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황손이 사는 곳, 전주입니다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5. 5. 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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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전주 승광재

"황손님! 안녕하세요!", "황손님! 나와 주세요!" 여행자들의 소리에 마침내 그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왕조 마지막 황손 이석님이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전주를 다시 만나보자. 길도 음식도 체험도 익숙한 듯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승광재.

◆[이야기 듣기] 황손의 집, 승광재

승광재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여행자들이 몰려와 찾으면 황손은 툇마루에 나와 사람들을 맞이한다. 다른 일이 없는 한 늘 그래왔기 때문에 여행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손님맞이'가 이어진다. 운이 좋으면 이곳 승광재에서 준비한 잔치국수도 얻어먹을 수 있다. 기웃거리는 학생들을 불러 국수 한사발을 말아주고 조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황손이 전주에 정착한 지도 벌써 12년이다.

고종의 손자, 순종의 조카,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열째 아들이 바로 황손 이석님이다. 늘 평화로운 얼굴로 여행자들과 만나지만 복잡한 가계도만큼이나 당신 자신도 곡절 많은 인생을 살았다. 조선의 마지막과 대한제국의 탄생, 식민지, 전쟁, 왕가의 몰락 등 황손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궁에서 태어나 귀하게 지내던 어린 시절에는 아침문안 때마다 아버지 의친왕이 볼을 꼬집으며 "너 몇째냐?" 하고 물어보시곤 했다고 한다. 62세에 얻은 아들이니 얼마나 귀했을까.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왕가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 때에 의친왕은 독립운동을 했고, 고종은 환구단을 세워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광복 이후 황손은 '비둘기 집'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가수 생활을 했고, 월남파병으로 국가유공자가 됐다. 제5공화국 때 그나마 남아있던 거처마저 몰수 당하고 미국으로 가서 온갖 고생을 겪고 13번이나 강도를 당했다. 그리고 9번의 자살시도와 전주로 오기까지…. 황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자신의 인생이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하니 사연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만남이다. 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반드시 빼놓지 않는 것은 역사의식과 한국민 자존심에 대한 메시지다.

그런데 왜 전주인가. 태조 이성계의 조상인 목조대왕의 고향, 즉 조선왕조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경기전이 이곳에 있는 이유도, 오목대도 이목대도 다 같은 이유다. 황손은 지난 2003년 전주에 마련된 승광재에 들어왔고, 전국을 다니며 강의와 토크콘서트를 하며 '조선왕조 산 증인으로서의 책임'에 충실하고 있다. 74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산책과 운동, 식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이유는 아직도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이자 국제 왕실 엑스포를 꿈꾸는 황손은 오늘도 변치 않는 미소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경기전.
오목대.

◆[이야기 걷기] 황손의 산책코스

황손은 아침마다 4㎞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코스는 이목대에서 시작한다. 이목대에서 오목대를 지나 한옥마을을 크게 바깥으로 돌아 경기전에 이르고, 다시 승광재까지 걸으며 생각도 정리하고 산책을 즐긴다.

그렇다면 황손처럼 걸어보기로 한다. 시작점인 이목대가 바로 태조 이성계의 4대조 목조 이안사가 살던 곳이다. 이곳에는 고종이 친필로 쓴 '목조대왕구거유지' 비가 세워져 있다. 사실 비각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자만마을의 벽화다. 비탈진 작은 골목 사이로 아기자기한 벽화와 게스트하우스, 카페가 들어서 한옥마을과는 다른 분위기다. 원래는 이목대와 오목대가 연결돼 있었는데 일제가 맥을 끊으려고 철길을 놓았다는 황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육교를 건너면 오목대다. 이곳은 고려 우왕 6년(1380년)에 삼도순찰사로 있던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귀경하던 중 승전 연회를 한 곳이다. 황산의 승전보로 굳이 이곳에서 자축연을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조상의 땅에서 입신양명을 알리고, 좋은 기운도 받고자 했으리라. 그 기운 때문인지 1392년, 마침내 '조선'이 열린다.

한편 오목대는 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꼭 이곳에 들르곤 하는데, 황손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을 내려다 보니 상상의 날개가 펼쳐져 태조 이성계에까지 빙의된다. 기분이 한없이 좋았을 것이다. 조선을 세운 뒤 12년 전 자신이 다녀간 전주를 회상하며 '그때 참 잘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목대에 서 있는 순간 만큼은 나도 이성계고 이석이다.

