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화학연구소,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PCB 잉크 수입 대체 성공

2015. 3.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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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경화형 UV 잉크 등 80여종 수출

[동아일보]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서울화학연구소 본사 전경.

인쇄회로기판(PCB·Printed Circuit Board)에 쓰이는 잉크의 기술 선진화를 주도하는 한 회사가 있다. 경기 시화공단에 본사를 둔 ㈜서울화학연구소(대표 오흥택·www.scrl.co.kr)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PCB 잉크 분야에서 기술독립을 이루고 수입대체를 통해 고객사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

1983년에 설립된 서울화학연구소는 업력 32년을 자랑하지만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숨은 챔피언'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형적인 화학소재부품 제조 기업인 데다 오너 경영인이 바깥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리 없이 강한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며 틈새를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회사 내실도 알차고 경영실적도 준수하다. 미국과 캐나다 인도 브라질 터키 이란 등 세계 1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이 회사는 유수의 글로벌 PCB 잉크 제조사들과 당당히 맞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이노텍, 플렉스컴, 에스아이플렉스, 비에이치, 대덕GDS 등 100여 개 기업에 PCB 잉크를 공급한다.

서울화학연구소의 PCB 잉크가 고객사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것은 고품질 제품을 외산 제품보다 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납품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제품을 컨설팅하고 빠른 납기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PCB 잉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 프린팅 공정 기반의 인쇄회로기판에 쓰이는 전용 잉크를 말한다. 주로 전자회로 보호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화학소재분야는 여전히 선진국 의존도가 크다. 특히 PCB 잉크는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해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주로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사다 썼기 때문에 무역 적자가 만만치 않았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분야에서 국산화의 위업을 달성한 기업이 바로 서울화학연구소다. 모방할 수 없는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변신에 성공했다.

시화공단과 전북 군산에 있는 두 곳의 생산기지는 서울화학연구소의 성장엔진을 점화하는 동력이다. 이곳에서는 자외선 경화형 UV 잉크를 비롯해 사진현상형(PSR) 잉크, 열경화성 IR 잉크, LED(발광다이오드)용 백색 UV·PSR·IR 잉크 등 납 내열성 '솔더레지스트 잉크'와 부품의 표시용으로 사용되는 '마킹 잉크' 등이 최첨단 계측장비와 제조공정을 거쳐 제조된다. 이렇게 생산된 80여 종의 제품들은 인쇄회로기판에서부터 LED, 디스플레이, 무선주파수인식(RFID), 스마트라벨, 통신, 자동차 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분야에 납품돼 고객사 경쟁력 향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에서 이 정도로 다양한 PCB 잉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서울화학연구소가 유일하다.

최근에는 터치스크린패널(TSP)에 쓰이는 유리보호 잉크와 전자제품 및 휴대전화의 핵심 부품인 F-PCB(연성회로기판) 잉크도 개발했다.

서울화학연구소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끊임없는 연구개발(R&D)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천하고 있다. 직원 수 40여 명의 작은 기업이지만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매년 매출액의 5∼10%를 꾸준히 첨단설비와 실험장비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서울화학연구소는 올해 국내외의 다양한 전시회에 참가해 고객과 소통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4월 22일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회로산업전'과 '국제터치패널산업전(8월 19∼21일)'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베트남과 인도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차세대 기술개발 매진… 경쟁상대는 세계뿐"▼

오흥택 대표 인터뷰

"불황일수록 기본에 충실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는 매출 성장보다는 연구개발에 무게를 두고 신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오흥택 ㈜서울화학연구소 대표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체질을 단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거시적으로 큰 밑그림을 그리고 투자를 하면서 신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한국 PCB 잉크 역사의 산증인이다. 20대에 엔지니어로 시작해 세계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일궜다. 1983년 에폭시수지 가공기술을 토대로 제조업을 시작한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PCB 잉크 상용화에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덩치 큰 업체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숨은 시장을 찾아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적응하면서 수입제품을 대체하고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진정한 애국기업으로 발전한다는 게 오 대표의 신조다. 경쟁상대는 오직 세계뿐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32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PCB 잉크시장은 국내외 기업들과 경쟁의 연속이었고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쉼 없이 고군분투했다. 패키지(Package)용 PSR잉크와 잉크제트용 잉크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 업체와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대비해 차세대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술적인 차이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하는 오 대표는 7∼8년째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줘 대를 잇는 PCB 잉크 명가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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