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평창 피겨 경기가 아침 10시..미국 때문?

정현숙 2015. 3. 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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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올림픽을 전세계로 전달할 국제방송사 관계자들이 모인 세계방송사브리핑 (World broadcasting briefing)이 평창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각 방송사 관계자들이 미리미리 평창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만큼, 각 종목 경기스케쥴이 공개됐습니다. 대회 기간중 언제, 어떤 시간에 각 종목이 시작되는 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피겨 경기 일정을 보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종목의 시작시간이 아침 10시. 이대로 확정이 된다면 관중들을 모으기 힘든 상황인데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피겨 스케이팅은 경기전에 드레스 리허설을 미리 실시하게 되는데, 시작시간이 10시면 5시에 일어나야 되는 선수가 존재하게 됩니다.여기저기 알아보니 피겨 국제심판들도 시간표를 보고 당황했다고 합니다.오후에 경기하는 걸 좋아하는 선수, 밤에 경기하는 걸 좋아하는 선수.. 이처럼 개인별로 선호도가 나뉠 수는 있지만 이른 아침에 경기하는 걸 좋아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는 말이 뒤를 이었습니다.

피겨가 아침에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북미 시청자들을 위해섭니다. 한국시간 아침 10시는 미국시간으로 저녁 9시. 이른바 황금시간대입니다. 미국의 NBC가 4개 올림픽 중계를 위해 투자한 돈이 4조 5000억원, IOC는 NBC의 입김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미국의 그레이시 골드 등 현재 미국과 캐나다 선수들이 피겨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만큼, NBC는 피겨를 황금시간대에 편성해야 높은 광고수익을 거둘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시간과 일정은 OBS(올림픽 국제방송기구)와 각 종목 국제연맹, 조직위원회, IOC 등이 협의 아래 결정합니다. 그러나 올림픽 수익의 약 80% 정도가 중계방송 수익에서 나오는만큼,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방송사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OBS등은 김연아 선수의 은퇴로 한국이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거의 없는만큼 피겨를 양보하고 대신 쇼트트랙을 저녁에 편성하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쇼트트랙은 현재 저녁 7시에 시작하는 걸로 잡혀있습니다.

지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은 현지시간으로 모두 저녁 7시에 시작됐습니다. 갈라쇼만 오후 시간대였습니다.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 올림픽조직위원회 입장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관중 수입은 물론, 다양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방송사들이 한국 방송들보다 오히려 더 다급해졌습니다. 유망한 선수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일본피겨는 자국 팬들의 관심도가 상당합니다.뿐만 아니라 일본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가장 많은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한국 시간으로 10시에 경기가 시작하면, 같은 시간대의 일본도 시청률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NHK는 한국 방송사들에게 피겨 경기를 저녁으로 바꾸는 방안을 OBS에 얘기하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나온 평창 올림픽 경기일정은 4차 수정본이고 개막 1년전 정도까지도 바뀔 수 있지만, OBS와 NBC등의 강경한 분위기를 볼 때 시간 변경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세계적인 선수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 더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IOC와 OBS의 결정에 무작정 끌려갈 것이 아니라 개최국의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점입니다.

☞바로가기 [뉴스9] '김연아 없어서' 평창에선 피겨를 아침에?

정현숙기자 (hyensu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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