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 되지, 연기 되지.. 우리는 여배우다

파이낸셜뉴스 2015. 1. 12. 17: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로에서 뭉쳤다! 티켓파워를 꿈꾸는 10명의 뮤지컬 여배우들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대학로의 보석같은 여배우들. 왼쪽부터 양미경, 한세라, 신진경, 허은미, 김정현, 이명화, 한보라, 차청화, 김아영, 김국희. 사진=서동일 기자

생기발랄, 외모출중, 개성만점, 열정충만, 솔직담백…. 이들을 만나면 누구라도 이런 수식어를 줄줄 읊을 수 있을 게다. 대학로 뮤지컬 무대의 보석같은 여배우 10명 한세라, 신진경, 김국희, 차청화, 김아영, 한보라, 양미경, 허은미, 김정현, 이명화를 만난다면 말이다.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이하 오당신) '심야식당' '총각네 야채가게'(이하 총각네)에 최근까지 출연했거나 출연 중인 배우들이다. 칼바람이 불던 어느날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이들이 떴다. 주체할 수 없는 끼는 이들이 걷는 길, 서있는 장소를 단번에 뮤지컬 무대로 바꿔놨고 밝은 에너지와 열정은 추운 겨울날을 따스한 봄날로 만들었다. 여배우의 희로애락을 나눈 이날의 만남은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꽃이 만개했다.

10명이 한자리에, 쉽지 않은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이들과 함께 작품을 하며 오랫동안 끈끈한 우정을 쌓아온 음악감독이자 열렬한 지지자인 김혜성 작곡가의 덕분이었다. 사실 티켓파워가 있는 남자배우들 위주로 돌아가는 뮤지컬계에서 여자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혜성 음악감독은 재능많고 열정 넘치는 여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마구 표현한다.

여성이 남성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여성국극 부활론'을 펼칠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김성녀 선생님같은 여배우들이 나오는 여성국극을 재밌게 보며 자랐어요. 재능있는 여배우들과 함께 정말 잘 만든 여성국극을 내놓는게 꿈이에요. 돈을 대려고 하는 제작자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죠."

이 대목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리액션의 여왕'이었다. 본인 입으로 말하기 어려운 장점들은 대신 말해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뻥튀기'한 칭찬이 절대 아니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들에게 입바른 소리는 오글거릴뿐이니까.

리액션과 칭찬의 선봉장은 가장 연장자이자 가장 편한 언니 한세라였다. 2005년 초연 이후 10년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오당신'을 비롯해 '빨래', 연극 '데스트랩' 등에서 활약한 그다. 그를 시작으로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10명의 여배우들은 김혜성 음악감독(아랫줄 왼쪽 두번째)과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 '심야식당' '총각네 야채가게' 등을 함께하며 오랫동안 끈끈한 우정을 쌓아왔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세라: 국희는 '오당신' 최고의 길례 할머니에요. 대학로를 통틀어 얘만큼 할머니 역할을 잘 소화해 내는 사람이 없죠. 길례 역을 맡는 다른 배우들이 '김국희 트라우마'가 있을 정도니까요.

김국희: 청화 언니는 대학로에서 제일 연기 잘하는 배우에요. 요새 영화 쪽에도 문을 두드리고 계신데 진짜 잘 될 것 같아요.

차청화: 영화… 개봉 하면 얘기하는 걸로(웃음). 보라는 노래를 너무 잘해요. 성악과 나왔잖아요. 전에 뮤지컬 '날아라 박씨'에서 주인공을 맡았었는데 귀가 시원해지는 목소리가 인상 깊었죠.

한보라: 뭐니뭐니 해도 인기짱은 아영 언니예요. 저희 '심야식당' 팀에서 제일 인기가 많아요. 팬들한테 도시락 선물 받는 건 여배우 중에서 거의 유일할 걸요.

김아영: 내가 워낙 푸근하잖아(웃음). '총각네' 1인 다역 하는 '멀티녀'들은 얼굴, 몸매 다 되는데 잘하기도 참 잘해요. 특히 미경 언니는 정말 열심히 해요. 절대 살찌지 마세요~ '뚱뚱함'은 내 영역이니까.(폭소)

양미경: 제가 늦게 시작했잖아요.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해야죠. 같은 '멀티녀'지만 저는 은미가 부러워요. 캣우먼 같은 이미지. '총각네 섹시심볼'이라는 별명도 있어요.

허은미: ('총각네' 멀티녀) 정현 언니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을 쌓은 저력이 있죠. 연극을 많이 해서 내공이 있고, 노래도 정말 잘해요.

각기 다른 개성의 10명이지만 공통된 하나는 무대 위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는 점. 오디션에 떨어져도, 작품이 없어 쉬는 기간이 길어져도, 돈벌이가 어려워도 이 일을 놓칠 수 없는 이유였다.

차청화: 몸이 아프고 우울할 때도 무대에 서고 나면 그 자체가 힐링이었어요. 특히 '심야식당'이 그랬죠. 배우들이 행복한 공연이 진짜 좋은 공연인 것 같아요. 좋은 기운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니까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거나 새 작품을 준비하는 이들의 올 한해가 기대된다. 신진경은 오는 2월부터 '오이지'라는 이름의 3인조 트로트 걸그룹에서 리더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명화도 걸그룹 '미스매치' 멤버로 발탁돼 앨범 녹음을 마쳤고 이달 말께 데뷔한다. 뮤지컬 배우의 삶은 접은 건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쌓겠다는 각오다. 한세라는 오는 2월 대형뮤지컬로 새롭게 돌아오는 뮤지컬 '아가사'에 합류해 연습이 한창이다. '총각네'의 멀티녀 허은미와 이명화는 2월 일본에서 열리는 '총각네' 공연을 위해 비행기를 탄다. 모두 설자리가 없다는 불평보다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에겐 2만5000원의 출연료를 받던 시절이 있었고 주유소 알바, 텔레마케팅 등 닥치는대로 알바를 뛰던 때도 있었다. "이 배역하고 싶은 여배우가 줄을 섰다"며 약속한 개런티를 지급하지 않는 대표도 만나봤고 인기있는 남자배우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캐스팅에 잘린 적도 있었다. 지금도 배우의 삶을 살아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이들은 "감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우가 되고 싶어도 생계나 환경의 제약 때문에 시도도 못해보는 사람들에 비하면 저희는 축복받은 거죠. 다만 재능있는 여배우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