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열음 "글쓰기 최고의 영감은 마감 시간"

이재훈 2015. 5. 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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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필력 좋기로 소문 난 피아니스트 손열음(29)이 첫 음악 에세이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를 펴냈다.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중앙선데이'에 기고한 글들을 모았다. 한달에 한 편씩 썼으니 무려 50여편이 쌓였다.손열음은 2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일신빌딩 일신홀에서 열린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발간 기념 간담회에서 "간담회나 인터뷰는 어릴 때부터 해서 익숙할 법도 한데 피아노가 아닌 글 쓰는 것으로 진짜 글 쓰는 분들 앞에서 서니 떨리고 영광"이라고 부끄러워했다.

몇달 전까지만 책을 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손열음은 "저 같은 사람은 책 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라면서 "어느덧 쓴 글이 50개가 넘어서 저도 놀랐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냈는데 민망하고 쑥스럽다"고 했다.▲피아노와 음악 ▲늘, 우리 곁에 클래식 ▲내 인생의 영감 ▲우리 시대의 음악 ▲손열음, 그리고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눴다. 대중이 궁금해하는 음악 이야기부터 자신의 '영원한 프로메테우스'라 소개한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래빈 등 사랑하는 연주자들에 대한 애정을 골고루 녹였다.

기존 쓴 글들을 3월부터 개작했다는 그녀는 주제를 다양하게 담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보통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책들은 음악 전문가들이 바깥에서 보시고 전문적으로 썼는데 저는 (연주를) 직접 하는 사람으로서 안에서 바깥으로 내다보는 걸 쓰고 싶었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그래서 기쁨에 넘쳐 편안하게 연주할 것 같은 앙코르가 사실 "연주자에게는 생각보다 매우 힘든 일이라는 거다… 긴장은 풀릴 대로 풀리고 , 감정은 몹시 격앙돼 있는 동시에 근육은 가장 피곤한 시간. 그야말로 몸, 머리, 마음이 모두 따로 노는 시간이 바로 이 앙코르 타임"(77~78쪽)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녹여낼 수 있었다.

지난해 화제가 된 JTBC 드라마 '밀회'에서 '오혜원'(김희애)의 대사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는 글에도 적용된다. 감성적인 것을 다루면서 이성적인 것을 놓치 않는 그의 글쓰기는 술술 읽힌다. 평소 자신의 여동생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것이 비결이다."그 친구는 음악을 하지는 않지만 관심은 있고 관심은 있지만 아는 것은 많지 않는, 보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어요. 동생도 글을 쓰는데 많이 도와줬어요(웃음)."음악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의 공통점은 많다고 했다. "음악을 하는 과정에는 굴곡이 있죠.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막히면 하지 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잘 하면 근데 성취감이 생기고. 글쓰기와 공통점이에요."

책 제목은 신문사에서 붙여준 손열음의 칼럼 꼭지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독일 하노버는 손열음이 살고 있는 곳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친 손열음은 하노버 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78)를 사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세계를 돌며 연주를 하다 보니 정작 하노버에서 글을 보낸 적은 많지 않다고 했다. "비행기 타러 가면서 글을 쓴 적도 있고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아서 글을 전송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요. 보통 한편의 글을 쓸 때 6~7시간 잡는데 마감을 앞두고 일어나서 택시 안에서 40여분 만에 쓴 적도 있죠. 빈 지면으로 나가면 안 되니 책임감이 느껴져요. 정말 글이 안 나올 때는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기도 했죠. 근데 최고의 영감은 마감 시간인 것 같아요(웃음)."이번에 고생을 많이 해서 "당분간은 책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죽어도 하지 말아야지라는 강박관념은 없어서 이런 것 믿고 또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웃었다.글쓰기가 무엇보다 연주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어떤 곡을 공부하고 있을 때는 그 곡밖에 생각이 안 나요. 꿈까지 꿀 정도죠. 근데 체계화 시켜보고, 글로 풀어내니 연주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 (음악적) 욕심을 채우는 글도 많았던 것 같아요." 325쪽, 1만5000원, 중앙북스.

◇손열음은?초등학교 5학년이던 1997년 영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 입상한 뒤 1998년 금호문화재단(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영재 발굴 및 지원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금호영재콘서트에 첫 주자로 발탁되면서 음악계에 데뷔했다.

1999년 오벌린 국제콩쿠르, 2000년 에틀링엔 국제콩쿠르, 2002년 베르첼리 비오티 국제콩쿠르에서 모두 최연소로 우승하고, 2005년 텔아비브에서 열린 루빈스타인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2위 수상과 함께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연주상, 콩쿠르 위촉작품 최고연주상까지 휩쓸며 한국 피아노계 위상을 높였다.

뉴욕 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 NHK 심포니 등과 협연했으며 발레리 게르기예프, 로린 마젤, 정명훈 등 세계적인 거장과 호흡을 맞췄다.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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