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대 김혜수, 김혜수 대 전도연..최고의 대결①

전형화 기자 2015. 5. 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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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김혜수(왼쪽)와 전도연/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도연과 김혜수, 김혜수와 전도연,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두 배우가 연이어 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두 사람이 출연한 영화가 나란히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올 가을 각종 영화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로 매번 경쟁을 펼칠지도 모른다. 그만큼 찬란하다.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은 지난 달 29일 개봉해 19일까지 143만명을 동원했다. '어벤져스2' 공세에, 여성 느와르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거둔 소중한 성과다.

김혜수가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은 김혜수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비로소 궤도에 올랐다. 김고은은 일찌감치 시나리오에 반해 출연을 결정한 반면 감독이 처음부터 염두 했다던 김혜수는 좀처럼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 고민이 컸단 뜻이다. 삼고초려 끝에 '차이나타운'이란 배에 오른 김혜수는 신인감독에 신인배우들과 함께 능숙한 항해사처럼 안정적으로 배를 몰았다.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코인로커에 탯줄도 자르지 않은 채 버려진 소녀가 범죄조직에서 자라다가 보스인 엄마에게 맞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느와르. 김혜수는 범죄조직 두목 엄마를 맡았다.

범죄조직 두목 이름에 엄마라는 이름을 붙인 건 낯설다. 한준희 감독은 비록 악에 물들었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피곤함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김혜수는 감독의 의도에 걸맞게, 아니 그 이상으로 표현해냈다.

그동안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연기 잘한다는 소리는 쉽게 듣지 못했던 김혜수는 '차이나타운'에서 아름답지는 않지만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27일 개봉하는 '무뢰한'(감독 오승욱)은 전도연의 기량이 만개한 영화다. 두 남녀의 이야기지만, 아니 초점은 남자에 더 맞춰졌지만, 전도연이 도드라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무뢰한'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범인을 잡고 마는 형사가 살인범을 잡기 위해 그의 여자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전도연이 살인범의 여자로, 김남길이 형사로 출연했다.

삶에 지친 술집 여자, 뻔히 보이는 파국으로 달려가는 걸 알면서도 거짓 희망에 몸을 싣는 여자, 사실 전형적이다. 뻔하다. 그럼에도 뻔해 보이지 않는 건 전도연 때문이다. 전도연은 자신을 위해 살인을 한 남자를 기다리면서도, 술집에 나가 웃음과 몸을 팔면서도, 속이는 줄 알면서도 접근한 남자에게서도, 부질없는 걸 알면서 희망을 품는다. 힘겹게 하루를 버터내도 또 다시 절망적인 하루가 시작되는 걸 알면서도 살아가는 여자. 전도연이기에 '무뢰한'은 가능했다.

'무뢰한'의 약점은 차라리 전도연이다. 전도연은 시속 160㎞로 공을 뿌렸다. 김남길도 잘 휘둘렀지만 홈런은 날리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 전도연이니깐.

김혜수와 전도연, 전도연과 김혜수는 올해 프랑스 칸에 나란히 설 뻔 했다. '무뢰한'이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차이나타운'이 비평가주간에 때문이다. 김혜수가 칸 대신 미얀마 봉사를 택하면서 두 사람의 랑데부는 무산됐다.

사실 칸에서 위상은 다르다. 전도연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탔고, 경쟁 부문 심사위원까지 한 명실공이 칸의 여왕이다. 김혜수는 칸에선 무명에 가깝다. 비평가주간은 레드카펫도 없다.

어쩌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의 차이일 수도 있다. 김혜수는 데뷔할 때부터 톱스타로 군림해왔다. 섹시하다는 표현이 음란하다는 뜻으로 쓰였던 시절, 김혜수는 건강한 아름다움으로 섹시하다란 말을 지금의 뜻으로 쓰이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깜보'에서 시작된 이력은 화려했다. '영원한 제국' '첫사랑' '닥터봉' 등 9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 히로인은 단연 김혜수였다.

반면 전도연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우리들의 천국'과 '젊은이의 양지'로 얼굴을 알렸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던 미래가 불투명했던 신인이었다. 전도연의 출세작인 '접속'도 처음부터 그녀의 몫은 아니었다.

그랬던 전도연은 다른 여배우가 걷지 않은, 아니 걷지 못한 길을 걸었다. '약속'을 거치면서 눈물의 여왕이란 소리를 듣던 그녀는 '해피엔드'에서 벗었다. 멜로로 정점을 찍기 시작하던 여배우가 차기작에서 파격적인 노출을 택한다는 건, 그때도 지금도 없는 일이다. 모험이었다. 모험은 성공했고, '피도 눈물도 없이' '너는 내운명' '스캔들' '밀양'까지 2000년대 한국영화 대표 여배우는 전도연이었다. 눈물의 여왕은 칸의 여왕이 됐다.

같은 소속사, 같은 매니저와 같이 일했던 두 사람의 행보는 이렇게 달랐다.

2000년대 들어 잠시 주춤했던 김혜수는 최동훈 감독의 '타짜' '도둑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을 만났다. '밀양'으로 정점에 오른 줄 알았던 전도연은 꾸준히 그녀만의 길을 만들고 있다.

한 때 여배우는 결혼하면 은퇴를 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뒤론 결혼하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역에 만족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여배우는 꽃 같은 역할에 만족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요즘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렇기에 전도연과 김혜수, 김혜수와 전도연이 걸어가는 길은 그대로 누군가가 따라올 길이 되고 있다.

최고 자리에 있는 두 여배우가 앞으로 어떤 길을 계속 만들어갈지, 지금 그녀들을 보고 싶다면 극장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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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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