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의인, 경복궁 수문장 임명

2015. 3. 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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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도성과 궁궐 문을 지키는 '수문장'을 임명하는 의식이 재현됐다. 29일 '경복궁 수문장 임명식'이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열렸다. 필자는 주말을 맞아 이 황사가 심하긴 했지만 완연한 봄 날씨 때문인지 '경복궁 수문장 임명식'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 행사 시작 20분 전이었는데도 가운데 맨 앞자리를 선정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경복궁 수문장 임명식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함께 주관하는 행사로, 2002년 이후부터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연중 상설 운영하고 있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의 특별 기획행사이다. 이 행사는 '조선왕조실록' 예종 1년(1469) '수문장 제도 설치와 수문장 임명' 기록을 근거로 하여 재현된 것으로 국왕이 친히 흥례문에 행차해 경복궁 수문장을 낙점하여 임명하는 재현 행사이다.

29일 '경복궁 수문장 임명식'이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열렸다.

조선시대 수문장은 궁궐의 문을 지키는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데, 흥인지문, 숭례문 등 도성문과 경복궁 등 국왕이 생활하는 궁궐의 문을 지키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수문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광화문을 여닫고 근무교대를 통해 국가의 중심인 국왕과 왕실을 호위함으로써 나라의 안정에 기여했다.

수문장 제도가 처음 확립된 시기는 조선 예종 1년(1469)으로 그 이전까지는 중앙군인 오위(五衛)의 호군(護軍)이 궁궐을 지키는 일을 담당했다. 실제 『예종실록』 5권 1년 5월 18일 두번째 기사를 보면 예종이 오늘날 청와대 비서실과 같은 역할을 했던 승정원에 아래와 같이 전교한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궁성(宮城)의 문마다 비록 수문(守門)하는 호군(護軍)일지라도 어찌 파문(把門)하는 갑사(甲士)와 다를 것이 있느냐? 이제부터 별도로 수문장(守門將)을 세우고, 또 수문장패(守門將牌)를 만들어 날마다 낙점(落點)하여 수문(守門)하게 함이 어떻겠는가?'

광화문을 통해 들어온 취타대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북이 5번 울리고, 드디어 '2015년 경복궁 수문장 임명식'이 시작됐다. 먼저 광화문을 통해 취타대가 들어오고, 초엄이 울린 이후 좌우 수문군이 들어왔다. 그 뒤 수문장의 진두지휘 아래 수문군이 배치되고, 국왕이 호위를 받으며 흥례문으로 행차했다. 왕은 신하들을 향해 "경복궁의 광화문 출입을 살피는 것은 과히 중한 일이라 하겠으니 소홀함이 없이 성심을 다하라!"라고 명을 내리고 신하들은 이에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라고 대답했다.이어 수문장 김예달의 임명식이 거행됐는데, 수문장은 왕으로부터 수문장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문장패와 광화문의 출입 관원을 기록하는 출문부를 받았다. 수문장을 임명하며 왕은 "그대들의 임무가 막중하다. 궁궐문을 지키는 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라고 명했다. 이에 수문장은 "전하, 충심을 다해 성문을 지키겠나이다."라고 답하며 경복궁 수문장 임명식이 끝이 났다.

수문장의 진두지휘 아래 수문군이 배치되고, 국왕이 호위를 받으며 흥례문으로 행차했다.

문화재청은 수문장 임명식에서 사회에 공헌한 사람을 선정해 명예 수문장으로 따로 임명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지난 1월 10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 사건에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의정부 소방서 진옥진 소방사가 올해 명예 수문장으로 임명됐다. 진옥진 소방사는 화재 당시 비번 근무로 사고가 난 의정부 아파트에서 휴식 중이었는데, 화재를 인지하고 주민 13명을 옆 건물로 신속히 이동시켰다.

덕분에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진옥진 소방사는 구조 도중 연기를 마셨지만 화재 사고 현장에 남아 주민을 살피는 등 주위의 귀감이 됐고, 이를 높이 사 올해의 '명예 수문장'으로 임명됐다. 참고로 지난해에는 서울 종로구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16명이 명예 수문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지난 1월, 10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 사건에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의정부 소방서 진옥진 소방사가 올해 명예 수문장으로 임명됐다.

TV를 통해서나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국왕의 행차 모습과 국왕이 신하들과 대화하는 모습 등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니 그 느낌은 또 사뭇 달랐다. 더욱이 오래된 역사 속 한 장면을 재현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것을 또 현재와 연결시켜 명예 수문장을 임명한다는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역사를 현재 우리의 삶과 연결시킴으로써 조금 더 많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예 수문장 임명식이 끝난 뒤 이어진 축하공연도 볼만 했다.

우리 사회에 공헌한 모범적인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이끌어내는 데 이런 행사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 행사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아름답고 유구한 문화를 알리는 데 톡톡히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앞으로 수문장 임명식뿐만 아니라 사료에 대한 더욱 철저한 고증을 통해 더욱 다양한 재현 행사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기자단

|오경아 thetisah@naver.com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 정책을 바로 알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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