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유치·광역철도 연결..'도쿄의 두뇌' 부상

이근우,정승환,임영신,안병준 2015. 5. 1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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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구소 몰리고 베드타운 기능까지위성도시 붕괴되는 日서 유일하게 성공146개 공원 보행로 연결해 환경도 쾌적

◆ 글로벌 도시전쟁 ⑥ 거점 도시 / 일본 쓰쿠바 ◆

이치하라 겐이치 시장
아침 출근시간인 오전 8시 도쿄 동쪽에 위치한 아키하바라역.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기차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아키하바라역에서 58.3㎞ 떨어진 쓰쿠바역에서 '쓰쿠바익스프레스'를 타고 온 직장인들이었다. 마치 출근시간의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을 방불케 했다. 도쿄역 앞 대표적인 비즈니스 구역인 마루노우치에서 근무하는 사카구치 유코 씨는 "사람들로 북적한 도쿄를 피해 한적하고 공기 좋은 쓰쿠바에 살고 싶었는데 마침 쓰쿠바익스프레스가 개통해 제일 빠른 쾌속선으로 45분이면 도쿄에 도착할 수 있어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내린 텅 빈 쓰쿠바익스프레스의 쾌속선에 올라 편도 요금 1190엔(약 1만700원)을 내고 최대 시속 130㎞로 쓰쿠바시로 향했다. 이번엔 젊은 일본 학생은 물론 학생과 교수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정차역마다 타기 시작했다. 종착지인 쓰쿠바역에 이르러서야 출근 러시 때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인파가 일제히 내렸다. 쓰쿠바대 학생인 마쓰이 고지로 씨는 "요금은 같은 정거장 수를 기준으로 다른 지하철 요금에 비해 3배가량 비싸지만 1시간40분 정도 소요되는 조반선 기차보다는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통학 때 이용한다"고 말했다.

일본 이바라키현 남부 쓰쿠바시 시내 전경. 쓰쿠바대와 연구기관이 들어서고 도쿄와 이어지는 광역급행철도가 개통돼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위성도시로 꼽힌다. [사진 제공 = 쓰쿠바시]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의 쓰쿠바시가 300여 개 대학과 연구기관, 2만명 가까운 연구자가 몰려 있는 기존의 연구학원 기능에 광역급행철도로 도쿄와 연결돼 베드타운 기능까지 흡수하면서 반전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광역철도로 인해 대도시로 사람과 자본이 빠져나가고 도심 내 활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빨대효과'를 우려했으나 오히려 도쿄를 보완하는 도시로서 '상생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쓰쿠바는 신도시들이 텅텅 비어 공실률이 심각한 일본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위성도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전 대덕과 비슷한 도시로 옛 대전엑스포도 1970년대 쓰쿠바엑스포를 롤모델로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이치하라 겐이치 쓰쿠바 시장은 "120여 개국에서 온 7000여 명의 외국인이 쓰쿠바에 살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활동 중인 고급 인력일 정도로 쓰쿠바는 국제화 측면에서도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교육 및 연구 기능은 쓰쿠바시 도시 발전의 핵심이다. 쓰쿠바시는 1962년 일본 정부가 도쿄교육대학 이전을 확정하고 10년 뒤인 1972년 쓰쿠바시에 연구학원도시로 확장해 쓰쿠바대(옛 도쿄교육대학), 국토기술정책종합연구소 등 42개 기관을 이전하기로 승인함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졌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관광지로 유명한 쓰쿠바산을 북쪽에 두고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가스미가우라 호수가 동쪽에 있는 날씨 좋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 '도쿄의 두뇌' 역할을 보완하는 특수 기능을 부여받은 셈이다. 2007년에는 도쿄의 위성도시로서 특례시로 지정됐다. 쓰쿠바시 내 연구학원지구는 남북 18㎞, 동서 6㎞에 펼쳐진 용지 면적만 27㎢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10배에 이른다. 일본 정부 주도 아래 쓰쿠바시 중심에 연구학원 핵심 지구가, 그 주위에 낮은 목조주택 중심의 주거지와 공원 등이 있는 주변 개발지구가 위치해 있다.

특히 쓰쿠바익스프레스역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쓰쿠바대와 국토교통성 산하 국토기술정책종합연구소, 쓰쿠바대학병원, 쓰쿠바기술대학이, 남쪽에는 쓰쿠바스페이스센터 등 60여 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집중해 있다. 기우치 노조무 일본 국토기술정책종합연구소 본부장은 "쓰쿠바역 위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센터가 쓰쿠바 내 교통을 담당하면서 중심지로 부상했고 쇼핑, 레스토랑, 문화시설 등이 포함된 대형 몰이 입점했으며 현재 증축 중"이라면서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이 쓰쿠바시의 발전에 불을 댕겼다"고 말했다.

2005년 개통한 쓰쿠바익스프레스는 기존에 도쿄와 쓰쿠바를 85분이나 걸려 이어주던 조반선을 대체하며 그해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15만700명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28만3600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으며 이 중 60% 이상이 통근, 통학 정기이용객이었다.

자연스럽게 도시 내로 유입되는 인구도 빠르게 증가했다. 1987년 야나베정, 오호정, 도요사토정, 니하리군 사쿠라촌 등 인근 4정촌을 합병한 인구가 약 11만명이었으나 광역철도가 개통된 2005년에는 20만528명으로 2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2만1119명을 기록해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쓰쿠바시는 젊은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쾌적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돋보이는 146개 공원을 48㎞에 달하는 보행자전용도로로 연결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특별취재팀 = 이근우 차장(팀장) / 정승환 기자 / 임영신 기자 / 안병준 기자 / 국토연구원 = 이왕건 연구위원 / 박세훈 연구위원 / 박정은 연구원 / 송지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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