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부동산 중개료 한달 시장에선 "강남3구만 영향"
“6억원짜리 매물은 어차피 잘 없어서 뭐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송파구 석촌동 A 공인중개소)
“반값 수수료 적용 안되는데도 손님들은 더 깎아줘야 되는거 아니냐고 고집 부려요.”(광진구 성수동 B공인중개소)
부동산 중개 보수 인하정책이 시행 한달째에 접어든 19일 송파구의 한 주택가. 이곳의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비싼 매물이 예전(정책 시행 전)이나 지금이나 많이 없어서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거래가 늘어 벌이가 좀 더 좋아지지 않았느냔 질문엔 “계속 파리만 날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가 부동산을 매매할 때 중개 보수를 반값으로 낮춰주는 정책이 지난달 14일부터 시행됐다. 중개 보수료를 낮춰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임대차 보수가 매매 보수보다 더 비싼 ‘역전현상’을 바로 잡자는 것이 정책의 목표였다. 이에 따라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의 고가 주택을 사고 팔 때 적용되는 중개 보수 요율은 기존 0.9%에서 0.5% 이하로 낮아졌다.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주택을 전월세(임대차) 거래할 때 붙는 중개 보수 요율은 0.8%에서 0.4%로 반값이 됐다.
하지만 전체 거래량에 비해 ‘6억원 이상 주택 매매’, ‘3억원 이상 임대차’ 등의 고가 주택 거래는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혜택을 받는 소비자도, 매출 타격을 입어 휘청거리는 부동산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계약이 이뤄진 주택 거래량을 집계했더니 매매는 5160건, 전월세는 1만6484건이었다. 이 중 중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던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주택 매매’ 거래건수는 429건으로, 전체의 8.3%에 불과했다.
게다가 강남구가 71건, 송파구가 47건, 서초구와 용산구가 각각 37건으로 대부분이 강남 3구다. 반면 도봉구와 금천구는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주택 거래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관악구는 1건, 노원구와 강북구는 2건 정도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는데 그쳤다.
3억원 이상 전월세 거래도 강남 3구에 몰려있었다. 전체 1만6484건 중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전월세 거래는 2057건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또 이런 거래가 주로 이뤄 진 곳은 송파구(270건), 강남구(223건), 서초구(163건)다.
고가 주택에만 적용되는데도 모든 매매·전월세의 중개 보수가 반값으로 떨어졌다고 착각한 소비자들도 나오고 있다. 광진구 성수동 B공인중개소의 김모 대표는 “뉴스에서 ‘반값 수수료’라는 단어가 알려지니 손님들은 정말 반값이 된 줄 알더라”며 “중개사들이 제시한 수수료를 못 믿겠다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송파구 방이동에 1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한 연모씨는 “중개 수수료가 반값이라고 들어서 수수료 걱정은 안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제값을 다 줘야 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43만원 정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개업 공인 중개사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인하’에 따른 매출 타격도 크지 않아보였다. 서대문구 아현동의 C공인중개소는 “고급 아파트 주변의 공인중개사들은 아쉬워한다고 하는데 우리 부동산은 어차피 1~2억짜리 전셋집 거래가 많다”며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예전부터 안좋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달 중개 보수인하 정책이 시행되자 전국 각지에서 삭발 시위 등을 벌이고 헌법 소원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했다. 당시 협회 측은 “국토교통부가 공인중개사들의 의견은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인하 정책을 추진해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값 수수료 제도 도입 이후 공인중개사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4월말 기준으로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의 수는 8만2261명으로 3월보다 461명 늘었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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