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는 기본, 테라스 하우스·전용 로비.. '미운오리' 1층 大변신

아파트 1층이 변신하고 있다. 그동안 1층은 사생활을 보호받기 어렵고 범죄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고 지적됐다.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조망권도 없어 주택 시장에서는 사실상 '찬밥 신세'였다. 집값은 로열층에 비해 10% 정도 낮게 평가됐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최근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는 혁신 설계를 선보이면서 아파트 1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층간 소음 갈등이 없어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다는 장점을 보고 1층을 찾는 젊은 부부도 늘고 있다. 올 1월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 '텐즈힐' 아파트 1층(전용면적 84㎡)으로 이사한 백모(37)씨는 "예전엔 아이들이 뛰면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을까 전전긍긍했는데 1층에 살게 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는 2층인 1층 늘어나

아파트 1층의 변신을 주도하는 것은 이른바 필로티(piloti)다. 필로티는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기둥으로 들어 올려 지상에서 분리시켜 만든 공간이다. 이렇게 1층을 필로티로 만들면 종전 아파트 1층이 2층이나 3층 높이에 들어서게 된다. 필로티로 만들어진 공간은 우편함이나 자전거 보관대, 분리수거장 등으로 활용된다.

최근엔 필로티 공간이 입주민들을 위한 교육·문화·편의시설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필로티를 입주민 공동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1층 필로티가 여러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한라가 분양하는 '시흥 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2차'는 1층 필로티마다 커뮤니티시설인 '헬로우 라운지'를 설치한다. 이곳에는 무인택배시스템, 입주민끼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라운지 공간'이 각각 마련된다. 스터디 모임이나 회의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인 '헬로쌤'도 들어서고 이불이나 커튼 등 집에서 하기 어려운 대형 빨래를 할 수 있는 '코인세탁실'도 마련된다.

EG건설이 충남 아산시 풍기동에 분양하는 '아산 풍기 EG 더원'은 아파트 1층 로비 천장 높이를 5m로 올리고 로비에 테이블과 의자 등을 배치해 호텔 로비처럼 꾸민다. 그림 액자와 화분을 배치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평택시 동삭동에 들어서는 '자이 더 익스프레스'는 1층 천장고를 기존 아파트보다 10㎝ 높였다.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연구소장은 "1층 필로티에 특화 공간을 꾸미는 것은 이제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설계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했다.

◇1층 전용 로비와 테라스도 만들어

지금까지 아파트 1층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로비를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 더운 날씨에도 현관문을 맘껏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1층 입주민을 위한 별도 로비를 만들어 사생활을 보호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대림산업이 충남 보령시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보령'은 공동 로비 안에 1층 전용 홀을 만들었다. 1층 입주민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다른 입주민을 지나쳐 1층 전용 작은 로비를 건너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1층을 아예 테라스하우스로 꾸며 아파트 건물 바깥쪽에 넓은 서비스 공간을 제공하는 아파트도 나왔다. GS건설이 올 3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분양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1층에 테라스 하우스 128가구를 공급했다. 건물 바깥쪽 야외에 설치한 테라스는 소형 정원, 골프 퍼팅장, 바비큐장, 놀이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작년 8월 경북 김천혁신도시에서 분양한 '중흥 S-클래스 프라디움'도 1~3층에 테라스를 도입했고, 대전 죽동지구에 공급한 '죽동 대원칸타빌'도 1층에 테라스 부속정원을 조성했다. 테라스 하우스는 청약 성적도 좋다. '청라파크자이 더 테라스'는 580가구 모집에 5447명이 몰리며 평균 9.4대1로 1순위 마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