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 '꽃밭에서'..국민동요 작곡가 권길상씨 별세

2015. 3. 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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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통에 풀이 죽은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든 동요 '꽃밭에서'가 그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어요." 평생 가슴에 동심을 간직하고 살았던 원로 동요 작곡가 권길상 씨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8세.

국민 동요로 불리는 '꽃밭에서'는 부산 피란 시절인 1952년 가족이 있는 대구에 갔다 우연히 본 잡지 '소년세계'에 실린 어효선의 시 '꽃밭에서'를 읽은 후 영감을 얻었다. 고인은 피란 시절은 물론 서울에 돌아와서도 천막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자작 동요를 가르치곤 했다.

전쟁 후 오후 5시만 되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어린이 방송 시작음악인 '어린이 왈츠'도 그의 작품이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동요 '스승의 은혜'는 매년 5월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전국 학교 교실에서 울려퍼진다. 동요 '과꽃' '모래성' '푸르다'와 가곡 '그리움'도 그의 대표작이다.

생전에 고인은 "동요를 생각하며 다른 욕심을 내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것이 건강비결이다. 200곡이 넘는 동요를 포함해 300여 곡을 작곡했지만 아직도 동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온 정성을 다해 동요를 작곡했다.

그의 대표 동요 상당수가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동요보다는 가요를 즐겨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웠다. 고인은 "내 동요가 교과서에서도 하나둘씩 빠지고 있다. 어린이들은 아이답게 가요보다는 아이들다운 노래를 배워서 불렀으면 좋겠다.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하곤 했다.

1927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음악부 1회 졸업생이었다. 서울에서 '봉선화동요회'를 만들어 동요 작곡과 노래를 지도했다. 1948년 서울 무학여중·고를 시작으로 이화여자중·고, 서울예고 등에서 10년 넘게 교편을 잡았다.

1964년 더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 형이 살고 있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후 남가주한인음악가협회 초대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아동음악상, 31회 소파상, KBS동요대상, 대한민국동요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동요의 명성에 비해 정작 작곡가 자신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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