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원 연세대교수 "연구논문만큼 악보도 쌓여.. 가슴에 새긴 35년의 꿈 노래"

2015. 4.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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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세대 대표곡 '연' 만든 조진원 연세대교수 새 앨범 발표

[동아일보]

첫 단독앨범 발표를 앞둔 27일 조진원 교수가 연세대 캠퍼스 안 청송대에서 기타를 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맘마저 날아라∼.”

‘7080’ 시대 대표곡 ‘연’의 작사, 작곡가로 잘 알려진 조진원 연세대 언더우드특훈교수(시스템생물학과 교수·57)가 30일 첫 정규앨범 ‘아빠의 노래는 별이 되어’를 발표한다. 1980년 여러 명이 함께 낸 ‘사랑의 듀엣’ 이후 앨범 발매는 35년 만이고 단독앨범은 처음이다.

조 교수는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새 앨범에 고스란히 담았다. 타이틀 곡 ‘아빠의 노래는 별이 되어’에서 조 교수는 “수현아, 정수야” 하고 실제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잘 지내니, 힘들지 않니, 아빤 매일 걱정이구나” 하는 애틋함을 나타냈다.

27일 연세대에서 만난 조 교수는 “여태 학교에서 연구와 수업에 매진하느라 막상 아이들과 지낸 추억이 별로 없다”며 “이 시대 아빠들은 모두 이런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에 하나둘 떠나는 사람도 생겼다. 하지만 슬픈 심정을 남들에게 털어놓기는 어려운 나이가 됐다. 혼자 읊조릴 수밖에 없는 슬픔은 노래 ‘그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에 실었다. 가수 이장희 씨는 이 곡을 “애절하고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어 내 가슴을 쳤다”며 “몇 번이고 듣고 또 들었다”고 추천했다.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도 있다. 조 교수는 “똥강아지 왔냐”며 반겨주시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할미꽃’을 지었다. 또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교정에 핀 벚꽃을 보며 “우리 벚꽃 불 지르러 가자!”라고 외쳤던 대화도 그대로 가사에 옮겼다. 우리 삶의 다채로운 순간을 담은 가사만큼 곡의 장르도 포크와 발라드, 로큰롤, 퓨전국악 등 다양하다.

‘연’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아’, ‘얼굴 빨개졌다네’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유명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던 조 교수는 학위를 마친 뒤 1996년 생물학자가 돼 모교인 연세대로 돌아왔다. 달콤한 ‘당(糖)’을 연구했지만 초기에는 달콤하지 않은 날이 많았다. 당 연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가 풀리지 않는 날이면 조 교수는 어김없이 연구실 한쪽에 놓인 기타를 둘러멨다. 조 교수는 “음악은 연구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에 앉아 기타를 치다가 갑자기 새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도 있다. 원래 복잡한 당 사슬을 연구해 왔지만 분자 하나로 된 당을 떠올린 것이다. 이 당의 이름은 ‘오글루낵’. 오글루낵은 당 사슬보다 분석방법이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이 물질은 세포 안에서 신호 전달물질로 쓰이는 ‘인산’과 경쟁한다. 영양상태가 좋다면 단백질에는 인산 대신 오글루낵이 붙는다. 작은 분자 하나가 생체현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조 교수의 오글루낵 연구는 2006년 큰 성과를 냈다. 암세포를 차단하는 핵심 단백질인 ‘p53’과 당뇨 합병증의 상관관계를 밝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것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조 교수의 연구도 술술 풀려 나갔다. 2013년에는 언더우드특훈교수로 임명됐고 2017년에는 국제복합당질학회의 회장이 된다.

연구에 매진하는 동안 기타를 잡고 써 내려간 악보도 쌓여 갔다. 조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이들을 한 편의 앨범으로 묶기로 했다. 이번 정규 1집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사실 지금껏 히트곡은 많이 썼지만 정작 앨범을 낸 적은 없다.

앨범을 낸다고 하니 축하와 함께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언더우드특훈교수인 만큼 연구와 교육에 더 매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조 교수는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아르망 트루소의 명언을 들어 답했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학과 예술은 모두 창의력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것이죠. 저의 작은 일탈이 학생들에게 갇힌 사고와 고정관념을 허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요.”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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