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약 2015' 인터뷰](4)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

박효순 기자 2015. 1. 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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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암·난소암 예방 어려워.. 정기검진 필수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은 여성의 생식기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인암이다. 국가암통계를 보면 자궁경부암은 2002년 4400명 선에서 매년 줄어 2012년 3500명 정도로 연간 발생자 숫자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자궁내막암은 같은 기간 900여명에서 2000명 가까이로, 난소암은 1400여명에서 2100여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자궁암은 5년 생존율이 80%를 넘지만 난소암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산부인과 교수·55)은 "자궁경부암은 퇴치 가능한 암으로, 적절한 자궁경부암 검진과 백신 접종을 통해 앞으로 20~30년 안에 완전한 퇴치를 목표로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조기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 방법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인암 치료의 권위자인 김병기 교수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궁과 난소의 모형을 들고 암 발생의 원인과 대처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연간 발생자 지속적 증가세자궁경부암은 백신·검진으로20~30년 안에 완전 퇴치 목표

- 부인암의 원인과 조기 진단 및 예방수칙을 말씀해 주십시오.

"자궁경부암은 잘 알려진 대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거의 100% 원인입니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원인을 아직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궁내막암은 주로 호르몬 불균형이, 난소암은 '끊임없는 배란'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궁경부암의 1차 예방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입니다. 아직 모든 유형을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70~90%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2차 예방은 검진으로 전암단계에서 조기 발견해 치료해서 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겁니다. 검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HPV 검사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궁내막암이나 난소암은 일반적으로 예방이 어렵습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자 이상을 가진 여성은 유전자 진단과 더불어 정기 검진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예방적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확진을 위한 검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산부인과에서 진찰과 함께 자궁경부 세포검사, 골반 초음파 검사를 합니다.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자궁경부 조직검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궁경부암이 거의 나타납니다. 자궁내막암은 환자의 70% 이상이 비정상 자궁 출혈을 보이기도 하고 골반 초음파 검사상 자궁내막이 두꺼운 소견을 보여 자궁내막 검사(일명 소파검사)를 하면 진단이 가능합니다. 난소암은 골반 초음파 검사 결과 난소에 혹이 있거나 복수가 있는 경우 추가로 피검사로 종양표지자(CA125)를 측정합니다. 이런 검사로 확증할 수 없을 땐 주로 개복수술을 해서 진단합니다."

- 자궁암에 비해 난소암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조기 발견이란 1기 또는 2기에 발견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자궁경부암은 75%, 자궁내막암 70%, 난소암은 30% 정도가 조기에 발견됩니다. 자궁경부암은 선별 검사 덕분에, 자궁내막암은 비정상 자궁출혈이라는 증상 때문에 조기에 발견되는 경향이 높습니다. 하지만 난소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진행이 매우 빠르며 (일률적인) 조기 진단법도 마땅치 않아 70% 이상이 진행성 병변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치사율이 가장 높습니다."

- 부인암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들을 꼽는다면.

"환자가 미혼이거나 아직 아이가 없는 기혼이라면 가임력 보존에 대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최소침습수술 덕분에 일부 젊은 여성 환자는 암도 치료하고 임신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은 암부위만 절제하고 자궁을 남겨서 임신을 시도하거나, 자궁내막암 초기 환자는 수술 대신 호르몬 치료를 한다든지 해서 자궁을 보존할 수 있어요. 난소암이라도 1기 정도에 발견하면 자궁을 남겨 임신을 시도할 수 있고요. 난소암은 발견 당시 복강 내에 퍼져 있는 경우가 많고, 광범위한 수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여러 과가 동시에 팀을 이뤄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이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진행된 경우엔 항암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선행항암화학요법은 자궁경부암과 난소암에 주로 적용합니다."

김 센터장은 주요 국제학술지에 부인암 관련 논문을 210여편 발표했고 국내외 임상과 기초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고 아시아에서도 2명에 불과한 미국부인암연구회 난소암분과위원이다. 그는 "최근 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한 표적치료제가 부인암에서는 비급여로 되어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하기 어렵다"며 "환자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국가적으로 부인암 연구에 더 관심을 갖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근거 없는 부작용 소문으로 백신 접종 사업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인 여성은 모두가 국가 암검진 사업에 따라 충실하게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인암에서는 수술이 대부분 첫번째로 하는 치료입니다. 수술만으로 경과 관찰을 하는 경우가 가장 좋지만 수술 결과에 따라서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 추가적인 치료를 잘 받는 경우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와 협력해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의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전문가 집단과 진료지침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 배우자 등 가족의 헌신적인 노력이 투병의 고통을 이겨내는 데 몇 배의 힘을 줍니다. 난소암으로 큰 수술을 받은 경우 장기간 항암치료를 하고 재발에 따른 재수술이나 반복되는 항암치료를 몇 년에 걸쳐 하기도 합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지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럴 때일수록 가족애, 가족의 연대의식, 사랑의 힘이 필요합니다."

서울대 의대 졸업, 대한암학회 학술위원·이사(현), 국제부인암학회 회원(현), 미국암학회 회원(현), 미국부인암연구회 난소암분과위원(현), 대한부인종양연구회 회장(현)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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