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속, 그 섬에 가고 싶다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5. 2.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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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강화 교동도

최초의 향교, 연산군 유배지, 박물관 같은 시장…. 고즈넉한 풍경이 다가 아니다. 한양의 관문, 해군기지, 피난과 유배, 은신처가 됐던 곳이다. 보면 알고 싶고, 알면 더 알고 싶어지는 교동도로 이야기 따라 떠나본다.

교동향교.

◆ 교동향교, 지방교육이 시작된 곳

"여기 보여줄까?"

설명에 열중하던 관리인 어르신이 여행자의 경청과 호기심을 기특하게 보셨는지 열쇠를 꺼내 대성전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신다. 앞쪽 가운데에는 공자의 초상화와 위패가, 양쪽으로 성리학 18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이 앞이 공자, 양쪽은 다 우리 조상 할아버지들이야."

최치원, 정몽주, 정여창, 송시열, 이이, 이황, 설총, 김굉필…. 역사책 어딘가에서 한번씩은 만났던 어마어마한 분들, 어르신 말씀대로 하자면 그 '할아버지'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방안을 둘러보며 관리인 어르신의 '특혜'를 누린다. 옛 고을마다 하나씩은 있는 향교지만 여기는 보통 향교가 아니다.

교동향교는 최초의 향교다. 1127년(고려 인종 5년)에 화개산 북쪽에 지어졌고 고려 충렬왕 12년(1286년)에 안향이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자상을 들여와 모셨다. 개경도 아닌 이곳, 도읍에서 뚝 떨어진 교동도에 처음으로 향교가 세워졌다니 놀랍다. 이후 서울의 각 읍에 조상이나 성현의 위패를 모시는 문묘를 설치했고, 조선시대 유교 보급과 중앙집권체제 정비과정에서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됐다. 1741년(조선 영조 17년)에는 교동향교가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고 1966년에 중수했다.

공자의 초상화까지 보고나니 돌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우물에는 아직도 맑은 물이 나오고 명륜당 뒤로 높게 자란 은행나무는 이곳의 기품을 더한다. 뒤로는 화개산이, 앞으로는 바다가 있고 그 사이로 교동읍성의 흔적이 있다.

"어르신, 댁이 어디예요?""나? 요 뒤에…."

정작 자신에 관한 질문을 하니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신다. 문화해설사가 하는 일이지만 사람이 없을 땐 직접 설명해 준다며, 표정에는 자부심도 묻어있다.

새로운 여행자들이 들어왔다. 물어보지도 않고 어르신 앞에 모여든다.

"여기가 880년 된 곳인데…."

무한 반복의 피곤함을 잊은 채 다시 시작되는 관리인 어르신의 말소리를 뒤로 하며 최초의 지방학교, 교동향교를 나선다.

교동읍성.
읍내리 비석군.

◆ 교동읍성, 이래 봬도 한양을 지켰다

향교에서 봤던 읍성 자리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삼거리가 나오는데 웬 비석이 잔뜩 있다. 교동면 관내에 흩어져있던 40기의 비석을 이전해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비석이라는 것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사건과 인물을 뜻한다. 강화도에서도 또 배를 타고 들어와야 했던 이 작은 섬에 그동안 무슨 일이 이렇게 많았을까.

큰 흔적 중 하나가 교동읍성이다. 조선 인조 7년에 쌓은 석성으로 지금은 남쪽 홍예문과 함께 약간의 돌담이 남아 있지만 원래는 도읍 전체를 둘러싼 있던 둘레 430m, 높이 6m의 방어시설이었다. 성벽 안쪽에는 조선 태종 때 황룡이 출현했다고 전해오는 황룡우물이 있는데, 입으로만 전해온 전설이 아니라 <조선왕조실록>에 당당히 기록돼 있는 장소다. 게다가 조선시대에 경기수영이 이곳에 있었다니 교동도가 군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밭을 가로질러 향교 방향을 보면 2m 되는 석주가 두개 있는데 이것이 교동부지다. 즉 관아, 객사 등 관청과 누각이 있던 곳이다.

고추밭 사이로는 비석 하나가 서있다. 바로 연산군적거지이다. 우물터가 있는데 뽕나무 뿌리가 옆으로 자라 우물 구멍 위로 솟아 올랐다. 그런 형태로 수령이 꽤 오래된 듯 하다. 터가 이상한 건지, 살다간 이의 기운이 그런 건지 황량한 들판과 쓸쓸한 비석, 그리고 나무가 자란 우물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언덕 위에 커다랗고 잘생긴 느티나무를 보려고 다가가니 아니나 다를까 300살이 넘은 보호수다. 비교적 건강하고 상서롭게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길을 따라 가면 웬 하얀색 창고가 있는데 문 앞에 주스병이 하나 있다. 푯말을 보니 창고인 줄 알았던 이 건물은 '부근당'이다. 이곳이 연산군의 집터라고 한다. 이 안에 연산군과 신씨 부인의 화상이 있고 지금도 마을 주민들이 두 원혼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주스는 우연히 그곳에 놓인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올리고 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고려와 조선의 왕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왔고 강화도령 철종과 경기수영의 장군들이 와 살았으니 이곳에 그들의 후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섬에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교동도 대룡시장.
부근당 연산군의 집터.

