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모바일에서 밀린 MS '반격의 서막'?

2015. 5. 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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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달라졌다! 최근 MS는 신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화제를 모으는 '하우올드닷넷'은 MS 기술혁신의 성과이다. 또 "마이크로소프는 더 이상 OS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윈도10을 끝으로 더 이상 새로운 버전은 발표하지 않는다. MS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쳤다", "단단히 별렀던 것 같다."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빌드2015' 행사를 본 IT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미쳤다"는 표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한 외지는 다음과 같이 제목을 뽑았다. "Say Goodbye Micro$oft"

Micro$oft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라붙는 오래된 악명이었다. 한마디로 돈만 밝힌다는 것이다. 악명은 윈도를 내놓기 전부터 붙은 것이다. 빌 게이츠가 1976년 3월, 자신의 과거 동료였던 해커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그건 도둑질"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이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 베이직의 복사본이 떠도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자유로운(free) 공유를 인터넷의 근본 정신으로 믿는 해커들, 개발자들에게 MS는 '돈'만 생각하는 배신자로 낙인 찍혀 있었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했다니, 어떻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4월 2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5년 빌드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하우올드닷넷'에 숨어 있는 기술들

하우올드닷넷(how-old.net)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웹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 웹앱이다. 얼굴 사진을 올리면 성별과 나이를 맞히는 사이트다. SNS를 타고 5월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간 기자도 해봤다. 틀렸다. 35살 여성으로 나왔다. 나이도 틀리고 성별도 틀렸다. 기자의 주변 사람들도 상당수가 틀렸다. 그럼에도 글로벌 '히트'는 지속됐다. 반응을 보면 동양인 쪽보다는 서양인 쪽이 정확도가 높은 것 같다. 북미지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는 자신의 신차 제네시스를 두고 나이는 1살이며 성별은 '차'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이 바이럴 선풍에 동참했다. 그리고 이 웹앱을 만든 곳은? 바로 MS다.

얼핏 심심풀이용 장난처럼 보이지만 궁금한 것은 어떤 기술이 적용되었느냐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유명한 웹앱으로 '아키네이터'라는 생각예측 사이트가 있다. '스무고개'의 인터넷판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나 어떤 인물을 떠올리고 램프의 요정 '지니'가 묻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스무고개에 갈 필요도 없이 5~6번 만에 맞혀버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를 떠올리고 이 사이트에 들어가 클릭을 하면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로부터 시작해 6번 만에 "제 생각에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박근혜입니다"라고 맞힌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기자가 처음으로 해봤을 때에 비해 '지니'가 맞히는 속도는 3~4배 이상 빨라져 있다. 아키네이터의 '지니'가 빠르게 질문자의 생각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 덕분이다. 정보가 쌓일수록 스무고개의 '알고리즘'은 정교해진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 사용자들이 제공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더 정교하게 수정하는 것을 '머신러닝'이라고 한다. 아키네이터가 채택한 기술로 추정된다.

다시 처음의 MS가 내놓은 '하우올드넷'으로 돌아가자. 하우올드넷은 '피드백'이 없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내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을 하지만 그 결과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없다. 역시 그냥 심심풀이용으로 만들어낸 것? "…이전 같으면 그 소프트웨어의 실제 나이 인식률이 그 정도에 불과했다면 아마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게 중요하지 않고,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냈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실제로 그 기술 자체는 어떤 사람의 나이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눈에 몇 살로 보였는지가 회사들에게 중요했기 때문에, 이전 같으면 회사들을 상대로만 마케팅을 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는 5월 7일, 광화문 본사에서 신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에 참석한 <주간경향>이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샤오우엔 혼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혼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를 인식하는 기술은 이미 업계에 존재했다. 다양한 데이터, 얼굴이나 옷차림과 같은 외형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사실, 정확하게 맞히는 데 의의를 뒀다기보다도 사람들은 보다 젊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심리학적·인지학적 연구를 통해 우리가 알아낸 바로는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몇 살은 젊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공개된 버전은 데모앱이다. 우리도 이 앱이 이렇게 인기를 얻을지 예측하지 못했다. 앞으로 데이터를 더 수집해 보완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5월 7일 시연한 동영상 객체인식 기술. 왼쪽 동영상 화면의 구성요소가 기계적으로 하늘, 사람, 나무, 풀밭, 길로 분류된다. 완성 직전 단계까지 와 있는 기술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MS 머신러닝, 인간인식 뛰어넘다

