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e Dining]반주 한 잔 생각납니다 낭만 술밥집

2015. 3.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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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시는 한 잔의 반주 보다 좋은 비타민이 또 있을까요? 세상에는 백만가지 분위기의 술집이 있지만 세월의 흔적이 듬뿍 묻어있는 곳은 특별한 감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세월 동안 그 테이블에서 얼마나 많은 사연이 오고갔을까요.

예술의 경지, 무모한 서비스 홍대앞 낭만달호

50대 남자 두 사람이 문을 연 퓨전 일식집이다. '달, 호'는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산전수전공중전인터넷게임전까지 다 겪고 나서 이 집을 차렸는데, 소개하기엔 그들의 이야기가 대하소설 감이라 여기에서는 먹는 얘기만 한다. 음식의 기본은 숙성이다. 대표 메뉴 가운데 하나인 문어와 2~3kg 짜리 농어, 광어, 도미, 우럭 등 제철 생선들을 매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가져와 파, 양파 등과 함께 24시간 숙성시킨 후 테이블에 내놓는다. 숙성회를 먹어본 사람은 그 독특하고 부드러우며 파 냄새 은은한 편안한 식감에 대부분 반하게 된다. 칼질을 두툼하게 하는 것도 매력이다. 30kg 이상 나가는 대형 문어만 사용한다는 '문어숙회'는 '더 이상의 문어숙회는 없다'고 선언할 정도로 대박 명품급이다. '낭만달호'의 광팬이자 단골인 이 모씨는 '고향이 안동이고, 안동 제사상에는 문어숙회가 빠지면 안되며, 따라서 문어숙회에 관한 한 나름 일가견이 있는데, 달호 문어숙회 보다 더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이 집만의 비법으로 삶은 문어다리는 안쪽 살이 살짝 덜 익은듯한데, 육즙이 쫀쫀히 나오고 육질이 야들야들하다. 생선튀김도 예술이다. 도미, 농어, 우럭, 가자미 등 활어를 주방으로 가져와 얼렸다 녹였다는 반복하며 반건조 시킨 뒤 통채로 튀겨낸다. 이것을 간장소스가 스며든 파채와 함께 먹으면 친구도 애인도 보이지 않는다. 제주에서 본 꽁치김밥도 맛볼 수 있다. 어쩌다 단골들이 늦은 시간까지 마시고 있으면 주인장 둘이 합석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도마를 테이블로 가져와 서비스 회를 마구 주기도 한다. 그러고도 자기들이 마신 술값은 계산에서 빼버리니, 그렇게 장사해서 뭘 남기겠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할 뿐.

위치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93-110 2층 영업시간 : 11:30~02:00 문의 070-7633-8325 / http://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36246989

21세기 객주 종로 시골집

종로2가와 종각 사이에 있는 YMCA 건물 동쪽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기와집이 '시골집'이다. 마당 안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고깃국물이 뭉근히 끓고 있고 그 옆에는 뚝배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40년 넘게 선짓국밥을 팔고 있다. 선지 두 어 덩어리와 사태살과 큼직한 무, 파 등이 끓다끓다 거의 뭉개질 정도까지 간 채 뒤섞여 있는 이 집의 국밥은 점심시간 마다 긴 줄을 서야 간신히 맛볼 수 있는 종로통 지존맛이다. 저녁 시간에는 석쇠불고기, 안동사발문어, 해물전, 명태전, 고추전과 모듬전 등은 각각 8000원에서 2만원에 먹을 수 있다. 여럿이 갈 때는 한 상 차림으로 주문하면 편리한다. 점심이나 저녁이나 최고의 맛은 역시 국밥.

위치 서울시 종로구 종로11길 22 영업시간 11:30~22:00 / 일요일은 21:00까지 문의 : 02-734-0525

와글와글 정신없어도 재밌고 맛있는 집 당산역 참새 방앗간

당산역 4번출구 뒷골목에 있는 집이다. 메인 메뉴는 꽁치두부찌개와 돼지두부탕이다. 돼지두부탕의 경우 돼지고기를 얼마나 많이 주는지 마치 대구나 부산에서 맛본 돼지국밥을 '퍼뜩' 떠올릴 정도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갔지만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아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다. 계절 메뉴로 나오는 꼬막도 인기 좋다. 단 3인 이상이 꽁치두부탕, 돼지두부탕, 꼬막 중 한 가지를 주문할 경우 다른 메뉴를 꼭 추가해야 하는 룰이 있다. 오징어데침, 삼치구이, 고등어구이, 닭똥집볶음 등이 1만원 에서 1만2000원이다. 워낙 바글바글한 주점이라 깍듯한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6가 281 영업시간 16:00~02:00 문의 : 02-2675-1199

서울토박이들의 어머니 손맛 구기동 옛날 민속집

성인이 되어도 잊을 수 없는 게 어머니 밥상이다. 전국에는 헤아릴 수 없는 '엄마표 식당'이 있지만 구기동 옛날 민속집만큼 한 자리에서 오랜 세월 깔끔한 밥상을 내 주는 집은 흔치 않다. 3대째 문을 열고 있는 이 집의 단골 역시 대를 잇기도 한다. 주로 북한산 등산 후 하산길에 들렸다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맛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한 번은 오랜만에 이 집에 가서 식탐과 주탐을 떨고 있었는데, 홀 직원이 다가와 편안한 목소리로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아요, 살찌면 건강에도 안좋아요'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꽐라 예방' 차원의 립서비스일 수도 있으나 어머니의 애정어린 잔소리같은 느낌이 더 컸다. 메인 메뉴는 역시 매일 아침 새로 만드는 손두부와 제육, 전, 북어철판구이, 간장게장 등 가정에서 특별한 날 만들어 먹는 것들이다. 코스로 먹으면 자동 양 조절도 가능해 진다. 1만7000원에서 3만5000원 선이다. 일품으로는 돌솥밥정식(1만1000원), 간장게장정식(2만7000원), 순두부백반(5000원), 두부버섯전골(소, 1만5000원) 등이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진흥로 469-4 영업시간 10:00-22:00 문의 02-379-6100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70호(15.03.2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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