경기전은 조선왕의 어진을 모신 곳이다. 즉, 역대 조선 왕의 앨범인 셈이다. 원본이 소실돼 근현대에 복원한 것도 있긴 하지만 왠지 서로가 닮은 듯 느껴진다. 황손 이석님의 얼굴을 모델로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만들었다고 하더니 '과연 그랬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봄빛이 든 경기전을 거닐며 왕들을 생각하고 요즘 한옥마을에서 유행하는 한복입기체험까지 하고 있자니 정말 조선시대 이곳으로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지산업지원센터.
떡갈비정식.

◆[이야기 체험] 가양주와 전주 한지

가양주는 세시풍속과 함께 해왔다. 우리 전통의 술이니 소매를 걷고 한번 만들어 보자. 술을 거르고 병에 담는 정도의 간단한 체험이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가양주의 역사와 맛을 이해하게 된다. 조금씩 따라 술의 향을 먼저 즐기고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가면 달고 부드럽고, 시큼하고 떫은 복잡하지만 세심한 맛이 느껴진다. 단지 취하기 위해서 마시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마시던 이전의 술과는 다른, '맛' 자체가 느껴진다. 역시 뭘 알고 먹으니 이 술 또한 이전에 알던 술이 아니다.

또 다른 전주의 자랑은 한지다. 임금님 진상품목이었던 전주한지는 <동국여지승람>에 상품지로써 기록이 있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한지 유통의 중심지인 전주에서 한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기본은 한지 뜨기다. 체험실에 들어가면 왜 한지를 '뜬다'고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벗기고, 두들기고, 섞어 해리작업까지는 이미 체험관에서 해놓았다. 체험자는 한지틀을 닥 섬유와 닥 풀이 섞인 물에 넣고 살살 흔들어 떠 올리면 된다. 이것을 틀에서 분리하고 뜨거운 판에 말리면 끝. 전통방식은 온돌이나 부벽을 이용하지만 요즘은 스테인리스 철판에 올린다. 그렇게 30초에서 1분이면 전통 한지가 완성되니 '물에서 종이가 나오는!'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다.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에는 한지 작품과 다양한 한지, 원료가 되는 닥나무 등이 전시돼 있고 한지를 활용한 작품 체험까지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면 두세시간이 훌쩍 지난다.

[여행 정보]

● 승광재 (전주한옥마을 주차장)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진진로 - 안골네거리에서 '병무청, 시청, 시의회' 방면으로 좌회전 - 견훤로 - 우회전 - 팽나무6길 - 정언신로 - 병무청오거리에서 우회전 - 충경로 - 병무청오거리에서 '남원, 임실' 방면으로 좌회전 - 기린대로 - 한지길

[대중교통]전주고속버스터미널 - 684번 승차 - 전동성당, 한옥마을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승광재: 검색어 '승광재'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42-1전주한옥마을주차장: 검색어 '한옥마을주차장'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전주전통술박물관: 검색어 '전주전통술박물관'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1가 26-1한지산업지원센터: 검색어 '한지산업지원센터'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현무 1길 20

승광재문의: 063-284-2323황실문화재단: http://www.icfk.or.kr

전주전통술박물관http://urisul.net문의: 063-287-6305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관람료 무료전통술교육관(체험) 문의: 063-287-6320체험비: (1인) 5000~2만원

한지산업지원센터http://www.hisc.re.kr (매주 월요일 휴관)문의: 063-281-1530전시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체험프로그램 (한지액자, 한지꽃거울, 다용도 트레이 등 / 개별체험가능): 3000~1만원

● 음식

마실밥상: 떡갈비 전문식당으로 두툼한 떡갈비와 차림새 예쁜 밑반찬 모두 무난하게 맛이 좋다.마실밥상떡갈비정식 1만3000원 / 떡갈비반반정식 1만5000원 / 한우떡갈비정식 2만원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2가 918-5 / 063-241-9696

● 숙소

승광재: 황손 이석님의 승광재에 4개의 숙소가 마련돼 있다. 수익금으로 승광재와 황손을 보좌하는 직원들의 월급을 충당한다.문의: 063-284-2323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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