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바이스 플라이어

정수자 시조시인 2015. 3.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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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플라이어

자꾸만 흔들려서 내 몸이 헐거울 때

고된 삶 힘들어서 이탈하고 싶을 때

어느새 단걸음에 와

지탱해준 그대여

감미로운 그 입술에 송두리째 갇혀서

놓아주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온 생

한 번쯤 바스라져도 참, 좋았을 순간들

일상의 언저리가 녹슬고 닳아져서

날마다 그대 입술 꿈꾸며 살고 있어

가슴이 무너져 내릴 때

찾아오는 슬픈 사랑

-김강호(1960~ )

지금은 우주의 커다란 손이 봄을 풀어 내릴 때. 계절을 조이고 푸는 크나큰 손의 위업을 새삼 느끼는 즈음이다. 그런 속에서도 자꾸 헐거워질 때가 있다. 이 궤도를 소리 없이 '이탈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느슨해진 것들을 정신이 번쩍 들도록 비틀고 조이는 또 다른 손 같은 '바이스 플라이어'. '녹슬고 닳아'진 것들이야말로 그 공구(工具)의 입술에 갇힌 채 조임을 받아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완을 새로운 긴장으로 재무장시키는 자신만의 '바이스 플라이어'. 우리 일상에서도 뭔가 헐거워진다 싶으면 다시 조이는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처에 터지기 시작한 꽃 사태에는, 그 앞에서 도리 없이 '가슴이 무너져 내릴 때'에는, 어떤 '바이스 플라이어'를 대령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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