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채꽃 흐드러지게 핀 4월, 제주에선 무슨 일이..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5. 4. 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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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제주 돌문화공원·4.3평화공원

여행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관 즐기기, 걸으며 생각하기, 직접 체험하기, 마냥 신나게 놀기, 맛있는 음식 찾아먹기…. 여기 한가지 더 있다. '알아가는 여행'이다. 역사와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을 알아가면서 더 깊이 정이 드는 여행이다. 이번 제주 여행이 그렇다.

돌문화공원.

◆ 전설과 생활 - 돌문화공원

돌문화공원은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주의 지질형성과 땅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관, 선사시대부터 제주만의 독특한 돌 문화를 볼 수 있는 야외전시장, 산책하고 소풍 하는 곶자왈 숲이다. 100만평이 넘는 부지에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아직도 조성 중인 곳인데, 지난 2006년 개장 이후 이미 풍부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춰 놓았다. 관람코스도 3가지나 되기 때문에 잠깐 들러 가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반나절쯤 넉넉하게 잡고 둘러봐도 좋을 만한 곳이다.

이곳은 관람자의 방문 목적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제주의 전설이 궁금하다면 입구에서부터 전시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이다.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은 물장오리, 자식들인 오백장군, 설문대할망의 신발 등 제주 곳곳의 전설을 돌과 이야기로 만난다.

화산과 지질학적인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전시관을 중심으로 관람한다. 같은 제주라도 서귀포는 비옥하고 동북쪽은 척박하고 흙색도 다르고 독특한 해안가의 모습이 다 이유가 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생업도 조금씩 다르다. 또한 용암이 만들어낸 희귀한 돌들도 관람할 수 있다. 돌갤러리에서는 조명으로 그림자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흰 벽에 진하게 비치는 돌의 그림자를 보면 새·공룡·뱀·사람이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제주하면 돌하르방 아닌가. 전시관을 다 보고 나오면 야외전시장에 돌하르방이 있다. 제주 돌하르방은 현재 47기가 진품으로 남아있다. 보통 2기씩 쌍을 이뤄 제주성문을 지키는 역할을 했는데 제주 안에서도 지역마다 돌하르방의 모습이 다르다. 현재 이 공원에는 짝을 잃은 1기까지 짝을 맞춰 48개의 재현 돌하르방이 있다. 돌하르방 한쌍이 성을 지켰는데 여긴 24쌍이나 있으니 보안은 걱정 없겠다. 이밖에도 한코스의 테마길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동자석, 제주의 무덤, 민간신앙이 표현된 비석과 돌상, 연자맷돌, 표지석, 남근석 등 제주의 돌이란 돌은 다 여기 있는 것 같다. 돌을 전시하다 보니 제주의 민속과 생활도 엿볼 수 있다. 전통가옥도 있고 줄 서 있는 장독대도 만나고 놀이 문화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겐 추억이기도 하다. 제주 사람들은 어렸을 때 '탐라목석원'으로 소풍을 갔다고 한다. 지금은 도로를 만들며 사라졌지만 그곳에 있던 자료 1만4441점이 이곳으로 왔다. 비록 장소는 바뀌었지만 제주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돌들이다. 또 30~40년 전 신혼여행자도 탐라목석원이 필수 코스였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돌하르방 코도 만지고 은밀히 남근석을 들여다 보며 얼굴 붉혔던 기억이 부모님 세대에는 아련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돌문화공원 전시실.
4.3 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석.

◆ 아픈 기억 - 4.3 사건

4.3사건의 시작은 지난 1947년 3월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의 발포사건이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남한 단독정부를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이 무장봉기를 한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양민이 대량학살 당한다. 이 때 희생자수가 1만4033명(2011년 9월30일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희생자로 결정한 수)이고 파악되지 않은 수가 더 될 것으로 추정된다.(출처 두산백과)

4.3사건은 제주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희생돼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집들이 많다. 남들에겐 잊혀진 역사일지 몰라도 제주사람들에겐 아직도 생활 속에 남아 있는 기억들이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 곳곳이 사실은 4.3 유적지다. 토벌대는 해안가로부터 5㎞ 안쪽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소위 '빨갱이'로 간주하고 무차별 사살했다. 이러한 학살은 바다와 산을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그러니 제주 어디든 4.3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다.

