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돌연변이' 미니 무궁화꽃이 활짝~

정읍 2015. 3. 2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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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원자력硏 첨단방사선연구소..부지 80%가 논밭, 방사선 육종 알고보니 '돈밭'

[머니투데이 정읍(전북)=류준영 기자] [[르포]한국원자력硏 첨단방사선연구소…부지 80%가 논밭, 방사선 육종 알고보니 '돈밭']

연구실보다 실험용 논·밭이 더 많은 곳.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러시아 소유즈호에서 먹을 우주식품 17종을 만든 곳. 지난달 상장(시가총액 1조 900억원)에 성공한 국내 1호 연구소기업 '콜마B&H'의 원천 기술을 제공했던 곳. 우리나라 최대 '돌연변이 공장'이란 별칭이 붙은 전라북도 정읍시 신정동 첨단 방사선연구소를 지난 19일 찾았다.

종자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정문에 들어서면 탁 트인 하늘 아래 널찍이 들어선 방사선 육종 시험 논밭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약 9만평 가량이다. 전체 부지 372,359㎡(약 11만2000평)에 달하는 연구소에서 건물 19개동(약 1만 3441평)을 뺀 크기다.

연구동 사이 조성된 화단에는 '어른 무궁화'(기존 종자)와 '꼬마 무궁화'(방사선 육종 신품종)가 나란히 심어져 있다. 크기를 비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꼬마'는 기존 무궁화를 실내 화분재배용으로 변이시킨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 상품의 실제 이름.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이란 식물 종자·묘목에 방사선을 쪼여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발시켜 우수한 형질을 갖도록 한 변이체다. 이날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면서 완연한 봄날씨를 이루자 움츠린 꼬마 꽃봉오리가 수줍게 고개를 들어보였다.

◇방사능 안전 "이상무"

2013년 완공한 'RI-Biomics'(방사성동위원소-생명체학)센터에 들어섰다. 이곳에선 주로 질병에 걸린 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과정을 관찰하거나 기능성 식품 효과를 실험한다.

센터 출입구와 핵심 연구시설 곳곳에 방사선 노출 여부를 확인하는 'U자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 소개를 맡은 최대성 박사는 "(방사선)노출이 확인될 경우, 방호팀이 즉각 출발해 오염물질 제염 처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연구소 각 방의 공통점은 창문이 없다는 것. 방사능 오염공기 외부 누출을 막기 위해서다. 또 복도 공기는 정화필터가 설치된 실험실 천정 공기순환장치로 유입된다. 'TEM실'이란 푯말이 붙은 연구실 책상 위에는 현미경 등 각종 분석장치가 놓여 있고, 그 앞엔 '납벽돌'이 둘러싸여 있다.

최 박사는 "실험장치에 극히 미량이라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동위원소 누출을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방사능 누출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안전장치나 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만한 블루오션 없다"

강시용 방사선육종연구팀장이 "실험을 끝낸 케나프(kenaf)"라며 손가락을 가르켜 보였다. 방사선육종연구센터에서 감마온실로 이동하는 길 바로 옆으로 전개된 밭에는 대나무와 비슷한 작물들이 바닥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다.

이곳 육종연구팀에선 방사선 육종 식물인 케나프의 신품종 '장대(掌大)'를 개발, 2013년 민간 기업에 품종실시권(종자를 생산·판매할 수 있는 권리)을 이전했다. 방사선육종연구센터는 2000년부터 벼와 콩, 국화, 무궁화 등 식량 및 기능성 작물, 화훼류 신품종 30여종을 자체 개발해 전국 농가에 보급해 왔다. 장미, 포인센티아 등 화훼류와 난 등 자생식물 신품종을 개발, 종자 로열티 문제가 대두되던 화훼류의 국산 신품종화와 자생식물의 고부가가치 품종화에도 기여했다.

강 팀장은 "케나프는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차 범퍼 및 인스트루먼트 판넬 등에 주로 채용한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BP) 생산 원재료로 쓰인다"고 말했다. BP로 만든 차는 내구성이 우수하고 차체가 가벼워 연비 성능이 좋아진다.

강 팀장은 "방사선을 생명·의학 뿐 아니라 조선·자동차 등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전통 주력산업과 결합시킬 경우, 더 큰 활력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만한 블루오션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근배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국내 원자력 발전 기술은 세계 5위지만, 비(非)발전 기술부문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라며 "방사선 등 원자력 비발전 분야를 창조경제를 이끌 신산업으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방사선육종기술 세계 5위, 돌연변이 품종기술 개발 수 세계 8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조5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읍(전북)=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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