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미생 시대..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

2014. 12. 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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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이 2014년 최고의 히트작으로 기록되며 막을 내렸다.

신세대로 대변되는 계약직 신입사원 장그래의 현실은 기득권처럼 비쳐지지만 그 역시 다르지 않은 기성세대의 아픔까지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했다. 먹고 사는 문제, 즉 일자리에 대한 불안과 고민에서 더 공감대가 형성됐다.

'청년 실업자 100만 시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상이다. 드라마에서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실업에 관한 우울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해결책은 물론이고 문제의 원인조차 명확히 찾지 못한다.

이런 현실의 문제는 새해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방향의 핵심과제로 밝힌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고용의 질은 물론이고 양적으로도 부정적이다. 정부가 밝힌 새해 취업자 증가규모는 45만명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8만명 줄었다.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014년 고용률(15~64세)은 65.3%, 새해에는 66.2%로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게 숫자로 제시했던 '고용률 70% 로드맵'을 위해서는 매년 50만명 이상 일자리가 늘어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

청년 고용률은 더 심각하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청년 고용률(39.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0.9%)에 크게 못 미친다. 캐나다(63.2%), 영국(60.2%), 독일(57.7%) 등은 물론이고 미국(55.7%), 일본(53.7%)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청년 고용률이 30%대는 물론이고 40%대 나라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경제성장률 하락, 안정적인 일자리 감소, 고용 없는 성장의 경제구조 등은 물론이고 질 좋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취업 시기 유예, 구인·구직 미스매치,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에서 찾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 제조업, 수출산업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기업은 성장에는 기여하지만 고용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첨단 산업화된 제조업이나 수출산업 역시 고용에 있어 취약성을 드러낸다.

이 같은 문제의 대안의 제시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 육성과 창업 활성화다. 특히 창업은 청년 일자리와 직결된다.

실제 선진국 일자리의 대부분은 신규 창업 기업들이 창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4%의 벤처기업이 60%의 일자리를 공급했다. 스탠퍼드대학 동문 기업의 수는 3만9900개이고, 일자리 수는 약 540만개이며, 매출액은 약 2조7000억달러로 세계 5위 경제 규모다. MIT를 졸업한 청년들이 만든 벤처기업도 33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최고의 인재들을 흡수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이런 청년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청년 창업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우수 인재들이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청년의 기업가정신 부족을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원천적인 문제는 창업 실패에 대한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창업에 실패하면 곧바로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까지 재기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방한했던 이상문 미국 네브라스카대 교수도 "우리 젊은이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에서의 혁신을 격려하는 문화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창업관련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창업기업의 성장과 폐업, 그리고 고용'이란 보고서가 길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고용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생존능력이 높고 생존 이후 고용확대 역량이 큰 분야를 선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통신업과 건설업 등을 고용이 큰 산업으로 분류했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은 창업 후 6년까지 사업체당 고용인원인 109%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숙박음식업, 부동산업, 운수업은 고용효과가 낮았다. 특히 숙박음식업은 창업 후 사업체당 고용규모 증가율이 4%에 불과했다.

대외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는 요소를 제외하고 접근 가능한 부분에 있어 눈에 띄는 부분이 인력 미스매치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66%로 6년째 OECD 회원국(평균 39%) 중 1위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일자리의 기대치를 높여 공무원과 대기업에는 긴 노동 대기열이 형성돼 있지만 중소기업은 기피해 취업난과 인력난이 동시에 존재하고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정부도 인식, 해외진출이나 직업훈련 등을 강화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국가별(선-후진국)·취업단계별(준비-구직-취업후) 지원, 추진·전달체계 효율화 등을 통해 청년 해외 일자리를 전략적으로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또 실질적인 취업으로 연계를 위한 '직업훈련 재구조화 방안'도 하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해당 방안에는 취업성공패키지 훈련대상 선정과 지원방식이나 직업능력개발 훈련비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새해에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 정책과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청년고용 문제는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경제정책), 교육(교육정책), 노동시장 구조(노동정책), 대중소기업간 격차완화(산업정책), 지역문제(지역고용전략)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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