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입장 마세요"..살아남은 학생들의 1주기 추모

안산 2015. 4. 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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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안산 고교생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 "기억할게, 노력할게"

[머니투데이 안산=김현정 기자] [[르포]안산 고교생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 "기억할게, 노력할게"]

세월호 사고 후 1년, 잊혀져가는 사람들만이 자리를 지키던 안산합동분향소에 교복을 입은 일련의 무리가 나타났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웃고 떠들 나이지만 이 날만큼은 말이 없었다. 침묵은 도보행진이 진행된 1시간여 동안 깨지지 않았다. 아무도 말하는 이 없었지만, 이들의 마음은 단 하나 '친구들을 잊지 말아달라' 온몸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10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 '기억, 희망을 노래합니다'가 열렸다. 지난해 5월 9일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찾은 이 곳에서 안산고교회장단연합(COA)과 안산고등학교 학생들은 그날의 아픔을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본 추모제에 앞서 학생들은 오후 5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문화광장까지 약 3km의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은 초저녁, 바람이 제법 쌀쌀했지만 학생들은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추위보다 더 큰 슬픔에 잠겨 있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도보행진을 하던 안산강서고등학교 최 모군(15,남)은 "여기 모인 모든 학생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친구들일 것"이라는 짧은 말로 모든 감회를 전했다.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겠느냐는 표정이었다.

이 때 행렬의 맨 뒤에서 학생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박 모씨(26,여)는 "다들 단원고 학생들의 친구들일텐데 학생들이 뜻을 모아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는 것이 대견하다"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학생들과 뜻을 함께 하고 싶어서 왔다는 그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오후 7시 김도윤(부곡고 3년) 안산고교회장단연합회장의 추모사로 본 추모제는 시작됐다. 그는 "저희가 배워온 공부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친구들의 죽음을 잊으라고 하시는 걸까요"라고 반문한 뒤 "어른들이 우리의 희망과 본보기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자유발언을 위해 올라온 한 남학생은 "아직도 친구들의 사진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난다"며 "하늘의 별이 돼 먼저 떠났지만 우리는 영원히 너희를 기억하고, 너희의 꿈이 헛되지 않게 노력할게"라고 울먹였다. 수천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찬 광장은 숙연해졌고, 학생들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그날의 아픔을 회상했다.

행사의 주인공은 학생들이었지만 행사장 뒤편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주변에 살고 있어 잠시 들렀다는 한 남자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외부인을 차단한 것은 차라리 잘한 것 같다"며 "덮어놓을 수 없는 문제인데 잘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끝나갈 무렵에 우연히 추모제를 보게 됐다는 한 연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들은 "입장까지 거부하는 걸 보면 학생들이 어른에 대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추모제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풍선 날리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최승혁 안산고교회장단연합 언론홍보담당 학생은 사전 전화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순수하게 추모하자는 취지"임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적인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의 모습에서 순수한 의지가 왜곡돼 받은 학생들의 또 다른 상처가 보이는 듯 했다.

안산=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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