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볼라' 대응과 너무 달랐던 우리 정부의 '메르스' 대응

안준용 기자 2015. 6. 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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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회사 출장 차 요르단에 다녀온 회사원 A(30)씨는 한 달여가 지난 요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그는 “낙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매개원이라는데, 요르단에서 낙타도 탔다. 그런데 입국신고서에 요르단을 다녀왔다고 썼는데도, 들어올 때 공항에서 어떤 질문도 받은 게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말부터 국내 확진 환자가 급증하기 전까지 요르단은 사우디(1007명 감염), UAE(76명 감염)에 이어 전 세계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세 번째로 많은 국가(19명)였다. 지금(2일 기준)은 한국이 요르단을 넘어 3위(25명)로 올라섰다.

A씨는 “최근 기침이 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진정이 됐다”면서 “정부가 이렇게 허술하게 대응하고 관리하니까 메르스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2일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와 3차감염자까지 나오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의료진과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는 보건 당국이 지난달 20일 메르스 첫번째 환자를 확진한 후 그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 보호자, 의료진 등에 대해서만 격리 관찰과 역학조사를 실시한 데서 잘 드러난다. 이 때문에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 등을 통해 메르스가 퍼져나간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 31일 민관합동대책반을 꾸리고 격리 대상자를 129명에서 682명으로 늘렸다.

메르스 사태와 비슷한 경우가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 파동이다. 에볼라도 메르스처럼 공인된 치료제가 없고, 확산을 막는 최선책이 바로 ‘환자 격리’다. 하지만 당시 세계 각국의 대응은 달랐고, 빨랐다.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는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여행객 전원을 증상과 관계 없이 강제 격리했다. 뉴욕시는 직원들을 에볼라 징후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일선 병원에 보내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뉴저지주에서는 벨기에 브뤼셀발 항공기의 승객 한 명이 구토 등 에볼라 의심 증상을 보였다는 이유로 공항에 도착한 항공기를 2시간 넘게 격리 조치했다. 호주에선 강제 격리를 거부하면 징역형을 선고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에볼라 발원지이자 최대 피해가 발생한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세네갈과 나이지리아는 추가 감염을 철저히 차단했다. 정부 주도의 신속한 대응 덕분이었다. 세네갈은 작년 8월 기니에서 넘어온 20대 남성이 에볼라 의심 증상을 보이자 바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모든 입국자에 대한 감시 강화 조치를 내렸고, 의심 환자와 1차 접촉한 74명에 대해 전수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첫 에볼라 의심 환자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뒤에도 만일에 대비해 잠복 기간 21일의 두 배인 42일간 ‘비상 상황’을 유지했다.

나이지리아는 작년 7월 첫 환자가 발견되자 그의 체액이 묻은 옷과 침구류를 즉시 수거하고 그와 접촉한 사람들을 전원 격리했다. 환자 동선을 추적해 900여명을 2차 감염 예상자로 분류하고 보건 인력 1800여명이 ‘저인망식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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