하우올드닷넷 사이트만 보면 단출하다. 검색창만 존재하는 구글 검색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배후에는 놀라운 기술혁신이 작동하고 있다.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얼굴인식 기술이다. 혼 소장이 언급한 것처럼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쓰이고 있는 기술이다. 페이스북 창이나 디지털카메라에서 사람 얼굴 부분에 자동태그가 형성되는 것으로 접할 수 있는 기술이다. 둘째는 얼굴 구분 기술이다. 다른 두 장의 사진에 있는 같은 사람을 구별해내는 것이다. 여러 장의 사진 가운데 닮은 얼굴을 찾아내는 '비슷한 얼굴 찾기' 및 그루핑을 해주는 '얼굴그룹' 기술, 그리고 사진 속 얼굴을 식별해내는 기술 등이 담겨 있다. 기술의 기초는 앞에 언급한 머신러닝에 기초한 알고리즘의 자동진화다.

하우올드닷넷은 지난 4월 30일, MS가 달성한 기술혁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간단한 예시"(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5월 7일, MS연구소는 하우올드닷넷의 기초가 되는 기술로 인큐베이팅 중인 신기술을 시연했다. 혼 소장은 이 기술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로 소개했다. "우리들이 두 달 전 달성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되어서 기쁘다." 앞서 언급한 얼굴을 포함한 이미지 객체를 기계가 어떻게 하면 인식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 사람의 눈으로는 바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기계가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 공통분모를 찾아내 관계를 수치화하고 공통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 얼굴 사진이라면 "눈썹·눈·콧구멍 두 개, 입 하나"에서 그쳐선 안 된다. 측면 사진이거나 반쪽만 나온 사진인 경우도 '사람 얼굴'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개, 사람, 하늘…과 같은 카테고리 분류가 있을 때 개는 다시 골든 리트리버, 치와와, 말티즈…와 같이 종을 나눌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이미지를 분류한다면 수백만개 이상의 카테고리가 나오겠지만 1000개 카테고리, 2만2000개 카테고리와 같은 형태로 분류해 기준을 삼아 기계학습의 인식률을 평가한다.

혼 소장이 '기쁜 소식'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미지넷 1000카테고리에서 인식률이 기계가 인간을 앞선 사건이다. 사람도 대상물을 잘못 인식하는 인지실수를 한다. 두 달 전 열린 분류 경진대회에서 인간이 약 5.1%의 실수를 한 반면, 컴퓨터는 4.9%의 수치를 보였다. 체스경기에서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긴 사건에 비견할 만큼 IT기술 발전에서 분기점이 될 만한 사건이다. 간단히 말해, 사물을 구별해내는 인지능력에서 기계가 마침내 사람을 앞선 결과를 보여준 사건이다.

신기술 공개하고 소프트프로그램 개방

이날 혼 소장은 다른 '개발 중인 기술'도 공개했다. 비디오 세그먼테이션(분할) 기술이다. 비디오 속 움직이는 객체가 무엇인지 기계가 스스로 판별해내는 기술이다.(사진) "아직 정확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정보가 추가적으로 보완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혼 소장은 이 기술이 "차량 자동주행시스템이나 친구에게 동영상을 보낼 때 의미가 있는 부분만 추출해서 보낼 수 있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장 군사무기 쪽에서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 분류기술을 적용하면,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정밀성을 바탕으로 목표를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다.

사실, 더 놀라운 것은 MS가 이 기술혁신들을 그냥 공개해버렸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가해서 상용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MS클라우드 애저에 가입해 로그인하면 프로젝트 옥스퍼드 사이트에 얼굴api, 스피치api, 비전api, '언어이해 인텔리전스 서비스' 등이 공개되어 있다. '하우올드닷넷'은 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적용해서 나올 수 있는 하나의 예시, 데모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빌드 행사에서 사람들이 놀랐던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생산성 도구로 엑셀, 아웃룩, 원노트 등을 망라한 오피스도 api를 공개했다. 게다가 다른 OS가 돌아가는 기기에서도 끌어다 쓸 수 있게 했다. 쉽게 말해, 종전에는 불가능했던 엑셀 프로그램을 이제는 애플의 아이패드에서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이 '개방'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이를테면 개인의 일정관리를 하는 아웃룩api를 바탕으로 택시앱을 개발한다고 하자. 일정표 상에 오전 10시35분에 택시를 타고 간다고 사용자가 적는다면, 자동적으로 사용자가 사는 곳 앞으로 5분 전에 택시가 와서 대기하는 풍경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다. MS가 올해 여름에 공개할 윈도10은 기존 윈도7과 8 사용자는 1년 동안 무료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MS가 '스파르탄'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해오던 인터넷브라우저 '엣지'는 액티브X와 같이 그동안 자사 브라우저의 종속적 기술을 완전히 배제하고, 인터넷 표준에 충실한 형태로 나올 예정이다. 과거 윈도에서밖에 쓸 수 없었던 비주얼 스튜디오의 에디터도 맥OS용, 우분투용으로 무료로 공개해버렸다.

