다. 

3. 손드라 길먼ㆍ셀소 곤잘레스-팔라
미국극장기구(American Theatre Wing) 의장이자 토니상 총책임자인 손드라 길먼과 텍사스 아트 커미셔너 출신 셀소 곤잘레스-팔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진 작품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다이안 아버스, 만 레이, 도로시아 랭, 외젠느 아제, 워커 에반스, 로레타 럭스, 샐리 만,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등 작가군도 방대하다. 안셀 아담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도 역시 소장하고 있다. 이들은 ‘Shared vision’이라는 타이틀로 잭슨빌, 프린스턴 등 유명 대학 현대미술관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뉴욕 휘트니뮤지엄에 컬렉션 일부를 기증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4. 데이비드 데크만(David Dechman)
자산관리사 서밋록어드바이저스(Summit Rock Advisors)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데이비드 데크만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다. 과거에는 앤디워홀재단에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초기 모더니즘 작가들부터 신디셔면, 리 프리들랜더, 해리 칼라한, 빌 브란트, 로버트 프랭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 예술가들을 컬렉션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데크만은 특히 MoMA나 다른 여러 뮤지엄에 소장품을 기증하는 것은 물론, ‘데이비드 데크만 사진상(David A. Dechman Photography Award)’을 만들어 작가들을 후원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5. 앤드류 필라라(Andrew Pilara)
샌프란시스코의 투자은행가 앤드류 필라라는 2004년부터 사진 컬렉션을 시작했다. 프랜켈갤러리에서 사진 작품 한 장을 충동 구매로 구입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컬렉션은 수천점으로 확장됐다. 그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피어24(Pier 24)’ 인근에서 ‘필라라 재단&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6. 존 프리츠커ㆍ리사 프리츠커(John and Lisa Pritzker)
하얏트호텔 체인을 만들고 프리츠커 건축상을 후원하는 프리츠커 가문의 아들, 존 프리츠커와 그의 부인 리사 프리츠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진 컬렉터들이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MoMA)은 이들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2016년 ‘프리츠커 사진 센터’를 오픈한다. 사진에 헌정된 전시 공간으로는 미국에서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7. 밥 피셔ㆍ랜디 피셔 (Bob and Randi Fisher)
의류기업 갭(Gap) 창립자인 돈 피셔의 아들, 밥 피셔와 그의 부인 랜디 피셔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ㆍ분석을 기반으로 컬렉션을 하는 부류다. 세계적인 메가 컬렉터들이 소위 ‘뜰 만한’ 한 두 작품들을 사들이는 컬렉션 패턴과는 달리, 세계 사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유의미한 작품들을 아카이브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20세기 흑백 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1400여점에 달하는 사진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8.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
우리들에게는 영화 ‘트루라이즈’로 기억되는 할리우드 여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도 최근 몇년간 사진 컬렉터로 명성을 쌓고 있다. 신디 셔먼, 어빙 펜, 샐리 만 같은 유명 작가들 뿐만 아니라 쇼나 안켄브란트 같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프로스팅 컬렉션(the Frostig Collection) 전시회 큐레이터를 맡기도 했다. 커티스 자신 역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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