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3법' 통과에 가계부채 또 급증하나?
정부가 부동산 부양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및 '9.1 부동산대책'에 이어 세칭 '부동산3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는 등 부동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양책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기대되는 동시에 가계부채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3법', 재건축 단지 혜택 입을 듯
지난 30일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이른바 '부동산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으며, 당초 올해말로 끝날 예정이었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유예됐다. 또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주택 수가 1인 1가구에서 3가구까지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주로 재건축 조합원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국토부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의해 조합원 부담금이 10% 가량 감수한다. 아울러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3년 연기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약 4만 가구, 강남에서만 약 2만5000가구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혜택이 너무 강남에 집중돼 있다 보니 '부동산3법'이 아니라 '강남3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강남재건축 시장 활성화가 서울 및 수도권 주택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나아가 수도권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씨티그룹은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한국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덕분에 시장의 심리가 개선되면서 향후 부동산시장이 저점을 찍고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계부채 급증세 재현 '우려'
그러나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가계부채 악화를 불러오기에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정부의 모습에 염려를 보내는 시선도 많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부양 정책 시행 후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지난 10월 가계부채가 7조8000억원이나 급증해 월간 증가폭 최대치를 찍었으며, 8~10월 3개월간 늘어난 가계부채만 약 20조원에 달했다.
11월 들어서도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체 가계부채 증가폭은 10월과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에 의하면, 올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은 21.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DRS 13.2%보다도 8.3%포인트나 더 높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부동산3법'의 통과 역시 가계부채 급증을 부추길 위험이 크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 부실장은 "'부동산3법'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는 만큼 가계부채에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올해 8~11월처럼 가파른 증가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부동산을 띄워서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릴 수 있다. 새누리당 류성걸 국회의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계의 소비를 억눌러 내수 경기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최성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것보다 차주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소비 진작에 4.4배 더 강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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