북촌 '너분숭이' 일대에서는 300여명이 희생됐고 화북 '곤을동'은 마을 전체가 사라져 그 터만 남았다. 서귀포시 '큰넓궤'는 동광리 주민들이 2개월가량 집단 은신처로 사용한 곳이며 4.3을 주제로 한 영화 <지슬> 촬영지이기도 하다.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 아래 다랑쉬굴에선 토벌대에 의해 민간인이 질식사했고 성산일출봉이 시원하게 보이는 광치기 해변의 '터진목'도 희생의 장소다. 이곳에서는 세화, 하도, 종달리 등에서 잡아온 주민들에게 폭행과 고문을 가하고 총살했다. 서귀포동은 토벌대의 주요 근거지였다.

주민들을 끌고와 취조하고 처형했는데 농회창고는 악명 높은 취조 장소였다. 특히 정방폭포 위쪽의 '소남머리'가 주민 학살터였다. 아름다운 올레 10코스 해안가에 나즈막한 오름이 있다. 이름은 섯알오름이고 여기에 두개의 구덩이가 있는데, 이 또한 학살이 일어난 곳이다. 구덩이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200여명을 집단 총살했다. 이 밖에도 4.3유적지는 일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4.3평화기념관.
4.3평화기념관.

◆ 위로 - 4.3 평화공원과 전시관

4.3사건으로 크게 두 개의 숙제가 남았다. 유족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과 진상규명이다. 지난 1999년 여야가 4.3특위 구성에 합의했고 2003년 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정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8년 4.3평화공원과 박물관이 개관했다. 이곳은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기억해야 할 것, 즉 4.3을 바로 알고 뜻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의 일부일 것이다.

평화공원에는 위령탑, 희생자 1만5000여명의 이름을 기록한 각명비, 추모승화광장, 위패 봉안소, 유해 봉안관, 행불인 표석 등이 있다. 유난히 안개가 많은 지역인데 날씨가 흐린 날 행방불명인 표석 쪽으로 가면 쓸쓸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더 짙어진다. 유족과 후손들은 가족의 사진 한장 없이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헛묘를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줄 서있는 수천개의 검은 비석을 보고 있자면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으스스한 기분까지 든다.

전시관에는 4.3사건 전체를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입구에 있는 백비에는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를 시작으로 사건의 시작부터 학살과정,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들, 후유증, 진상규명운동과 대통령의 사과, 4.3아트워크 등을 볼 수 있다. 전시관의 마지막은 관람소감문을 간단히 적어 놓는 곳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 다녀갔고 잊고 있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반성과 감사의 인사를 써 놓았다. 다른 이들의 글귀를 보며 충격으로 복잡해진 머리를 차분히 정리한다. 제주에 대한 감사와 연민을 느끼고 그들의 상처를 알았기에 이 섬으로 향하는 마음의 밀도가 한층 더 진해진다.

● 여행 정보

☞ 돌문화공원 가는 법제주국제공항 - 용문로 - 월성사거리에서 '시청, 종합경기장' 방면으로 우회전 - 월성로 - 오라오거리에서 '시청, 종합경기장' 방면으로 좌측 9시 방향 - 서광로 - 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표션, 봉개동' 방면으로 우회전 - 번영로 - 남조교차로에서 '남원, 제주 돌문화공원' 방면으로 우회전 - 남조로

[대중교통]제주국제공항 - 100번 승차 - 남서광마을 정류장 하차 - 730번 승차 - 제주돌문화공원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돌문화공원: 검색어 '돌문화공원'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19제주 4.3 평화공원: 검색어 '제주4.3평화공원'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237-2

돌문화공원http://www.jejustonepark.com문의: 064-710-7758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관람요금: 어른 5000원 / 청소년·군경 3500원

제주4.3평화공원http://jeju43.jeju.go.kr문의: 064-710-8461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휴관)관람요금: 무료

제주 4.3연구소http://www.jeju43.org / 064-756-4325

< 음식 >

쉬는팡: 메뉴로는 두루치기와 정식이 전부인, 심플하지만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이다. 풍성한 야채와 함께 볶아 먹는 제육 두루치기는 가격도 착하고 밑반찬도 깔끔하게 맛이 좋다.두루치기 6000원 / 정식 6000원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도일동 830-13 / 064-756-1470

< 숙소 >

게스트하우스 레인보우: 깔끔한 침구와 침대별 커튼, 방별 도어락 등으로 여성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주시 숙소다. 토스트, 한식, 시리얼 등을 무료 조식으로 제공하고 계절마다 여행지 정보와 교통, 식당 등 여행 정보가 풍부하다.http://rainbowinjeju.com도미토리(1인): 1만8000~2만2000원객실(1방): 5만5000 ~ 6만원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도1동 1289-20 / 예약문의: 070-7635-0075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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