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년 특별 기고]<下>'구멍 숭숭' 건축-소방법, 화재 참사 부채질
[동아일보]
이창우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연구위원 숭실사이버대 교수 |
지난해 4월 전 국민을 허무하고 분노하게 만든 세월호 사고는 경제논리에 밀린 안전의식과 불법증축, 과적화물, 형식적인 안전점검이 빚은 인재였다. 이 모든 조건들이 한날 한 시점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꽃다운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이 안타까운 희생을 당했다.
1층 음식-제과점 안전점검 제외
세월호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 달 뒤,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올해 1월에는 경기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는 개인 부주의로 불이 나 5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매일 115건이 넘는 화재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화재로 하루 1명꼴로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한다.
현행 23개 업종에 약 19만 곳에 이르는 다중이용업소는 화재 예방을 위해 소화설비의 설치와 소방교육, 안전점검뿐만 아니라 화재 때 피해자 구제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점과 제과점 등 5개 업종은 1층에 있으면 안전점검 대상도 아니고 피해 보상을 위한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1층은 다른 층과 달리 바로 피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한 전남 담양 펜션 화재처럼 야외인데도 대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피해가 엄청나게 커진 의정부 아파트 화재처럼 1층에서 불이 나도 굴뚝효과로 계단 등 수직공간을 통해 유독가스가 퍼져 높은 층에서도 인명 피해를 불러온다. 특히 다중이용업소 상당수는 대피공간이 좁고 불에 타는 소재가 많아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예외를 인정받는 음식점 제과점 등은 늘 화기(火器)를 사용하는 업종이므로, 사고예방과 사후 보상체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1층에 위치해 있다고 예외로 보는 현재의 법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법의 구조적 모순도 지나칠 수 없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4호'에는 소방 전기 정보통신 문화재수리의 공사가 건설업 범위에서 제외됐다. 그렇지만 건설업의 공종 이기주의에 막혀 소방시설공사업법에서는 공사의 도급에 관한 규정을 따로 정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실제로 소방공사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건설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업체는 소방면허만 보유하고 입찰에 참여한다.
소방시설들 저가하도급 시공
최근 3년간 공공기관의 발주금액 대비 하도급 평균 금액을 보면 대형 건설업체는 소방공사를 발주금액의 약 87%로 낙찰받아 실제 시공하는 소방공사업체에 약 52% 저가에 하도급을 주고 있다. 소방시설 미작동 대상을 분석해 보면 최근 3년 화재 발생 중 소방시설 미작동이 19.7%에 이르렀고 2012년 소방시설 종합정밀 점검 결과 40%가 불량으로 개·보수 시정조치를 받았다. 이는 소방시설공사가 일괄 발주돼 저가하도급으로 시공됐다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는 방화문과 방화셔터 등 건물 내 방화구획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건축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지하 1층, 지상 4층 이하 건축물에는 직통 계단을 설치할 수 있어 거실과 계단실 사이에 방화문을 두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불이 났을 때 계단으로 피하면 위험할 수 있다.
같은 시행령 제35조는 지하 2층, 지상 5층 이상 건축물에 피난계단을 설치하도록 했다. 피난계단은 닫힐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퓨즈 타입의 방화용 닫힘 장치를 적용할 수 없도록 2010년 4월 개정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건축물에 여전히 이 장치가 설치되고 있다. 또 피난계단 지상 1층(피난층)의 거실과 계단실 사이에 방화문이 설치돼야 하지만 많은 건축물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불이 나면 연기를 차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건축물의 모든 계단은 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을 설치하도록 법규를 강화하고 계단과 거실 사이의 피난 동선에는 방화셔터 대신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계단의 모든 방화문은 화재 때 자동폐쇄장치를 적용하는 것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창우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연구위원 숭실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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