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스리랑카 최빈곤 지역 찾은 수출입銀..'희망'을 쏘아올리다

정다슬 2015. 5.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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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오야 유치원 찾아 시설 정비 탈바꿈 시켜대외협력기금 원조 이 외에 '문화알리미' 역할 톡톡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13일 스리랑카 누와라엘리아 왕기오야에서 유치원 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수출입은행]
[스리랑카 누와라엘리아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스리랑카 누와라엘리아는 끝없이 펼쳐진 차밭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고산지대의 서늘한 기후로 대항해시대부터 유럽인들의 전통적인 휴양지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누와라엘리아에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스리랑카 누와라엘리아에 사는 타밀족 한 명이 차 지게를 지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정다슬 기자]
지난 12일 울퉁불퉁한 길을 타고 왕기오야 마을로 향하는 도중 맨발에 커다란 바구니를 짊어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영국이 스리랑카를 지배할 당시 차 생산을 위해 인도에서 강제이주시킨 타밀족이다. 그들은 하루 동안 찻잎 16kg를 따서 500루피아(약 4000원)를 받는다. 그러나 이 작은 마을에도 4~6세 아이들이 하얀 원생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공부를 하는 곳이 있다. 이미 색은 군데군데 바래고 낡은 테이블과 의자밖에 없는 곳이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배움의 장소인 ‘왕기오야 유치원’이다. 이 장소를 수출입은행 직원 20여명이 찾아 멋지게 변신시켰다.

건물 외벽에는 의자 위에 올라선 수은 직원이 몇 번이고 연필을 놀리고 지우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거 삐뚤어지지 않았어?”라는 수은 직원의 물음에 의자를 잡아준 또 다른 직원이 “괜찮아”라고 답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였지만 목소리는 힘차고 밝았다. 건물 안쪽에는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페인트를 벽과 창틀에 칠하고 있었다. 건축에 문외한인 수은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온 ‘국제 전문인 도시건축 봉사단’(BaMI)이 “조금씩 바르지 말고 크게 붓을 휘둘러라”라고 말하자 페이트칠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번 해외 봉사에는 수은 외에도 많은 이들의 노력과 협력이 있었다. 이금란 바미 상임이사는 “스리랑카에 있는 분들을 수소문해서 이 근처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교사분을 알게 돼 봉사활동 장소를 추천해 받았다”며 “봉사활동에 필요한 시멘트, 골재, 장비 등은 이 근처에서 수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을 하는 한국 건설기업에서 공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돌덩이가 촘촘히 박혀 있던 왕기오야 유치원 마당은 평평하게 다져졌고 아이들이 놀다가 다치지 않도록 펜스도 설치됐다.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수도를 만들었고 막혀서 사용할 수 없었던 화장실은 말끔하게 보수한 후 벽에 뽀로로 그림도 그려 넣었다. 설치된 사물함에는 수은직원들이 미리 가져온 그림책과 장난감 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전선준 수은 사회공헌팀장은 “수은은 수출금융, EDCF 등 해외와 관련된 금융을 하는 만큼 정기적으로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EDCF로 정비된 도로와 이어진 마을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자랄 곳을 함께 가꿔 나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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