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UHD 방송 시장 선점 경쟁 격화..해결 과제 산더미

2015. 2.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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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료방송 업계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상용화했다.

수년 전부터 UHD 방송 상용화를 추진했던 미국, 일본 등을 제치고 차세대 미디어 시장 선점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낮은 UHD TV 보급률, 100시간 내외 수준인 UHD 콘텐츠 분량,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저항 등에 발목이 잡혀 UHD 상품 가입자 수 규모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3대 유료방송 플랫폼은 이 같은 분위기를 올해 반전시킬 태세다. 최근 UHD 전용 채널과 하드웨어(HW) UHD 셋톱박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UHD 방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UHD 방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 가입자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TV, HW UHD 셋톱박스로 반전 노린다

케이블TV 업계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UHD 전용 채널 '유맥스(UMAX)'를 개국했다.

그동안 일부 국가가 실험방송을 진행한 사례는 있었지만 정부가 마련한 UHD 기술 표준에 기반을 두고 상용 UHD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은 유맥스가 처음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당시 "UHD는 방송사업자와 시청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비주얼 솔루션"이라며 "UHD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오는 2017년까지 약 6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가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유맥스 개국 이후 주요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확보한 가입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총 389명이다. 이는 IPTV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UHD 상품 가입자 수를 기록한 LG유플러스의 1% 수준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사업 특성상 IPTV 서비스보다 UHD 방송을 보급하기 어려운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국을 서비스 커버리지로 삼는 IPTV와 달리 케이블TV는 사업자별로 나뉜 54개 권역에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MSO가 HW UHD 셋톱박스를 동시 출시가 아닌 서로 다른 일정으로 제각각 선보인 것도 UHD 상품 판매량이 저조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다. 권역별 서비스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UHD 방송 상품 가입 희망자가 IPTV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HW UHD 셋톱박스를 앞세워 UHD 상품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데 드라이브를 건다. 시청자가 보유한 UHD TV 브랜드에 관계없이 유맥스를 수신·시청할 수 있는 HW 셋톱박스로 적극적 마케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씨앤앰은 다음 달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HW UHD 셋톱박스를 상용화하고 본격적 마케팅 활동에 돌입한다. 케이블TV 사업자로는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해 11월 기준 766만가구로 집계된 아날로그 가입자를 UHD 상품으로 유치하려면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심리적 가격 장벽을 낮추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월 1만원 이하 요금을 내고 있는 아날로그 가입자가 2만원에 육박하는 UHD 방송 상품에 가격 부담을 느껴 IPTV 업계의 결합상품 등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방송으로 양방향 서비스 경험을 늘려 가격 장벽을 상쇄한 후 UHD 상품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두 IPTV, 복병 위성방송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기준 무려 3만 가구에 달하는 'tv G 4K UHD'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는 그동안 UHD 방송 서비스를 상용화한 국내 모든 유료방송 사업자가 확보한 가입자 수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수치다.

IPTV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UHD 방송 시장에 진입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HW UHD 셋톱박스 스펙과 기능을 업계 최상급으로 강화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화질 개선 기능을 앞세워 UHD TV 보유자와 함께 풀HD TV 보유자를 동시 공략했다"며 "화질 경쟁력과 함께 리모컨, 음성제어 등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스마트 기능을 앞세운 것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HW UHD 셋톱박스를 동시에 출시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던 KT '올레tv'와 SK브로드밴드 'B tv'는 각각 5000가구, 3000가구를 UHD 상품 가입자로 유치했다. 월 평균 1000가구 수준으로 서서히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IPTV 업계가 UHD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선두 자리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화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프로토콜(IP)에 기반을 둔 방송 콘텐츠 데이터를 전송하는 업계 특성상 접속 트래픽이 몰리면 화질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IPTV 업계 관계자는 "비트레이트를 35 수준으로 개선하면 UHD 방송 콘텐츠를 화질 저하 문제없이 전송·재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다음달 HW UHD 셋톱박스를 출시하고 UHD 방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전국을 방송 커버리지로 삼는 위성방송의 특성을 감안하면 케이블TV와 IPTV 업계를 위협할 UHD 방송 시장의 복병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개국한 UHD 전용 채널 '스카이UHD'를 포함해 연내 UHD 채널 수를 세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채널 UHD 방송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한 개 채널을 운용하고 있는 케이블TV, 주문형비디오(VoD) 중심 IPTV와 플랫폼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KT스카이라이프는 UHD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와 편집 시설을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102억원을 투자한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HW UHD 셋톱박스는 마무리 작업을 거쳐 이르면 3월 말 상용화할 예정"이라며 "다채널 UHD 서비스는 화질, 흥미 등 각 테마에 따른 방송 콘텐츠를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VoD 수요 증가에 따라 양방향 서비스 제공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숙제다. 위성방송은 케이블TV, IPTV와 달리 단방향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다. 향후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처럼 IPTV와 위성방송 특성을 합한 UHD 방송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지상파, UHD 상용화는 미정

유료방송 업계와 달리 지상파 방송 3사의 UHD 상용화 일정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남게 된 700㎒ 주파수 사용권을 놓고 통신업계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 3사는 UHD 방송 상용화를 위해 현재 통신용으로 배정된 700㎒ 주파수 대역을 반드시 할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세계적으로 700㎒ 주파수 대역을 UHD 방송에 배정한 국가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급증하는 이동통신 수요를 소화하려면 반드시 해당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올해 지상파 UHD 방송과 700㎒ 주파수 대역 관련 정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전송 표준, 가용 주파수, 도입 형태·시기 등 지상파 UHD 도입 로드맵을 구축한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업계가 700㎒ 주파수 대역 활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을 감안하면 지상파 UHD는 또 한 번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산하 주파수정책소위원회 회의에서 올 하반기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6년 수도권, 2017년 광역시로 본방송 실시 지역을 확대하고 2021년 전국 UHD 방송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함께 구성한 공동연구반은 지상파 UHD 방송 시범 서비스는 2017년 이후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UHD 방송 국제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하면 향후 경쟁국가에 기술적으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UHD TV, UHD 대중화에 직결

UHD TV 보급률은 3대 유료방송 업계의 UHD 방송 상품 대중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UHD 방송 상품에 가입해도 UHD TV가 없으면 4K 해상도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고화질(HD) 상품과 비교해도 화질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UHD TV 미보유자가 월 요금이 더 비싼 UHD 상품으로 이동하기는 어렵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오는 2025년 지상파 방송사가 UHD 본방송을 개시한다고 가정하고 올해 29만가구가 UHD TV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TV 보유 가구 수 가운데 1% 수준이다.

주요 가전사의 UHD TV 제품군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50~60인치 모델 가격은 최근 2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산 저가 UHD TV는 평균 100만원대 이하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UHD TV 보급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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