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디의 Cinessay] 햇살같은 선생님.. '언제나 마음은 태양'

2015. 5. 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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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는 선생님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선생님이 공정하고 따뜻하고 열정적이면 세상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차별하고 냉정하고 무능한 선생님을 만나면 세상을 알기도 전에 삐딱해진다. 엄청난 차이다. 70년대 학교에서는 체벌과 촌지가 일상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폭력과 인권침해, 금품수수가 빈번했던 권위적 공간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봤던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사진·1967년작)'은 충격에 가까운 감동이었다. '영화니까 저런 선생님도 있는 거다' 싶었다. 주인공인 마크 세커리 선생님 역을 맡은 시드니 포이티에는 화면을 압도하는 품위와 멋스러움으로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학교 얘기를 다룬 영화 중 시드니 포이티에 만큼 강렬한 선생님이 나에겐 없다. 첫 장면부터 그랬다. 수다스러운 영국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여 다소 멋쩍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시드니 포이티에는 '바르고 정직한' 인간형의 모범답안 같았다. '단정한 몸매에 빛나는 눈….' 유행가 가사가 그에게 딱 들어맞았다. 그는 흑인도 당당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역시 엄청난 의미가 담겼다.

런던의 빈민가 고등학교로 부임해온 시드니 포이티에는 선생님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교실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알려준다. 희망이 없는 아이들, 세상이 두려워서 지레 공격적인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의 피해자인 흑인 선생님이 쏟는 정성과 진심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자존감이 없는 아이들을 동등하게 존중해주고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성(姓), 결혼, 죽음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하고 요리, 박물관 견학 등 현장 학습을 통해 아이들과 스킨십을 하는 교육법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10여 분의 졸업파티 장면이다. 시드니 포이티에가 그를 짝사랑하는 여학생 파멜라와 격의 없이 춤추는 장면은 어설프지만 로맨틱하다. 이어지는 루루의 그 유명한 주제가 'To sir with love'가 흐르면 이미 관객들은 눈가가 뜨거워진다. 제자들의 선물을 받고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애써 자제하는 시드니 포이티에의 살짝 흔들리는 표정. 눈물이 쏟아질까 봐 차마 그는 선물을 풀지 못한다. 그 자리를 급히 떠나 교실로 돌아온 그는 또 다른 악동들을 만나게 되고, 아직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그토록 원하던 새 직장의 합격통지서를 찢어버린다. 정말로 가슴 뭉클하다 못해 훌쩍이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사제간에도 쿨하다 못해 사소한 시비로 소송도 불사하는 삭막한 세상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끝까지 제자와 함께 한 진정한 선생님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봤다. 그분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표하고 싶다. 직업 이상의 사명감으로 아이들을 지켜주고 이끌어주시는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5월이다.

조휴정 KBS PD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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