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앞두고 서울 고속터미널 꽃시장 가봤더니 .. 중국산 카네이션 많이 늘었네

2015. 5. 7. 16: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품목에서 카네이션은 한표도 얻지 못했다.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다는 일도 이제 '옛말'이 됐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카네이션까지 늘면서 국산 카네이션 생산농가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7일 오전 국내 최대 화훼시장인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꽃 도매상가를 찾았다.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오전 6시께 지하철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내렸다. 1번 출구로 나와 경부터미널 건물 3층으로 올라가니 꽃시장이 곧바로 나왔다. 입구로 들어서자 진한 꽃 향기와 풀 냄새가 풍겨왔다. 이른 아침부터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저마다 신문지로 감싼 꽃다발을 들고 다녔다.

고속터미널 꽃 시장은 밤 12시에 문을 열어 오후 1시쯤 폐장한다. 도매상인들은 주로 꽃이 들어오는 늦은 밤 이 곳을 찾는다. 꽃이 들어오는 날은 월, 수, 금요일이다.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오전 9시부터 폐장 전까지다. 조금 한적하게 꽃을 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오는 게 좋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꽃시장은 다양한 카네이션으로 가득했다. 붉을 줄만 알았던 카네이션은 품종별로 색도 다양하고 생김새도 조금씩 달랐다. 붉은 빛의 그랜드슬램부터 와인에 물든 듯한 비퍼와인, 연노란색의 리버티까지 카네이션의 이름도 다양했다.
 
꽃시장을 한 바퀴 돌며 카네이션 가격을 물어봤다. 같은 품종의 카네이션이라도 상가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랐다. 꽃의 개화 정도, 수요에 따라 가격이 계속해서 변동한다고 한다. 중간 중간 중국산이라고 표기된 카네이션이 보였다. 중국산이 대부분인 남대문 대도 꽃 도매상가에 비해 고속터미널 꽃시장은 국내산 카네이션이 더 많은 듯했다. 
 
현행법상 수입산 절화류는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 해야 한다. 카네이션, 장미, 백합 등이 절화류에 속한다. 소·도매시장이다 보니 한 단을 기준으로 꽃을 판다. 보통 꽃은 한 단에 열 송이이다. 카네이션은 한 단에 스무 송이다. 중국산 카네이션은 한 단에 평균 8000원, 국내산은 1만원부터 2만 원까지 다양했다.

국내산과 중국산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중국산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장안원예의 젊은 주인은 “과거 국내산 카네이션의 점유율이 훨씬 높았는데 최근 들어 중국산 카네이션의 품질이 좋아지고 가격이 저렴해 중국산 점유율이 높아하고 있다” 며 “국내 화훼농가도 예전보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이 많이 안보이는 이유는 전날 이미 물량이 다 빠져 잘 안보이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3 화훼지배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카네이션 생산량은 4595만 본으로 2005년 1억2297만 본에 비해 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네이션 수입액은 45% 증가했다. 2003년 총 수입액중 8% 불과했던 중국산은 2013년 30%까지 높아졌다.

꽃시장은 졸업시즌인 2월과 가정의 달 5월이 대목이다. 하지만 꽃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계속줄어들어 2월과 5월 특수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17년 동안 꽃장사를 해온 정아원예의 사장은 “지난해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해 매출이 급감했다” 며 “올해도 경기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작년보단 훨씬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카네이션을 오래 보관하는 법을 물었다. "많은 플로리스트들이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화병에 물을 채울 때 설탕을 조금 섞어주면 꽃이 조금 더 오래 간다"고 답했다.

카네이션 한 다발을 들고 다니며 꽃시장을 돌아다니는 젊은 남성이 보였다. 어머니에게 줄 카네이션을 사러 아침 일찍 왔다는 김준현 씨(23)는 "꽃집보다 훨씬 싸 꽃시장에 왔다" 며 "꽃은 돈낭비라고 하시면서도 드리면 좋아하셔 매년 꽃을 사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꽃시장에서 나왔다. 옷에는 향긋한 꽃냄새가 배어있었다. 예전에 비해 카네이션 소비가 줄어들었지만 꽃시장은 여전히 그 의미와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넘쳤다.

임지혜 한경닷컴 인턴기자ope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