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도 못살리는 평일예능?

2015. 4. 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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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시청 줄고 종편까지 출범하며 지상파 평일 편성 경쟁력↓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예능계의 블루칩 유재석이 진행하는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지난 3월 31일 화요일 밤 11시 10분 첫 방송됐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 시청률은 5.1%(전국기준)로, 3월 24일 동시간대 방송된 <룸메이트2> 마지막회 시청률 5.3%보다 하락했다. 유재석의 이름이 걸린 예능임에도, 시청률 반등은 없었다.

이 장면, 왠지 낯설지 않다. 월요일 밤 11시 편성됐던 MBC <놀러와>가 2012년 말에 폐지될 당시 유재석은 3~4%라는 처참한 시청률 성적을 마주해야 했다. 400회를 넘겼던 <놀러와> 최고시청률은 24.8%(58회)였다. 지난해 금요일 밤 11시 편성됐던 KBS 2TV <나는 남자다>에서도 유재석은 평균 5%대의 시청률 성적표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3일 KBS 2TV <해피투게더> 시청률은 이민호와 열애설로 화제의 중심에 오른 '미스에이' 수지의 출연에도 시청률이 6.4%에 그쳤다. 이제 유재석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답은 '노'(No)다. 3월 28일자 MBC <무한도전>은 13.2%, 3월 29일자 <런닝맨>은 10.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말예능의 경우 모두 두 자릿수를 넘고 있다. 이제 짐작할 것이다. 유재석이 아니라, 지상파의 평일 밤 시대가 끝난 것을.

▲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유재석. ⓒSBS

유재석을 통해 본 지상파 평일시간대의 경쟁력 붕괴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시청자들이 실시간 시청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클라이언트서비스 부장은 "젊은층은 점점 퇴근시간이 늦어지며 본방송 대신 VOD다시보기를 택하는 습관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성연 부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청자가 점점 실시간 방송에서 멀어지고 있다. 유재석이 나온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상파의 주 시청층인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오후 10시도 안 돼 TV를 끄고 잠이 드는 이들이 많다는 게 황성연 부장의 설명이다. 그나마 늦게까지 TV를 시청하는 중장년층의 경우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늘고 있다. 황 부장은 "지상파 시청층이 고령화되고 VOD등 시청패턴이 다양해지며 평일 밤 지상파의 시청률 하락은 불가피했는데 여기에 종편과 케이블이 성장하며 시청률 하락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일요일 오후 편성되던 SBS <룸메이트2>를 보자. 젊은 시청자를 겨냥했던 <룸메이트2>는 일요일 오후 편성 당시 평균 7~8%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화요일 밤 11시 편성으로 변경된 이후 시청률이 3%~4%대로 하락하며 조용히 종영했다. 순전히 시간대 변경만으로 시청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는 앞서 말한 시청패턴의 다양화가 배경이기도 하지만 평일시간대 종합편성채널의 경쟁력과도 관련이 있다.

유재석의 <동상이몽> 첫방송 당시 동시간 대 종편의 편성 및 시청률을 보자. 채널A는 미스테리물 <모큐드라마 싸인>을 내보내며 2.7%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기준)을 기록했다. MBN은 생활 속 건강정보를 다루는 떼토크 <엄지의 제왕>을 편성해 3.3%를 기록했다. JTBC는 연예인이 고등학생이 되어 생활하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편성해 1.7%를 기록했다. TV조선은 토크쇼 <대찬 인생>을 내보내며 시청률 3%를 기록했다.

▲ MBC '놀러와'의 폐지는 지상파 평일 편성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MBC

이처럼 종편 4사에서 가져간 시청률만 10%가 넘는다. 종편은 13~19번대 황금채널과 '8VSB'허용 등 이점을 이용해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시청습관을 빠르게 바꾸었다. 이런 가운데 젊은층은 tvN과 Mnet 등 케이블 프로그램에 빼앗기며 지상파가 설 자리를 잃었다. 지상파의 한 예능PD는 "채널이 많아지고 케이블의 경쟁력이 생기며 시청률 하락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지상파가 강세를 보이는 시간대는 있다. 주말이다. 제작비가 부족한 종편과 케이블은 주말편성에서 지상파의 드라마나 예능의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다. 시청자들의 주말 시청습관 역시 아직은 지상파에 머무르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한 PD는 "PD들은 주말 편성보다 평일 편성이 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서 평일 밤 편성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상파는 점점 주말 편성에서도 곤경에 처하고 있다. 지난해 tvN <미생>의 열풍이 한 예다.

주말예능의 독보적 자리를 지키던 KBS 2TV <개그콘서트>도 3월 29일 방송에서 12.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2013년 초만 해도 20%를 넘겼던 시청률과 비교하면 완만한 하락세다. 재미가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시청습관이 달라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부장은 지상파의 시청률 하락세를 두고 "프로그램 단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상파 간부들이 유재석만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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