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보장, 얼마면 되겠니

2015. 5. 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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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국민연금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소득대체율 40%는 용돈 연금 수준" 공무원노조 양보로 영세사업자·비정규직 등 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만들어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5)씨에게 국민연금은 '남의 일'이다. 매달 꼬박꼬박 20여만원을 월급에서 떼가지만 김씨는 65살이 되면 국민연금을 얼마나 받는지 알지 못한다. "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뭘 이리 많이 가져가나' 생각만 할 뿐"이라는 김씨는 "매달 돈을 가져가는데 국민연금은 왜 고갈된다는 거죠?"라고 반문했다. 지난 5월6일 만난 김씨는 당시 국회에서 한창 논쟁 중이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은퇴 뒤가 걱정되기는 하는데…."

공무원연금·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이 있었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새누리당이 합의안에 소득대체율을 넣는 것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공무원 연금액을 깎기로 하고, 국민은 은퇴 뒤 연금을 10%포인트 더 받을 수 있게 했던 합의안은 휴지 조각이 됐다.

여론은 잠잠하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게 국가재정을 위협한다는 보수 언론의 질타가 먹혔는지, 소득대체율 상승이 무산된 것에 대해 사람들은 별달리 반응하지 않는다. 김씨처럼 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게 대부분이다.

생활정치 마당에 등장한 국민연금

국민연금 문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만 논의될 사항이 아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2.9%(2014년 발표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노인이 가난한 이유는 국민연금 등 공적 노후 소득보장제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많아지는 초고령사회도 눈앞에 두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은퇴한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릴 순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의 문제로 다가오는 셈이다. 토론은 이제 시작됐다. 국민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부담을 현세대가 질지, 후세대가 질지, 정부가 질지 논의하는 '생활정치'가 열렸다. 그 핵심을 정리했다.

① 국민연금은 누구나 가입해야 하나

국민연금은 회사에 다닌다면 모두 가입해야 한다. 보통 입사 서류를 내는 동시에 4대 보험(고용·산재·건강·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국민연금법은 한 명 이상의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의 18살 이상 60살 미만의 노동자와 사용자는 '당연히' 가입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당연히' 가입 안 해도 되느냐, 그것도 아니다. 법은 "사업장 가입자가 아닌 자로 18살 이상 60살 미만인 자는 '당연히' 지역가입자가 된다"고 했다. 전 국민 모두를 가입 대상으로 포괄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성아무개(37)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국민연금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지 않고 살다보면 돈이 필요할 듯해서 바로 빼 쓸 수 있는 저축을 더 선호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으면 은행대출과 사업 응모 등에 불이익이 많았다." 성씨는 지역가입자로 가입했다.

국가가 이처럼 가입을 강제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납부했다가 은퇴 이후 또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거나 숨졌을 때 본인이나 유족에게 매달 연금을 지급해 기본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연대를 통해 서로 보조하는 제도이다보니, 기업이든 개인사업자든 소득이 있으면 모두 가입하게 만들었다.

소득이 없다고 가입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전업주부나 무직자도 임의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임의가입자는 한 달 8만9100원 이상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매달 꼬박꼬박 돈을 내는데 왜 국민연금 기금은 고갈되는가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입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 모인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482조원(2015년 2월 기준)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 기금과 수위를 다툴 만큼 크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동안 내는 돈보다 은퇴 뒤 받아가는 돈이 더 많게 설계한다.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아둔 기금으로 수익을 내더라도 어느 시점이 되면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최근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보험료를 내는 젊은이는 줄어들고 연금을 받아가는 노인은 급속하게 늘고 있다. 기금 고갈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갈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 고갈 예상하고 설계한 것

제도 설계 자체의 결함은 아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1988년 국민연금을 설계했던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얘기한 것을 보면 '처음에 제도 설계를 할 때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15%(현행 9%)까지 인상하고 적립금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것으로 구상했다'고 말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즉, 국민연금을 만들 때부터 기금 고갈을 예상하고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 9%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기금은 2060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갈 시점은 추계일 뿐이다. 경제 상황이나 출산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김연명 교수는 "기금 고갈은 장기적인 그래프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2030년 또는 2040년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등 해결책을 내놔야지, 정부가 지금부터 '기금 고갈'을 얘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불안감만 준다"고 주장했다.

③ 여야가 싸우는 소득대체율 50%의 의미는 무엇인가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묶인 국민연금 개혁안이 무산된 것은 소득대체율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에 40년 동안 가입했을 때를 기준으로 가입자가 노후에 소득의 몇%를 연금으로 지급받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국민연금은 본인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납입하면 본인 소득의 50(2008년 기준)~40%(2028년 기준, 해마다 0.5%포인트씩 감소)를 지급받는다. 예를 들어 월평균 수입이 200만원인 사람이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하면 그는 65살 이후 연금으로 100만~80만원을 받는 식이다.

소득대체율은 처음 국민연금을 설계할 때엔 70%로 정했지만 1998년 60%로 줄였다. 이를 2007년 참여정부 때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40%로 더 하향시켰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40%는 노후생활을 보장하기에 너무 낮으니 50% 수준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소득대체율 40%는 '용돈 연금'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거와 교육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볼 때 40% 수준의 연금은 노후생활을 보장할 만큼 충분한 금액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월평균 275만원 정도를 버는 회사원 이아무개(36)씨의 경우 65살 이후 매달 87만원의 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입 기간이다. 87만원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이씨가 40년 가입 기간 동안 보험료를 꾸준히 내야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소득대체율 40%는 '용돈 연금'?

