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쓰는 부장판사 "일본 출간이 꿈"

2015. 3. 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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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쓴 도진기 작가

모든 작가는 소망한다, 독자가 끝까지 읽어주기를. 추리작가들은 감히, 한 가지를 더 꿈꾼다. 치밀한 두뇌게임에서 독자를 이기기를.

영미나 일본에 비하면 국내 장르문학계는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도진기 씨(47)는 단연 눈에 띄는 작가다. 마흔두 살에 추리작가협회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한 지 5년, 장편 7권을 쏟아내며 팬덤을 쌓아왔다. 작년에는 백백교 사건을 모티브로 한 '유다의 별'로 추리문학대상을 받았다. 그가 전업작가도 아닌 현직 부장판사(인천지법)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제가 빨리 쓰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평일에는 당연히 못하고, 주말에 몰아서 작업합니다. 골프도 안 치고 무슨 재미로 사냐고들 하는데, 소설 쓰는 게 가장 큰 기쁨입니다. 초창기 1년은 아이디어가 넘쳐서 타이핑하는 속도가 못 따라올 지경이었지요. 판사로서는 직업병이랄 게 없는데, 작가로서는 손가락이랑 손목이 저려요." 도 작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셜록 홈즈' 같은 한국형 탐정 캐릭터를 구축한 것이다. 도 작가는 "처음 두 장편에 등장한 '어둠의 변호사' 고진에게는 법조계의 늑대, 자유로운 영혼의 이미지를, 이후 탄생한 '젊은 백수 탐정' 진구는 치밀한 추리력과 유머러스한 면을 녹이려 했다"며 웃었다.

이번에 출간된 '가족의 탄생(시공사 펴냄)'에서는 작가의 대표 캐릭터 고진과 진구가 제대로 대면한다. 그는 "작년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유다의 별'과 하반기 출간될 본격 법정추리물 사이에 쓴 소품에 가깝다"면서도 "나만이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이라 애착이 크고, 독자들 반응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추리소설가와 부장판사, 작가 안의 두 캐릭터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는 "판사 생활 19년째인데, 소설을 쓰면서 '판사로서의 책임감'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을 꺼냈다.

2007년에 이미 헌법재판소에 간통죄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던 도 작가는 "판사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직업이고, 작가는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고마운 직업"이라며 웃었다.

7편의 장편 중 '유다의 별'은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고 '붉은 집 살인사건'과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등 4편은 중국에도 수출됐다. 그렇지만 그의 목표는 따로 있다.

"작가로서의 꿈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본 수출'입니다. 일본 독자들에게 '한국에도 이런 미스터리가 있다니' 라는 충격과 감동을 주고 싶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써야죠." 그는 '판사 도진기'에 75점을, '작가 도진기'에 76점을 주겠다고 했다.'영업비밀'인 다음 작품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를 보며, 점수차가 더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찬옥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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