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얼마나 높은분 오시길래..비바람속 학생들 집단 체조

오세균 2015. 3. 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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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거의 매일 언론 보도를 장식하는 것은 낙마한 '호랑이'(고위공직자) 소식이다. 너무 많아서 웬만한 호랑이는 놀라지도 않는다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2년 동안 '부패 호랑이'로 불리는 성부급(省部級,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99명이 옷을 벗었다.

지난해 직무에 관련된 비리 공직자 5만 5천 명이 처벌을 받았다. 위아래 할 것 없이 그야말로 반부패 정풍 운동이 휘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일선 간부들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14일, 광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위린시(玉林市) 룽현(容縣)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오후 3시 쯤, 이 학교 전교생 수 백 명이 학교 운동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지역 고위층 인사의 학교 시찰을 앞두고 이들을 맞기 위해서였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집단 체조 시범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학생들은 머리며 옷이 모두 비에 흠뻑 젖고 말았다. 때마침 바람도 불면서 학생들은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이렇게 내린 비는 오후 내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지역 고위 인사의 학교 방문에 맞춰 이뤄진 학생 체조는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잠시 뒤 학교에 들어선 두 대의 버스에서 고위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내렸다. 위린(玉林)시 '차세대 관심 공작위원회'(關心下一代工作委员會) 지도자와 간부들이었다. 이들은 학교 문화 참관차 이 학교를 방문했다. 학생들은 도착에 맞춰 비바람을 무릅쓰고 집단 체조를 선보였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이들은 곧바로 학교 측이 제공한 우산을 쓴 채 체조를 구경했다. 어떤 간부는 비를 피해 인근 건물 아래 처마에서 참관했다.

그리고 이들은 체조 시범을 관람한 뒤 서둘러 돌아갔다. 이들이 돌아간 뒤에야 학생들은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체조는 이미 1주일 전부터 학생들이 준비해 왔다. 학교 측은 위린시(玉林市)의 많은 고위층이 학교 시찰을 올 것이라며 비보다 더한 것이 내려도 준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학교장 "나이든 지도자 비바람 감당 못할까 걱정"

이런 사정은 한 네티즌이 당시 사진을 촬영해 웨이보에 올리면서 파문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학생들은 비에 젖어도 되고 고위층은 우산을 쓰고 참관하는게 사리에 맞는 일이냐며 이를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이날 위린시(玉林市) '차세대 관심 공작위원회'(關工委)가 위원회 회의를 개최하면서 학교를 방문한 김에 학생들의 체조를 참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학교 교장은 이들이 학교에 도착해서 떠나는데 걸린 시간이 불과 20분밖에 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10여 분간의 수업 사이에 하는 체조를 선보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학교의 수업 사이에 하는 체조는 이미 시급 특등상을 수상해 학교의 자랑거리라며 의례적인 '반시간' 활동이라고 말했다. 교장은 또 위원회 지도자는 우산을 쓰고, 학생들은 비를 무릅쓰고 체조를 시켰다고 한 네티즌의 지적에 대해 날씨가 변덕스러워, 비가 내려도 가끔 학생들에게 체조를 시킨다며 그날 위원회의 지도자가 우산을 쓴 것은 나이가 든 데다 몸이 약해서 비바람을 감당하지 못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룽현(容縣) 현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우산을 쓴 것은 텔레비전 촬영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해명 이후에도 네티즌들은 "체력이 약하면 집에서 휴식이나 취해야지. 나와서 뭘..." "이것은 전형적인 형식주의"라고 비난했고 "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지력이 약해서가 아닌가"하는 비난도 이어졌다.

나무 심다가 잘린 '관료주의' 간부

이에 앞서 이와 유사한 관료주의로 질타를 받아 결국 면직된 당국자가 새삼 관심을 끌기도 했다. 후난성(湖南省) 융저우시(永州市)에서 벌어진 일이다. 요즘 날씨가 풀리면서 여기저기서 나무 심기가 한창이다.

융저우시의 한 네티즌이 "이렇게 격조 높은 식수는 처음 본다"며 "붉은 카펫을 밟고 나무를 심는 걸 본 적이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현장 사진을 자신의 웨이보에 올렸다. 사진에는 융저우시 링링구(零陵區) 부녀연합회와 구 임업국 등 각급 기관에서 나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호미와 삽 등 식수 도구를 챙긴 채, 식수 활동을 벌이는 장면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논란을 일으킨 건 언덕 비탈을 올라가는 길에 '붉은 카펫'을 깔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고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영화제 레드 카펫 행사냐며 식수가 아니라 '쇼'라고 비판했다.

나무를 심는데 '레드 카펫'을 깐 까닭은?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일 벌어졌다. 중국은 3월 12일이 식목일이다. 중국은 생태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1979년 2월, 중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孫文) 선생 서거일인 3월 12일을 식목일로 정해 매년 지켜오고 있다.

우리나라 식목일처럼 이 날이 되면 각급 기관이 참여하는 나무 심기 행사가 벌어진다. 이날 오전, 링링구(零陵區) 나무 심기 행사에는 구 산림반과 16개 향전 사무소, 구 직속의 12개 여성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청년 지원자와 현지 주민 등 모두 2,000여 명이 참가했다. 또한 많은 구 단위 지도자도 참가했다.

그런데 현장 사진이 보여주듯이 훤히 트인 언덕을 수 백 명의 빨간 옷과 오렌지 색 옷을 입은 자원 봉사 참여자들이 레드 카펫을 밟고 지나갔다. 양탄자 밖으로 나가는 사람 없이 조심스럽게 열을 지어서 올라갔다.

이 붉은 양탄자는 주 행사장인 임시 무대로 연결돼 있고 무대 위에는 대형 홍보판이 설치됐다. 지역 간부들은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현판 행사를 가졌다.

네티즌 사이에서 '붉은 카펫 밟고 식수'가 알려지면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어떤 네티즌은 이 일은 분명히 당 중앙의 '사풍'(四風:관료·형식·향락주의·사치풍조) 척결을 위한 '8항규정'(八項規定)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나무를 심으려는 건지 지도자들의 행사를 위한 건지 알수가 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대해 행사 주최 측은 당시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웠고, 행사장에 많은 구 지도자가 참가해 행사장 무대로 이어지는 길에 임시로 10m 정도의 낡고 못쓰게 된 카펫을 깐것이라고 해명했다.

시 위원회, 행사 주최 부녀연합회 주석 면직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융저우시 위원회는 바로 조사단을 파견해 현장 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붉은 카펫 밟고 식수' 행위가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링링구 위원회로 하여금 행사 주최자인 부녀연합회 주석을 면직하고 다른 기타 관련자들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묻도록 했다. 주최 측은 이후 네티즌의 비판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히고 앞으로 이를 교훈 삼아 조직 활동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도굴한 시체를 구매하고 자본유치를 명목으로 민영 기업인들과 만나 억대의 마작 판을 벌이는 지방관리 소식은 중국 사회에 만연한 관료주의, 형식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잘 보여준다. 공직사회가 변하고 있는데 자신만 바꾸지 못하는 중국 지방 관리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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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기자 (s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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