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여성기업, 공공구매시장 발 못 붙인다

전병윤 기자 2015. 4. 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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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최대주주면서 대표'로 기준 강화.."전문성 갖춘 CEO는 제외해야" 반론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여성이 '최대주주면서 대표'로 기준 강화…"전문성 갖춘 CEO는 제외해야" 반론도]

#여성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A중소기업은 지난해 정부에 '여성기업확인서' 발급을 신청했다. 공공기관이 여성기업의 제품을 구매해주는 공공구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다. 정부로부터 위임을 받은 여성경제인협회는 A사가 여성기업으로서 자격을 갖췄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실사를 나갔다. 알고 보니 여성 대표는 A사 오너의 딸로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속칭 '바지 사장'이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 이같은 '위장' 여성기업들이 속출하자 중소기업청이 여성기업의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여성기업법상 여성기업의 조건은 '여성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으로 돼 있는데 이를 '여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으로 개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최대주주인 동시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어야 여성기업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이병권 중기청 공공구매판로과장은 "공공기관이 여성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를 악용할 목적으로 부인을 대표로 앉히고 실제 경영은 남편이 하는 사례들이 적발돼 왔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여성이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 전문성을 갖춘 사장으로 재직해야 여성기업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올 하반기에 법을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물품 구매나 용역을 의뢰할 때 전체 구매액의 5%를 여성기업에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하고, 공사에 대해선 전체의 3% 이상을 여성기업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구매액은 5조4900억원이었고 올해 목표치는 전년보다 2400억원 늘어난 5조7300억원이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구매액이 늘고 있는데다 제도적 지원도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손질하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제품 구매 의무비율이 시행되고 1대 1 수의계약이 가능한 금액도 종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안정적인 공공구매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위장 여성기업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기업확인서 발급을 신청한 8767건 중 실사를 통해 위장 여성기업으로 들통난 사례는 792건으로 전체의 9%에 달했다. 또 60건은 여성기업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 전체 신청건수 중 10%인 852건이 여성기업으로 인정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둔 셈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난해말 여성기업확인서를 발급 받은 업체는 1만4427개로 이 중 절반 이하만 공공구매 계약을 체결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무늬만 여성기업을 골라내고 혜택도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전문성을 갖춘 여성이 대표이사로 있고 실제 경영권도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여성기업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한 여성기업 대표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긴했지만 여전히 고위직 진출 비율은 턱없이 낮은 실정"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현행 기준을 유지하되 위장 여성기업을 골라낼 검증 수단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병윤 기자 byje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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