김대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국민연금 장기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경기 하락에 따른 청년실업, 50대 베이비부머의 조기퇴직 등으로 근로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실제 국민연금의 가입 기간이 40년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실제 수급자의 급여 수준은 2008년 현재 가입자 평균소득의 9.5%에 불과해 다른 선진국의 공적연금 급여 수준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보험료다. 줄 돈이 늘어나면 당연히 걷을 돈도 늘어나야 한다. 정부는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우려된다고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 정도 올리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을 올려 기금을 소진시켜버리면 2060년에 가서는 보험료를 23.5%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세대가 적립한 기금을 다 써버리면 후세대가 너무 과중한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정부가 '공포마케팅'을 하고 있다. 후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은 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어 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더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기초연금으로 부담해야 할 돈의 규모를 넉넉히 잡아도 국내총생산(GDP)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OECD 28개국은 2050년에 연금으로 GDP의 11.7%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부담해야 할 규모가 크지 않다"고 했다.

소득대체율 논의는 '복지에 돈을 얼마나 쓸지(재정), 쓰일 돈은 누가 낼지(증세), 어디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할지(무상 복지)' 등 대형 논쟁으로 불붙을 소지가 충분하다.

④ 나는 국민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나

현재 소득대체율 수준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연금공단 누리집에 공인인증서로 접속한 뒤 '내 연금 알아보기'로 들어가면, 그동안 냈던 보험료와 함께 예상 연금액을 알아볼 수 있다.

대략의 예상 연금액을 파악하기 위해 비슷한 연령대의 사무직 노동자와 공장노동자, 개인사업자의 예상 연금액을 뽑아 비교해봤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이는 공기업에서 일하는 나아무개(36)씨였다. 월급통장에 평균 340만원 정도 찍히는 나씨는 40년 가입 기간을 채울 경우 99만7780원(이하 현재 가치 기준)을 받는다.

다음은 공장에서 일하는 심아무개(41)씨였다. 심씨는 사내 하청업체에 소속된 정규직 노동자다. 상여금과 보너스를 합쳐 월평균 300만원 정도 받는다는 그의 예상 연금액은 74만1840원이었다. 심씨는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가 일했던 업체들은 폐업과 휴업을 반복해 그의 공장 생활은 나씨보다 길지 않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이 받는다. 심씨는 "국민연금은 매달 나가는 돈이 아쉬워도 회사에서 보험료의 절반을 내주니 손해는 안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 돈 달라도, 받는 돈 비슷하게

개인사업자 성아무개(37)씨의 예상 연금액이 가장 적었다. 성씨의 예상 연금액은 56만5800원이었다. 나씨의 예상 연금액 절반보다 조금 많다. 그림을 그려 출판사에 납품하는 일 등을 하는 성씨의 수입은 연 3천만원 정도라고 했다. 30대 들어서야 수입이 많아져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게 얼마 되지 않아 예상 연금액이 적게 나왔다. 20대에 정규직 일자리로 들어간 노동자가 다른 이에 견줘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잘 준비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소득재분배 효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씨가 다른 이에 견줘 훨씬 더 많은 보험료를 냈지만 그가 나중에 받아가는 돈은 그 차이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1999~2007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월평균 50만원을 버는 이가 연금보험료를 꾸준히 내면 그는 낸 보험료의 4배를 나중에 돌려받는다. 월평균 189만원을 버는 노동자는 국민연금으로 1.9배를 돌려받는다. 수입이 월 389만원 이상인 경우는 낸 금액의 1.4배만큼 돌려받는다.

⑤ 사각지대는 없나

소규모 사업을 하는 손아무개(35)씨는 몇 년째 연금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월급 주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챙기기는 힘들었다. 손씨는 국민연금공단에 '형편상 보험료를 내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의 예상 연금액을 검색해보면 0원이다. 손씨는 열심히 일하고도 노후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인터넷 설치 기사인 김아무개(41)씨도 예상 연금액을 계산해보니 나중에 크게 도움이 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인터넷 설치 업체에서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려고 기사들 4대 보험 드는 것을 기피했다. 그나마 국민연금을 든 기사들도 자기 돈으로 보험료를 부담하거나, 최저임금 수준으로 가입해야 했다." 회사는 노동자와 절반씩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적게 납입된 보험료는 나중에 얼마 돌아오지 않는다.

이처럼 불안정노동자 등은 연금 사각지대에 존재하거나, 가입해 있더라도 임금이 낮고 고용 기간이 짧아 실제 연금 수령액이 적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를 보면, 실질적 보험료 납부자는 가입자 가운데 65.4%로 총인구의 절반 정도는 공적연금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인구 절반은 연금 사각지대 놓여

새누리당이 깨버린 여야 합의문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을 보면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발생하는 총 재정 절감액의 20%를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되는 공적연금 제도 개선에 활용"한다고 했다. 저소득층, 비정규직 또는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급여율(소득대체율) 인상의 혜택은 주로 중간계층 이상에게 돌아간다. 합의안에 사각지대 재원 대책이 포함돼 있지만 구조적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기초연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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