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테리어]도면부터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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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직접 집을 고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다. ‘시작이 반이다. 일단 해보자’ 이런 정신은 새해 다이어트 결심 할때나 통한다. 집 고칠때에는 아주 위험하다.
가구 만든다고 가구 가로 세로 사이즈만 재서 목재 주문했는데 겹치는 부분을 생각 못해서 다시 톱질을 한 적이 허다했고, 타일을 붙이다 보니 부족해서 부랴 부랴 다시 주문하고 도착할때까지 난장판인 집에서 생활한 적도 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낫다. 몸이 좀 고생하거나 어지럽혀진 집안을 조금만 참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아예 되돌릴 수 없거나 더 큰 공사를 해야 할 때에는 대략 난감하다.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다음에 시작하지 않으면 ‘아차’를 수십번 외치고 깊은 한숨과 함게 머리 쥐어 뜯으며 바보같다고 자학하게 될 것이다.
욕실을 어떻게 고칠지를 한 석달은 고민한 것 같다. 한달 간은 매일 틈날때마다 인테리어 까페와 블로그, 전문 사이트를 뒤지면서 국내외 예쁜 욕실을 눈에 담았다. 또 한달은 다른 집 욕실 개조기를 보면서 실제 셀프로 가능한 방법을 찾았다. 마지막 한달은 머릿속에서 내가 원하는 욕실을 점점 완성해 도면으로 옮겼다.
어설프게나마 A4용지에 그림으로 그려 완성. 욕실 개조를 마치고 나서 알게된 사이트(www.floorplanner.com)가 있는데 몇번의 클릭으로 뚝딱 3D 도면을 그려준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면에 대략 사이즈와 위치, 부자재 등을 기록하고 일의 순서를 정한다.
먼저 벽면 시공을 하기로 했다.우리집 욕실은 3분의 2는 연한 옥빛이 감도는 타일이고 나머지는 그보다 좀 더 진한 옥빛의 타일로 시공됐다. 옥빛 참 예쁜 색인데 이상하게 화장실에서 보면 촌스럽다. ‘화이트’ 톤의 화장실을 원했던 지라 흰색 타일 시공을 먼저 생각했지만 엄두가 안 났다. 평소엔 좁아보이던 화장실이 타일 시공을 한다 생각하고 보니 그렇게 넓을 수가 없었다. 초보가 타일 시멘트 바르고 타일 붙이고 줄눈 채우고 하면 타일시공에만 꼬박 사나흘이 걸릴 듯 했다. 욕실 고치기 전에 몸살부터 얻을 것 같았다.
타일용 페인트도 생각해봤지만 일단 너무 냄새가 심한데다 결국 긁히고 떨어지기도 한다는 후기를 보고 접었다. 그래서 결국 최종 낙점된 것이 바로 핸디코트. 울퉁불퉁 거칠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는 핸디코트를 벽면 전체에 발라 프로방스 느낌을 주기로 했다.
핸디코트 중에는 방수 기능이 있는 워셔블 핸디코트가 있다. 이보다 더 방수기능이 센게 바로 건물 외벽에도 쓸 수 있다는 아크릴릭필러다. 이 아크릴릭필러 5kg짜리 한통을 사서 고무장갑을 끼고 슥슥 바르기 시작했다. 나름 재밌다. 내가 원하는 무늬도 만들고, 무늬가 산만하다 싶으면 그 위에 덧발라서 얼마든지 수정도 가능했다. 바르다 보니 5kg 한통을 다 썼다. 또 한통 사왔다. 그것도 모자라서 또 한통. 처음부터 25kg짜리를 살 걸 그랬다. 건축자재시장을 두번이나 다녀오면서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한겹 바르고 하루 말리고, 또 한겹 바르고 하루 말렸다. 분명 흰색이었는데 마르고 나니 베이지색, 말이 베이지색이지 그냥 누런 벽이 됐다. 그래서 그 위에 흰색 방수페인트를 칠해주기로 했다. 방수페인트까지 칠하고 하루 더 말린 후에 물을 떨어뜨려보니 벽에 스며드는 게 아니라 또르르 굴러떨어진다. 일단 벽 시공은 성공적이다. 여기까지만 해놨는데도 환해져 자꾸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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