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삼계탕, 우유 '중국 빗장' 풀릴까

2015. 2. 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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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중FTA 체결 불구 3개품목은 중국 검역기준에 걸려 수출길 막혀

올해는 중국에 한국산 김치와 일반 우유, 삼계탕을 팔 수 있을까.

지난해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지만 한국 대표 먹거리인 김치와 일반 우유, 삼계탕은 여전히 중국 수출이 어렵다. 중국의 검역기준에 꽉 막혀서다. 그 사이 김치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판로를 잃어버린 우유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접촉을 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도가 늦어도 너무 늦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대중국 김치 수출과 관련, "열심히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언제 재개된다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측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최종적인 답변을 받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 김치는 일본, 베트남은 물론이고 중동에도 수출이 된다. 유독 중국만 안 된다. 이유는 중국의 독특한 위생기준 때문이다. 중국은 김치에 대해 자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 위생기준을 적용시키고 있다. 대장균군 수는 100g당 30마리 이하여야 한다. 파오차이는 삶아 절인 채소로 오이피클로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발효식품인 김치는 도저히 이런 기준을 맞출 수가 없다.

살균된 볶음김치밖에 수출 못해

한국 김치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 수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중국 내 식품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김치까지 덤터기를 쓰게 된 것이다. 2010년 중국에 117톤 수출됐던 김치는 2013년에는 단 한 조각도 수출하지 못했다. 현재 중국에 수출 가능한 김치는 살균된 볶음김치밖에 없다.

반면 중국산 김치 수입은 큰 폭으로 늘었다. 2011년 이후에는 연간 20만톤 이상 수입되고 있다. 2013년에는 중국산 김치가 1742만 달러어치나 수입됐다. 우리 돈으로 180억원어치다. 국내 수입되는 김치는 전부 중국산이다. 다른 나라는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95%, 일반 식당의 9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이 늘어난 데는 2011년 관세청이 수입통관절차를 간소화한 것도 작용했다. 서류검사만으로 끝내는 통과물량이 크게 늘었고, 정밀검사는 절반으로 줄었다. 중국은 김치 수입을 안해도 아쉬울 게 없다. 한국은 처지가 다르다. 음식점 등 외식산업이 받는 영향이 크다. 중국이 검역을 깐깐하게 한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김치의 대중국 수출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중국이 자국의 위생기준을 내세워 김치 수입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산 김치 수입을 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삼계탕은 김치보다는 상황이 조금 낫다. 현재 한·중 간 검역 협상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한국 삼계탕에 대해 "한국이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국가여서 삼계탕 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중국산 닭고기에 대해 수입 금지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조치라는 것이다. 중국도 AI 발생 국가다. 한국은 "삼계탕은 열을 가해서 AI 바이러스를 사멸시킨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가 간 검역 협상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속성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에 삼계탕을 수출하는 데도 10년이나 걸렸다. 미국 측에 삼계탕 수입 허용을 처음 요구한 게 지난 2004년 , 타결된 것이 지난해다. 그나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의 홍역을 치른 대가였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열린 '사랑나눔 김장나눔' 행사 참가자들이 김장김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재고 늘어난 우유 중국 수출이 활로

일반 우유 수출도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최근 중국의 검역관 5명이 한국에 와서 한국 내 우유공장 7곳을 둘러봤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에서 130도 이상 UHT(초고온순간살균법)를 이용해 만든 우유의 유통기한이 자국 우유보다 길다며 국내 우유업체들의 수출 등록을 보류했다. 중국은 우유살균 때 HTST(고온단시간살균법)를 적용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초고온순간살균법을 사용하는데 중국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한때 한류바람을 등에 업고 중국 상류층을 중심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리던 한국 우유는 이런 이유로 사실상 수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산 우유 재고는 지난해 연말 기준 23만2000여톤에 달했다. 이는 전년(9만2000여톤)보다 150% 늘어난 것이다. 생산은 많았고 소비는 준 데다 저가의 외국산 수입도 많았다. 국내 유가공업체가 숨통을 틔우려면 대중 수출이 재개되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 실사단 방문 때 대응을 잘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김치와 삼계탕, 일반 우유 수출을 위한 요구사항을 중국 측에 전달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은 없다. 중국으로서는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타결된 한·중 FTA도 수입검역조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FTA와 수입위생기준 협상은 별개다. FTA에서 김치와 삼계탕, 일반 우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징성에 비해 수출액이 크지 않아 한국 측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의 양보를 얻어낸다고 해도 그 대가로 자동차와 공업제품 등 제조업 경쟁 품목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중국 CCIC(검험인증집단) 한국 지사는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한국이 김치, 삼계탕, 유제품 등에 대한 중국의 검역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식품위생기준이 다른 데다 중국의 관련 법규를 고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려 짧은 시간 내에 한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수출 허용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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