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젊은 골프장 그린키퍼들

기자 2015. 1. 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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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 효고현 가코가와에 위치한 골프장 3곳과 비료화학 공장을 견학하고 왔습니다.

날씨는 한국의 부산 정도로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이라 손으로 바람을 막아야 했습니다. 충북 충주시 인구와 유사한 30만 명의 작은 소도시 가코가와를 찾은 이유는 130년 된 비료공장과 인근 명문 골프장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내 골프장 그린키퍼 2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벤치마킹하려는 눈빛과 메모하는 자세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잔디와 시설을 살피고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골프산업의 미래는 참 밝구나 싶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해외 골프장을 벤치마킹하러 오면 우선 골프 라운드 하고 술 한잔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젊은 한국 골프장 그린키퍼들은 일본과 한국의 골프장 차이점과 장점이 무엇인지를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는 눈빛이었습니다. 일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잔디가 상했을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임원과 오너의 질책 그리고 쏟아지는 회원과 골퍼들의 비난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툭하면 우린 조소하듯이 "컵 위치가 왜 이래!, 잔디가 왜 이래 어제 와이프랑 싸웠나!"라고 말을 던지지만 그때마다 이들은 죄인이 되는 듯하다고 말합니다.

시즌엔 오전 3시 30분에 기상해서 손님이 오기 전에 잔디를 깎아야 하고 손님이 라운드를 끝내고 돌아가야 마무리를 하고 퇴근한다고 합니다. 손님이 오기 훨씬 전에 출근해 손님이 돌아간 훨씬 뒤에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노고에 대해 우린 생각하지 못한 듯합니다. 남들은 겨울이라고 여행 가고 쉬고 할 때 그린키퍼들은 손님들에게 더 좋은 잔디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외로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내부 마케팅이란 경제 용어가 있습니다. 그 일에 만족한 종업원만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부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너와 임원들의 아낌없는 신뢰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비자 역시 이들의 노고에 손 흔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 내리고 바람 부는 이 겨울에도 이들은 오로지 올봄, 건강하게 파릇한 숨결로 아우성치는 잔디를 제공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좋은 관리법이 있다면 비바람 마다하지 않고 어느 곳이든 뛰어가 그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젠 골프장 가면 잔디 탓, 그린키퍼 탓만 하지 말고 이들의 노고에 대해서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있어 우린 파란 숨 맘껏 들이마시며 행복한 라운드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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