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安住 없는 유목민처럼.. 구글 新사옥은 '천막'

양모듬 기자 2015. 3.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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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 구글이 그들의 유전자대로 마음껏 건물을 짓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1998년 9월 스탠퍼드대 공학도였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만든 곳은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의 한 차고였다. 월세 1700달러짜리였다. 창업 17년 만에 구글은 시가총액 3652억달러(약 401조원)의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이 됐다. 그런 구글이 처음으로 설계부터 건설까지 총괄해 신(新)사옥을 짓는다. 선택은 '천막 같은' 사옥이다.

구글은 지난 2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멘로파크의 차고, 덴마크의 농가, 뉴욕의 한 블록 전체 등 다양한 일터를 경험해본 끝에 어떻게 해야 훌륭한 업무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됐다"며 "(구글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州) 마운틴뷰시(市) 당국에 우리가 사용 중인 부지 중 4곳에 대한 재개발 계획을 제출했다"고 했다.

구글이 계획 중인 신사옥은 겉보기에는 커다란 '유리 천막'처럼 보인다. 기존 건물을 헐어낸 부지에 투명한 유리판을 연결해 만든 온실(溫室) 같은 거대 구조물을 설치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그 구조물 안에 위치한다. 가벼운 재질의 이동 가능한 벽으로 조립해 공간을 만드는데, 벽을 옮기기만 하면 방 모양과 크기를 쉽게 조정할 수 있다. 조립식 블록 장난감인 '레고'와 비슷하다. 데이비드 래드클리프 구글 부동산 담당 부사장은 "움직일 수 없는 콘크리트 건물 대신 블록 형태 구조물을 만들기로 했다"며 "개발 중인 신제품 종류에 따라 (업무 공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 '스타방에르(Stavanger) 콘서트 하우스'로 200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덴마크 출신 비야케 잉겔스 등 스타 건축가가 디자인을 맡았다. 2020년까지 네 부지 중 한 곳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건축 예산은 알려지지 않았다.

기존 구글 본사는 최첨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운틴뷰 일대 부지 83곳에 흩어져 있는 데다, 본사 메인 건물도 1990년대 반짝했다 파산한 IT 기업이 쓰던 빌딩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건물 곳곳에서 구글 직원 2만명이 쏟아져나와 대혼잡이 벌어진다. 뉴욕타임스는 "신사옥이 건설되면 구글의 사무 용적이 250만 제곱피트(약 7만평) 늘어나고, 1만명이 추가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하나와 맞먹는 면적"이라고 했다.

이번 계획은 구글의 기업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부족한 공간을 커다란 빌딩이 아니라 이동식 건물로 해결하는 것은 구글의 '노마드(nomad·유목민이라는 뜻) 전략' 때문이다. 한곳에 정주(定住)하지 않는 유목민처럼 구글이 인터넷에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을 검색엔진에서 자동차·헬스케어·로보트 등 다양한 기술 그룹으로 탈바꿈하려는 래리 페이지(구글 CEO)의 야심이 반영된 계획"이라고 평했다. 사업마다 필요한 사무실 형태가 제각기여도 '레고형' 건물을 지으면 공간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년, 20년 뒤 유망 분야를 모르기 때문에 유연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며 "업데이트가 가능한 '휴대폰 앱' 같은 건물"이라고 평했다. 현지 언론은 "내부가 안 보이는 우주선 모양의 애플 신사옥이 비밀주의를 신봉하던 스티브 잡스의 유산이었다면, 구글이 계획한 건물은 그들이 추구해 온 개방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구글 직원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과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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