4월 29일, 지난해 2월에 취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 사티아 나델라는 빌드 2015 행사장에서 "3년 안에 10억대의 디바이스에서 윈도10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더 급진적인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5월 초 열린 이그나이트 행사에서 MS의 개발 지원부서 임원인 제리 닉슨은 "윈도10이 마지막 메이저 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윈도11은 만들지 않고, 이후에는 수시 업데이트 전략으로 바꿀 것이라는 설명이다. 혼 소장은 5월 7일 서울에서 열린 신제품 시연회에서 "마이크로소프는 더 이상 OS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라고 발언했다. 도대체 마이크로소프트 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결국 모바일 공략 전략이다. PC로는 이미 성장한계에 다달았다.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과거 사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처음에는 애플스토어에 앱이 많았다. 앱은 다 애플의 ios용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방하면서 휴대폰 제조사들이 가져다가 쓰게 되었고, 마케팅 요소도 추가하면서 한꺼번에 커졌다. 사실 MS의 입장에서는 이미 했어야 하는데, 이제 한꺼번에 공개하면서 시장을 되찾으려는 전략으로 본다." '씨디맨의 컴퓨터 이야기(cdmanii.com)'라는 블로그 활동으로 유명한 얼리아답터 박춘호씨의 말이다. 윈도10의 테크니컬 프리뷰 버전을 받아 사용한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원드라이브'다. "스마트폰에서도 이것저것 다 적용하면 100기가씩 주는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고스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백업할 필요가 없게 된다. 컴퓨팅 환경이 데스크톱에서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로 넘어가는 것이다."

올해 여름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을 윈도10. 데스크톱이나 노트북뿐 아니라 MS가 내놓은 가상현실 접목 홀로렌즈, 스마트폰, TV, 터치패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나의 OS로 적용될 예정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올해 발표할 윈도10, 무료 업데이트

"사실상 죽은 줄 알았던 MS가 살아났다. 내가 봐도 최근 MS의 행보는 놀랍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윈도라는 단어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 윈도가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무래도 데스크톱 PC 운영체제라는 인상이 강하다. 새로운 OS는 더 이상 과거와 다르다는 차별의 의미에서도 윈도라는 이름은 버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 MS가 윈도의 새 버전을 발표할 때는 PC에서도 그만큼의 기술적 진보가 있었다. 현재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사람들이 2년 주기로 바꾸면서 100만원 이상씩 들인다. 게다가 PC의 퍼포먼스도 좋아졌다. 한 대 사서 5~6년씩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뒤늦게 정신차린 것이다. 시장이 더 이상 PC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왜 플랫폼이라는 것일까. 이어지는 강 소장의 말. "플랫폼은 곧 그 위에 존재하는 앱 생태계를 의미한다. PC에 OS를 끼워 파는 식으로 돈을 버는 것은 이제 끝났다. 자사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다른 진영에 공격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개발자들을 흡수해 MS 생태계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능력이 되어야만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아무리 구글이 잘나가도 그 구도는 하루아침에 뒤집어질 수도 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모바일에서 밀렸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화려하게 재기하는 걸까. 이번에 한꺼번에 공개된 '변화'는 언제부터 준비되었던 것일까.

