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組合長 프리미엄에 막힌 '4050의 도전'

선정민 기자 2015. 3. 1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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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4년간 농·어업 현장을 이끌 전국 협동조합장 1326명이 11일 선출됐다. 이번 선거는 농·축협(1115명), 수협(82명), 산림조합(129명) 조합장을 하루에 선출하는 최초의 전국 동시 선거로 치러졌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선거권을 가진 조합원 229만7075명 가운데 총 184만3283명(잠정)이 투표, 투표율 80.2%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조합장 선거 평균 투표율(78.4%)보다 높았다.

영하를 넘나든 쌀쌀한 날씨에 조합 사무실과 학교, 읍·면·동사무소 등 전국 1802곳 투표소는 트랙터와 트럭, 오토바이 등을 몰고 온 농·어업인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출마자 56%가 4050… 현역 壁 못 넘어

이번 선거는 FTA(자유무역협정)와 쌀 개방, 외국산 수산물의 식탁 점령 등으로 농·어촌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치러졌다. 투표장에 나온 농민·어민들은 위기를 돌파할 CEO(전문경영인)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대전시 유성구 온천2동 투표소를 찾은 윤모(65·구암동)씨는 "FTA와 쌀 개방으로 갈수록 힘든 농민을 위해 누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를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공약도 위기 극복을 위한 조합의 대형화·전문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국 최고령 당선자는 대구에 있는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의 이재학(78) 당선자로 기록됐다. 이 당선자는 "선거 초반 나이가 많다는 게 약점으로 부각되기도 해 고전했다"고 말했다. 최연소 당선자는 경북 성주 벽진농협의 여상우(43) 당선자였다.

이번 선거를 통해 노령화된 농·어촌에 '젊은 조합장' 시대가 열릴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총 3508명의 후보자 가운데 4050세대가 55.7%(1955명)에 달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당수 조합에서 40대와 50대 초반 후보들이 낙선하고, 50대 중후반과 60대 후보가 당선됐다. 또 신인보다는 현직 조합장 당선이 두드러졌다.

농협 관계자는 "수십년간 터를 닦은 현직 조합장이 경험이 많고 인맥이 넓어 신인들이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과거 조합별 선거 때 보장됐던 토론회나 합동 연설회 등이 전면 금지돼 오히려 현역 프리미엄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 봉투에 굴비·멸치 난무한 혼탁 선거

'돈 봉투 선거'의 혼탁 양상은 기존 선거와 다를 바 없었다. 굴비·멸치 등 각종 선물과 음식·술 대접 등 불법이 판쳤다. 충남의 한 조합에서는 작년 8월부터 입후보 예정자가 조합원 150명에게 6000여만원을 뿌렸다가 고발됐다. 경기도의 한 조합에서는 조합원 4명이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22만원 상당의 음식을 얻어먹었다가 후보는 고발되고 조합원들은 과태료 352만원을 부과받았다. 상대 후보의 불출마를 조건으로 금품도 오갔다. 경쟁자의 출마를 막기 위해 모텔을 나오는 현직 조합장 차를 다른 후보 측이 고의로 들이박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날까지 중앙선관위가 적발한 위법 행위는 762건으로 이 가운데 149건을 고발하고 44건을 수사 의뢰했다. 혈연·지연·학연이 지배하는 '3연(緣) 투표'도 여전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선관위는 돈 선거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포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고, 단속 인력을 4700여명 투입했다.

중앙선관위 박영수 조사국장은 "금품을 제공한 후보는 무관용 원칙으로 고발하는 등 첫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 발맞춰 엄중하게 대응했다"며 "앞으로 깨끗한 선거가 정착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공청회와 검경 실태 조사 등을 거쳐 오는 10월까지 선거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조합장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이사회·대의원회·감사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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