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인공의 인생을 뒤집어라 .. '왕자와 거지'처럼 계층 반전·관계 역전극 잇따라

허남설 기자 2015. 6. 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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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후아유' '어머님은 내 며느리'역지사지 입장서 세태풍자·대리만족스토리 개연성 부족 땐 '막장' 비판

19세기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는 서로 비슷하게 생긴 왕세자 에드워드와 가난한 집안 아들 톰이 우연한 계기로 서로 신분을 바꿔 생활한다는 이야기다. 왕세자가 된 톰은 자신의 상상과는 달리 왕궁생활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고, 에드워드는 빈민 생활의 실상을 직접 체험한 뒤 자비로운 왕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왕자와 거지>는 신분을 뒤바꾼 두 소년의 시선으로 당대 불합리한 현실을 풍자한 소설이다.

최근 TV 드라마들이 ‘왕자와 거지’의 다양한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 소설처럼 신분·계층에 이어 시어머니와 며느리까지 급격하게 뒤바꾸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청자 눈길을 잡고 있다. 비록 현실성은 부족하지만, 대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가정·사회의 문제를 들춰내 세태 풍자와 대리만족 효과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난한 집 딸(왼쪽)이 국회의원의 딸이자 재벌 총수 아들과 정략결혼 하는 삶을 대신 살게 되는 SBS <가면>.

우선 SBS 수목드라마 <가면>은 계층을 반전시킨다. 가난한 집 딸인 변지숙(수애)이 국회의원의 딸이자 재벌 총수 아들과 정략결혼을 하는 서은하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마는 변지숙이 ‘신데렐라’처럼 행복해지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기업 경영을 둘러싸고 친·인척 사이에 치열한 경쟁과 범죄,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집안의 어두운 면을 그려낸다. 변지숙을 하루아침에 욕망으로 가득 찬 상류층 집안 일원으로 만든 설정은 이런 이면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가 된다.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2015>(<후아유>)는 피해자-가해자의 관계를 반전시켜 복잡한 학교폭력 문제를 비판적으로 진단한 경우다. 고아로 자라 학교에선 집단따돌림을 겪는 이은비(김소현)가 우연한 사건으로 서울 강남의 명문고에 다니는 고은별의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은비는 집단따돌림에 동조했던 고은별의 과거를 마주하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가 뒤바뀌는 SBS <어머님은 내 며느리>.

SBS 일일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는 고부 갈등 세태에 주목한다. 제목 그대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뒤바뀌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드라마다. 국내 최고 의과대학을 나온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심이영)를 시어머니(김혜리)는 몹시 질투하며 못살게 군다. 하지만 아들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은 뒤, 둘 다 재혼을 하면서 고부 관계가 역전된다. 극본 집필을 맡은 이근영 작가는 “주인공인 시어머니와 며느리, 식구들 안에서의 관계 등 여러 ‘갑을’관계를 녹여내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되는 인생사를 역지사지의 해법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드라마 속 관계 역전은 사회의 여러 단면을 들여다보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자극이 되는 동시에 극중 뒤바뀐 관계로 세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극적 효과가 있어 관계 역전이 매력적인 소재라는 게 방송가의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관계 역전에 ‘개연성이 부족하다’ 등 이유로 ‘막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후아유>에선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자매’를, <가면>에선 쌍둥이도 아니지만 똑같이 생긴 사람을 뜻하는 ‘도플갱어’를 관계 역전의 매개로 사용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어머님은 내 며느리> 이근영 작가는 “자극적 요소는 있지만, 개연성 있는 흐름과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그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BS 드라마본부 관계자는 “시청자 주목도는 보통 드라마 초반부에 결정되기 때문에 관계 역전 같은 파격은 1~2회에 등장하는 게 보통”이라며 “설정 자체는 일종의 판타지로서 매력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이후 줄거리의 개연성을 놓치면 ‘막장’이란 비판을 못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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