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 산악열차] 융프라우..하늘을 받쳐든 얼음궁전, 열차타고 오르다

2015. 4. 2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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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가장 높은 역..융프라우요흐에 가면아이거북벽·빙하..얼음세계가 유혹하고아랫마을 내려다보면 오색창연한 봄꽃 활짝

강렬한 색의 대비는 기억의 매개다. 눈이 지치도록 파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흰 봉우리, 그 사이에서 검은 궤적을 그리며 빙벽 아래를 가로지르는 붉은 열차는 한 장의 엽서처럼 융프라우를 추억하게 만든다.

이방인들이 융프라우를 끝없이 연모하는 것은 매혹적인 풍광과 함께 어우러지는 경외감 때문이다. 신이 만들어낸 영험한 봉우리들과, 자연과의 사투 끝에 들어선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에서는 묘한 감동이 뒤엉킨다.

인터라켄을 출발한 열차가 라우터브루넨, 벵엔을 거쳐 클라이네샤이데크에 멈추면 가쁜 숨고르기가 이어진다. 클라이네샤이데크는 '유럽의 정상'으로 불리는 융프라우요흐역(3454m)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산악 액티비티의 아지트인 그린델발트와 폭포마을 라우터브루넨으로 갈라졌던 철로는 다시 이곳 간이역에서 만난다. 클라이네샤이데크는 봄 스키를 즐기기 위해 부츠를 신고 역을 서성이는 사람들과 융프라우요흐에 오르기 위해 차 한 잔의 휴식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수많은 등반가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거 북벽이 역 뒤에 침묵하며 서 있고, 그 옆으로 묀히 융프라우가 나란히 도열해 있다.

이곳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이르는 수직 1393m 구간은 붉은색 톱니바퀴 열차가 달린다. 아이거와 묀히의 암반을 뚫고 완공된 철로는 100년 세월을 훌쩍 넘어섰다.

융프라우요흐 정상은 빙하와 동굴의 세계다. 융프라우요흐에 위치한 전망대 스핑스에서 내려다보는 정경은 압권이다. 알프스에서 가장 긴 알레취 빙하(24㎞)는 섬 같은 봉우리 사이를 헤치고 흰 강처럼 뻗어 있다. 알레치 빙하는 국경 넘어 프랑스 산악지역과 독일의 흑림까지 연결된다.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는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목록을 뒤져보면 빼어난 산세, 빙하와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는 날씨 변화 등을 등재 사유로 적고 있다. 궂은 날씨와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융프라우를 알현하는 감동은 평생 지우지 못할 추억이다.

최근에는 정상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조바심을 낼 필요조차 사라졌다. 열차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융프라우요흐에는 융프라우 파노라마와 알파인 센세이션이 문을 열어 암벽 속 터널을 거닐며 봉우리의 풍광과 산악열차의 역사를 더듬을 수 있게 됐다. 궂은날에도 360도 입체 화면을 통해 빙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으며, 얼음궁전까지 무빙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알파인 센세이션에서는 시간을 거스른 융프라우의 역사를 음미하는 게 가능하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열차 시간에 쫓겨 내부만 휙 둘러보고 떠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야외 스노펀 지역에서는 한여름에도 스키와 눈썰매 체험장이 펼쳐진다. 그윽하게 레스토랑에 앉아 설경을 벗 삼아 뜨거운 커피 한 잔과 스위스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도 꽤 유쾌한 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콜릿 공장인 '린트 초콜릿 월드'도 최근 문을 열어 직접 제조과정을 엿보고, 고도 3000m에서 만들어진 초콜릿을 맛보는 독특한 체험도 곁들여진다. 봄이 오면 융프라우를 둘러싼 알프스는 호흡이 빨라진다. 수백 종의 야생화들이 몸을 열면서 하이킹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벵엔, 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 등 산악마을에서 느끼는 봉우리들의 느낌은 한층 더 선명하고 가깝다. 산악열차들은 마을에 깃든 '완급의 미'와 조율을 같이한다. 알프스의 '흙'을 밟고 '향기'를 맡는 상상 밖의 일들이 이곳에서는 편리하게 진행되는데 이 일대에만 총 200㎞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흩어져 있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아이거글레처역에 하차해 클라이네샤이데크까지 '아이거 워크' 길을 거니는 코스가 수월하고 담백하다.. 땅거미가 내리면 산악마을 야외 카페에 앉아 이곳 전통맥주인 루겐브로이 한 잔을 마신다. 아이거 북벽과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겨우내 지친 눈덩이가 녹아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속에서 알프스 정상으로 별이 쏟아지는 정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융프라우는 지우지 못할 진한 사연이 된다.

▶▶여행메모 ▷가는 길〓취리히까지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 중이며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지역을 경유하는 항공편도 매일 뜨고 내린다. 중동 경유 항공편의 경우 취리히 외에 제네바도 취항해 출발, 도착이 한결 편리하다. 알프스여행의 거점도시인 인터라켄에서 라우터브루넨과 그린델발트를 경유해 융프라우요흐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한다.

▷숙소〓산악마을의 호텔들은 스키시즌이 지나는 5월부터 저렴해진다. 벵엔역 인근의 빅토리아라우버호른 호텔은 남녀혼용의 사우나 시설 등 부대시설이 탁월하다. 그린델발트의 벨베데레호텔은 아이거를 바라보며 하룻밤을 청할 수 있다.

▷기타 정보〓융프라우 일대의 산악마을들을 구석구석 즐기고 싶다면 철도 노선을 1~6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VIP 패스를 구입하면 저렴하고 편리하다. 상세한 현지 정보는 융프라우철도 한국사무소(www.jungfrau.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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