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 못 받았다" 상속 재산訴訟, 10년새 5배로

양은경 기자 2015. 5.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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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간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부모에게도 소송 "경제 사정 악화 때문인 듯" 의절 염두에 두고 다퉈 조정 통한 타협도 어려워

최근 아버지를 여읜 40대 주부 A씨는 아버지 소유의 건물이 오빠 명의로 넘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아버지가 사망 1년 전 자기 소유의 2층짜리 건물을 오빠에게 넘긴 것이다.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도 오빠에게만 사업지원금 명목 등으로 돈을 줬던 터라 불만이 많았던 A씨는 이 건물을 되찾을 방법을 찾다가 결국 오빠를 상대로 유류분(遺留分)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유류분 반환청구란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이 몽땅 넘어간 경우 다른 상속인이 '내 몫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 법정에 서게 된 A씨는 그간의 불공평했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방청석에 앉아 있던 올케가 벌떡 일어나 "아버님이 원해서 우리에게 주신 건데 도대체 왜 지금 와서 이러는 거예요"라고 소리 질렀다. 재판장이 "당사자도 아니니 조용히 하시라"고 타일렀지만 올케는 계속해 소리쳤고, 결국 법정 경위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 소송 이후 A씨와 오빠는 의절했다.

자식들이 부모 재산에 대해 '내 몫'을 주장하며 형제자매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 가족 간 재산 분쟁의 대표적 유형인 유류분 반환청구의 경우, 2005년 158건에서 2006년 202건, 2007년 284건으로 점차 늘다가 2014년에는 811건을 기록했다〈그래픽 참조〉. 과거엔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던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엔 '소송 시효가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 서둘러달라'며 변호사를 독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은 재산이 부당하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만 제기할 수 있다.

부모 재산을 둘러싼 다른 분쟁들도 자주 눈에 띈다. '부모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형제자매에게 등기를 넘겨줬다'며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내는 것이다. 이 경우 판단력이 온전한지 가리기 위해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를 법정에 앉혀 놓고 신문을 하기도 한다. 또 어머니가 어렵게 모은 재산으로 건물을 마련해 아버지 명의로 등기를 했는데, 아버지가 사망하자 건물을 공유(共有)하고 있던 자녀가 '내 몫을 나눠달라'며 공유물 분할 소송을 내는 경우도 있다. 건물을 반으로 가를 수가 없으니, 건물에 살고 있던 어머니는 부동산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당장 갈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경제 사정이 어렵다 보니 장성한 자식들이 부모나 형제자매를 상대로 재산 분쟁을 벌이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한다. 강치훈(42) 변호사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의 경우 일단 소(訴)를 제기하기만 하면 얼마간이라도 돌려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식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소송이 벌어지면 가족 간의 묵은 감정이 폭발하면서 법정이 난장판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또 송명호(42) 변호사는 "생활이 어려워서 그런지 불화를 감수하더라도 자기 몫을 강력히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 간 재산 분쟁이 최근 3년간 15~20%는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관들은 의절을 염두에 두고 하는 싸움이다 보니 조정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또 수십억원대 자산을 두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평생을 모아 마련한 작은 건물 한 채를 놓고 맞붙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과적으로 가족 중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지만,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정의(正義)인가' 고민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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