◆ 대룡시장, 그리움이 밴 골목

교동이발관, 동산약방, 중앙신발….

요즘 지역마다 생기고 있는 '그때 그 시절'박물관 같지만 여기는 진짜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유는 민통선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교동도는 바다 건너 황해도 연백군과 불과 2~3㎞ 떨어져 있다. 이곳 대룡시장의 어르신들은 한국전쟁 때 피난을 왔다고 한다. 곧 돌아갈 줄 알았지만 그렇게 60년이 지났다. 좌판을 만들어 장사를 했고 60~70년대를 지나며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집을 지었다. 어떤 집은 무너져 가고 어떤 집은 빈집이다. 그 사이로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와 살림집들이 있다.

몇해 전 방송에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고 작년에 완성된 연륙교와 최근 드라마 촬영으로 여행자가 더 많아졌다.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휘 지나가지만 정작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할머니께서 '점빵' 안의 제비 둥지 두개를 자랑하시며 곡물을 좀 사가라고 하신다. 추운데 가게 안에 계시지 밖에 나와 앉으셨다. 이발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이발이나 면도는 안 한다고 하신다. 무언가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떡볶이와 어묵을 사먹고 식당에 들어가 점심도 해결한다.

다음에 올 때는 지갑을 채워 와서 서리태도 사가고 고구마묵 가루도 사가야겠다. 오골계알도 쌀눈과 말린 파도 사고 사진관에서 옛날식 증명사진도 한장 찍어야겠다.

● 여행 정보

☞ 강화 교동향교 가는 법

[승용차]서울 강변북로 - 성산대교 북단에서 '일산' 방면으로 우측방향 - 강변북로 - 가양대교 북단에서 '제2자유로, 가양대교' 방면으로 우측방향 - 가양대교 북단에서 '가양대교' 방면으로 좌측방향 - 화곡로 - 가양대교 진입 후 화곡로를 따라 이동 - 우측 '올림픽대로(종합운동장), 올림픽대로(김포공항)' 방면으로 올림픽대로 진입 - 가양대교 남단에서 '김포공항, 행주대교' 방면으로 우측방향 - 올림픽대로 - 나래지하차도 진입 후 김포한강로 - '강화읍, 통진, 김포CC' 방면으로 우측 - 김포대로 - 마송지하차도 - 이강삼거리에서 '인화, 국화연수원' 방면으로 우회전 - 인화로 - 교동대교 진입 후 교동동로 - 좌회전 - 교동남로 - 우회전 - 좌회전※교동대교 진입 전 검문소에서 이름과 연락처, 방문 목적을 쓰고 확인증을 받아야 교동도에 들어갈 수 있다.

[대중교통]강화터미널 - 18번 승차 - 장성마루 정류장에서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교동향교: 검색어 '교동향교'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읍내리 630-5교동읍성: 검색어 '교동읍성'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읍내리 577대룡시장: 검색어 '교동대룡리시장'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 여행지 주요 정보 >

교동향교문의: 032-932-6931

교동읍성문의: 032-930-3627

강화군 문화관광http://tour.ganghwa.incheon.kr / 032-930-3114

강화나들길http://www.nadeulgil.org / 032-934-1906교동향교, 교동읍성, 대룡시장은 강화나들길 9코스에 해당한다.

< 음식 >

대풍식당: 대룡시장 입구에 위치해 있고, <1박 2일>에 방영되며 유명세를 탔다. 직접 빚은 손만둣국과 푸짐한 국밥, 직접 면을 뽑아 나오는 냉면이 메뉴의 전부다. 만두와 냉면은 북한지역 고유 음식으로 투박하지만 제대로 된 맛이 난다.국밥 6000원 / 만둣국 6000원 / 냉면(물, 비빔) 6000원032-932-4030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대룡안길 54번길 24

붉은노을 치킨집 분식: 주말 낮 시간에는 여행자들을 위해 치킨집 앞에서 떡볶이, 어묵 등 분식을 판다. 집 고추장으로 만든 떡볶이는 깊은 맛이 나고, 김치전은 이 집의 대표 메뉴다.어묵 500원 / 떡볶이 2000원 / 닭꼬치 2000원 / 김치전 3000원032-932-0234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대룡시장 내

< 숙소 >

※교동도에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6시에 모두 섬 밖으로 나와야 한다. 숙박이 필요하다면 강화도에 정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선택이다.라르고빌: 객실, 식당, 연회장, 카페 등을 두루 갖춘 리조트이다. 바닷가에 위치하여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다.객실요금: 12만 ~ 46만원http://www.largoville.com / 032-555-8868 /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2845번지 25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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