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방향 사교육절감·인성중시..뜻 좋으나 현장은 막막

2015. 3. 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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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2016학년도 달라진 입시제도

2016학년도 입시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다. 중요 변수가 될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요령이 바뀐 것과 인성평가가 강화된 것. 제도마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수험생에게 주어진 큰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학생부 기재요령과 인성평가의 구체적인 내용과 논란을 알아봤다.

학생부 교내 수상기록 기재 제한교육과정 범위·수준 벗어나면 안 될 뿐교과목명 붙은 경시대회 등은 가능해대입서 '인성' 교육 강조하지만협동·배려·성실 등 평가 기준 놓고객관성·적절성 논란 남아 있어

모호한 기준 탓 "대회 열지 말자" 말 나와

올해부터 학생부에 일부 교내상의 수상실적을 적을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회 요강을 공개하도록 하는 '학교장상 사전등록제'와 '교내 학교장상 수상 인원 적정 비율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지난 17일 밝힌 '2015 학생부 기재요령'(이하 기재요령)을 보면 앞으로는 '각종 공인어학시험(관련 교내 수상실적 포함), 교외 경시대회, 교내외 인증시험 등의 참여 사실이나 성적'(모의고사·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또는 관련 교내 수상실적 포함)은 기재할 수 없다. 교외상, 논문(학회지) 등재나 도서 출간, 발명특허 내용, 해외 봉사활동 실적 등도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을 포함해 학생부의 어떠한 항목에도 적을 수 없다.

실제 기재요령의 '수상내역 기재예시'를 보면 교과우수상, 독후감쓰기 대회, 논술능력평가시험, 학생토론대회, 동아리발표대회 등이 나와 있다. 반면, 영어나 수학 경시대회, 논문대회는 빠져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이번에 바뀐 기재요령의 취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의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교과명이 들어가 있거나 경시대회, 논문발표대회 등 명칭에 상관없이 출제 범위의 수준과 내용을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회 이름만으로 수상 내역을 무조건 기재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기재요령에 따르면 해당 학년의 정식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내용의 대회면 학생부에 적을 수 있다. 지난 2월 초 각 시·도 교육청이 '영어·수학·과학경시대회를 열지 말라'고 학교에 보낸 지침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1학년도부터 초·중·고 모두 '수상경력'란에 교외상을 입력하지 못하게 했다. 학생부의 공신력을 높이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입학전형 요소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학교에서는 교외대회 수상 실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내대회를 열었다. 교내대회가 '스펙 쌓기' 수단으로 변질돼 무조건 상장수를 늘리려 마구잡이로 대회를 여는 학교들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교육부의 기재요령도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동시에 교내대회 남발을 막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교육부의 취지와 달리 교사나 학생의 반응은 '교내 경시대회 전면 금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와 동시에 사교육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많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기재요령에 나온 것처럼 '성적 또는 관련 교내 수상 실적'이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말하면 학교에서는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 처지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교과경시대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차라리 지금 하고 있는 경시대회 문제 출제 범위를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정확히 지키라고 지침을 내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도 "2월초 (교과경시대회 금지) 공문을 받은 뒤 과학경시대회를 '장영실상'으로 이름만 바꾸는 등 교내대회가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취지를 살리려면 차라리 교과경시대회 수를 제한해 좀 더 짜임새 있게 운영하게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교내대회에 대한 학교 현장의 해석도 분분해 학생·교사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특히 사교육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크다. 경기도의 한 일반고 2학년 이아무개양은 웬만한 교내대회는 다 참가했다. 학생부 기록에 하나라도 더 남기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30개가 넘는 교내상을 받았다.

"외고 다니는 애들이랑 경쟁하려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수상 실적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교내대회 수상 실적을 제한하면 일반고 학생들이 불리하다. 교내경시대회를 줄이는 게 사교육 절감을 위해서라는데 수학경시대회도 교과서 응용문제로만 출제돼 따로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된다. 경제경시대회도 인터넷을 보거나 문제집을 사서 혼자 공부했다."

고3 담임을 맡거나 진로진학 상담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대부분 "교내대회를 안 하면 학생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학도 입시 때 학생을 평가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교내경시대회 때문에 학원에 다니거나 따로 과외를 받는 학생은 못 봤다"고 말했다. 외고를 다녔던 한 학생은 "학교에서 상을 많이 만드는 걸 보면 그만큼 입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교내경시대회 때문에 과외까지 받는 친구는 못 봤다"고 말했다.

