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표의 왈왈왈]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차마고도

홍인표 전 경향신문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2015. 2. 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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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는 중국을 떠나 티베트로 가는 고대 교역로이다.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중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길이다.

차마고도를 통해 중국에서 많이 나는 차를 티베트에 가져다주고 티베트에서 많이 나는 말을 가져왔다. 티베트 사람들로서는 차가 반드시 필요했다. 산악지대에서 살면서 고기를 주로 먹지만 차를 통해 지방을 분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티베트 사람들은 야크를 비롯한 동물의 젖과 차를 한데 섞어 만든 버터차를 하루에도 열번 이상 마신다. 중국 입장에서는 전쟁이나 수송용으로 말이 필요했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오랜 세월 교역이 이뤄진 것이다. 차마고도는 티베트를 거쳐 인도와 멀리는 홍해 연안까지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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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는 크게 서북지방 산시성, 서부지방 쓰촨성, 남부 지방 윈난성에서 티베트로 들어가는 세갈래가 있다. 길이는 세 갈래 모두 3000킬로미터가 넘고 가장 긴 윈난성 길은 3800킬로미터에 이른다. 윈난성에서 출발하는 차마고도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윈난성은 보이차로 유명한 차 산지다. 보이차가 나는 푸얼(보이가 중국말로 푸얼이다)에서 차를 말에 싣고 출발해 다리, 리장과 샹그리라를 거쳐 티베트로 간다. 도중에는 높이가 몇백미터가 되고,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협곡이 도사리고 있다. 호랑이가 뛰어내렸다는 호도협이 가장 유명한 협곡이다.

윈난성은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3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 56개 민족 가운데 52개 민족이 살고 있을 정도로 소수민족이 많다. 전란을 피해 중원지방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윈난성의 성도는 쿤밍. 봄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시사철 봄날씨다. 화훼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다리(우리말로는 대리)는 명나라에게 망한 나라인 대리국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리장(우리말로는 여강)의 고성(옛날에 지은 성이라는 뜻)은 세계문화유산이다. 리장의 옥룡설산은 빼어난 경치는 물론 해발 4500미터가 넘는 곳에 가면 공기가 희박해 우주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푸얼 부근에 있는 시솽반나는 야생공원에서 코끼리를 볼 수 있다. 리장에서 호도협으로 가는 길에는 소수민족인 모수족의 여인국이 있다. 여인국은 여인들만이 산다는 뜻이 아니라 모계사회라는 뜻이다. 남자들은 놀고 있고 여성들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티베트 가는 길에 있는 샹그리라는 원래 중뎬이었다가 2001년 샹그리라로 이름을 바꾸었다. 샹그리라는 1933년 발표한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지명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평화롭고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상향을 뜻하는 이름이다. 샹그리랴가 어디냐를 둘러싸고 중국내에서 여러 곳이 경합을 벌였으나 중국 정부가 윈난성 중뎬현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윈난성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댐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메콩강(중국은 란찬강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나온 이 강은 베트남으로 넘어가면서 메콩강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유역의 여러 곳에 댐을 건설해 홍수를 막고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웃나라와 중국 안팎의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이 란찬강 유역의 환경을 파괴한다며 반대 운동을 줄기차게 펴고 있다. 차마고도 여행은 중국의 빼어난 경치와 오랜 역사, 댐 건설을 둘러싼 몸살을 한번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홍인표 전 경향신문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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