'MS의 혁신' 소비자는 아직까지 못느껴

"첫 단추는 2013년 11월 조직개편이었던 것 같다. 단지 부서간 통합이나 시너지를 내는 정도에 머무르지 않았다. 단순한 개편이 아니라 회사를 흔들 정도였다. 그 다음으로는 직원평가시스템을 바꿨다. 흔히 업계에서는 GE모델이라고 알려진 1등급에서 5등급에 이르는 상대평가 시스템을 절대평가로 바꿨다. 사실 이 과정도 회사 하나를 새로 짓는 것과 다름없었다. 변화의 마지막 단추가 지난해 2월 새로운 CEO가 온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의 말이다. 개인적인 소회를 물었다. "최근 동남아의 글로벌 IT기업의 지역책임자가 우리 회사 마케팅 매니저로 들어왔다. 빌드 콘퍼런스를 보고 우리도 놀란 건, 그동안 다 따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생각했던 제품들이 결국 하나로 다 묶여 나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회사를 다닌 지 5년이 되었는데 가장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 스스로 회사의 비전이나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이 일반 소비자에게 와 닿는 것은 아직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강정수 소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이미 모바일 영역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양극체제가 성립되었다. 그것을 깨고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MS가 홀로렌즈와 같은 다른 디바이스를 통해 판을 뒤흔들려는 전략은 맞다. 하지만 삼성기어의 경우에서 보듯 아직까지는 사치품이지 대중화되기는 어렵다. MS의 변신에 시장이 호응할지는 더 기다려봐야 한다." 이민석 교수는 MS의 초청으로 지난 4월 말에서 5월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빌드 행사에 다녀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S는 무서운 회사"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렇게 쓴 이유는 애저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 여러 언어와 플랫폼을 아우르는 개발도구, 혁신적인 디바이스인 홀로렌즈, 모든 디바이스에서 하나의 플랫폼(윈도10)을 한 방에 제공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시장과 기술 양쪽에서 주도권을 다시 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교수도 엔드유저, 즉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플랫폼으로의 변신 전략이 갖는 의미가 당장 와닿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신의 의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과거 독립적인 응용프로그램, 예를 들어 오피스를 개발자들에게 개방함으로써 가치를 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운영체제 버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그렇기 때문이다. 이 환경에 개발자들이 과연 반응을 할까. '내부 변화'를 확실히 이끌어낸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번 빌드 행사에서 확인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상층부부터 그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프로젝트 총괄책임자 아밋 수드가 한국 문화유산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앞선 자의 여유일까. MS의 신기술 시연회가 있은 지 일주일 뒤인 5월 14일, 광화문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 본사에서 500m 남짓 떨어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구글의 기자 초청 행사가 열렸다. '내 손 안의 갤러리'를 내건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기자간담회 행사였다. 이날 구글은 국립현대미술관뿐 아니라 근현대디자인박물관, 단국대학교 석주선 기념박물관, 음식디미방,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10여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박수근 화백의 '할아버지와 손자', 강익중의 '포타슘 펜슬', '덕온 공주의 원삼' 등 6점의 예술작품·문화유산의 기가픽셀(Gigapixel) 작품도 같이 공개했다. 기가픽셀은 한 이미지당 약 70억 픽셀(화소)로 작품을 찍은 것. 초고화질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종전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세세한 붓터치나 큰 그림 속 작은 물체도 웹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4년 전에 인터넷에서 그런 문화작품을 볼 수 있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날 한국 프로젝트를 설명한 아밋 수드의 말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고안해 총괄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박물관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이날 소개에서 프로젝트의 비영리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문화유산 보전 노력에 관한 구글의 '기여'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작품을 제공한 박물관 측이나 구글 사이에 돈 거래는 없었고, 공개도 구글 사이트와 박물관 사이트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구글 측은 박물관 측에 작품에 관한 모바일 앱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물론 들어간 비용은 전부 구글 측의 부담이다. 아밋 수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에 이익이 되는 것이 있다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일단, 마치 박물관을 거닐면서 해당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상박물관은 구글 스트릿 뷰 기술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한 <주간경향>의 질문에 아밋 수드는 "구글 제품을 가져와 문화예술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한 것은 맞다"며 "박물관 안에서는 구글 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2011년 트롤리라는 장비를 고안해 냈으며 배낭처럼 메고 쓸 수 있는 트래커라는 장비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트래커는 인도의 타지마할이나 제주 올레길 등에서도 사용된 장비다. 기가픽셀도 마찬가지다. 단지 고해상도 이미지가 아니다. 역시 <주간경향>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는 "촬영에는 아트카메라라는 장비를 사용했으며, 온라인 상에서 줌인·줌아웃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돌아갈 수 있는 이미지 서버를 구축하는 것이 하나의 도전과제였다"고 밝혔다. 결국 차세대 IT산업의 핵심인 클라우드 사업의 테스트베드로 비영리적인 문화유산의 온라인 보존을 활용한 셈이다. "악해지지 않으면서도(Don't be evil)" 돈을 벌 수 있다는 전형적인 '구글스러운' 프로젝트인 경우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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