최승후 문산고 교사는 이와 달리 "이번 기재요령은 이름의 차원이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다 보니 교내대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을 야기한 것도 사실"이라며 "감사를 받는 중간·기말고사와 달리 교내대회는 철저히 관리하지 않는다. 이번 기재요령은 '교내대회를 무조건 해라 또는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학생부 기재에 대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발표에 따라 각 학교는 학기 초 학교교육계획에 연간 대회 및 수상 내용 등의 실시계획을 밝혀야 한다. 교내수상 인원은 대회별 참가 인원의 20%로 제한했다. 다만, 학교 전체 규모나 대회의 특성에 따라 학교장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교내대회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대회 실시 이전에 시기, 운영심사 방법, 수상인원 등 대회요강도 공개해야 한다.

면접보다 평소 인성 드러내는 활동 집중해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교원단체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쟁과 자율이 교육의 가장 큰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인성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지식 위주로 교사 양성을 계속해선 큰일난다"고 말했다. 이후 인성평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 인성평가가 중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평가 기준과 방법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 2월4일 서울여자대학교에서 '2014 학생부종합전형 인성평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서울여대·서울교대·포스텍·한양대·한동대 입학사정 담당자들이 참여해 인성평가 운영 사례를 나눴다. 심포지엄 자료를 보면 대부분 심층면접 형태로 각 학교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 인성항목을 평가했다. 그들이 제시한 인성지표에는 '배려', '공동체 의식', '성실', '책임감' 등 비슷한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문제는 인성평가의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이다. 한마디로 '정성적 평가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2 정아무개양은 "사회적으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나 교사의 자질 문제 등이 불거져 인성을 더 부각하는 거 같다"며 "짧은 시간에 사람의 인성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에 임하는 태도나 말투, 본연의 행동으로 인성을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정확히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뽀려낼 수 있다'(가식적으로 꾸민다는 뜻의 은어)고 생각한다. 훈련이나 연기가 가능하다면 솔직히 '싸가지 없는 학생'도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초등학교 도덕교사도 "사자성어를 넣은 글을 제시한 다음 그것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묻는 인성평가 문제는 지식을 요구하기도 하고, 평소 말을 잘해서 이른바 '썰을 잘 푸는' 학생이 유리할 것"이라며 "기출문제가 돌면 스터디를 통해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다. 일회성으로 제대로 된 인성평가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성평가를 실시하는 대학의 입장은 다르다. 단순히 면접으로 평가하기보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학생의 기본 성향을 파악하고 면접에서 정성적으로 다면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서울교대의 경우 입학사정관들이 사전에 교육부에서 지정한 '인성교육 실천 우수학교'를 방문해 대입 인성평가지표를 만드는 데 반영했다. 지난해 5개 학교를 방문해 '효에 대한 실천'이나 '밥상머리 교육' 등 실제 운영중인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인성 덕목을 어떻게 길러주는지 교사와 면담을 했다. 한성구 입학홍보실장은 "대학에서 평가지표를 만드는 데 고등학교 생활을 위주로 짜지 않으면 대학의 기준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출결을 다 하거나 봉사활동 시간을 다 채우면 만점'이라는 등 단순 체크리스트 항목을 통해 점수화하지 않고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기본적으로 면밀히 살핀 뒤 면접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보통 인성평가라고 하면 면접에만 신경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 실장은 "면접 때 특정 제시문을 주는 것은 학생과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매개체이지 맞느냐 틀리느냐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성평가는 학생의 고등학교 생활부터 꼼꼼히 살펴보기 때문에 단기간에 면접을 연습한다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성평가를 대비하려면 질문에 대한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평소 인성적인 면이 드러날 수 있는 활동을 해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학생의 인성을 한번 보고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 내용이 평가항목의 기초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경 서울여대 입학전형전담교수도 "인성이라는 것이 '착하게 살겠다', '규칙을 지키겠다' 등의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구체적인 활동으로 어떻게 실천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면접에서 실제 행동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전의 경험을 적은 기록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부에 적은 내용이 무조건 길고 많아야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인성을 가장 적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내용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성평가가 올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꾸준히 반영됐던 것"이라며 "(인성평가는) 늘 해왔지만 대학도 인성평가 항목에 들어갈 인성 덕목 등을 좀 더 면밀하게 짜서 지금보다는 심화한 체계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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