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주에서 음식자랑 하지마라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4. 12. 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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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전주 한옥마을·남문시장
눈 쌓인 전주한옥마을.

전주여행에선 먹는 게 문제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하루 다섯끼도 부족하다. 특유의 손맛과 예술적 감각이 더해져 차림새와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전주 음식. 이것은 간식에서 떡 벌어진 한상까지 예외가 없다. 전주, 그 먹음직한 곳으로 떠난다.

전주한옥마을은 길거리음식의 천국이다. 각종 빵, 구이, 과자, 음료가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각축전을 벌인다. 이곳에서만큼은 밥 배, 간식 배, 음료수 배가 따로따로 움직여야 될 것 같다. 입이 즐거우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인지상정. 이곳의 여행자들이 유난히 활기차 보이는 건 바로 길거리음식 때문인 듯하다.

경기전 앞 태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만두집이 보인다. 전통 찜만두부터 잡채튀김만두, 새우만두, 매운만두, 철판만두…. 만두가 종류대로 쌓였는데 어떤 건 중국식 딤섬 같고, 어떤 건 분식집 왕만두고, 어떤 건 완전히 새롭다.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선택이 고통스럽다. 가장 인기 있다는 새우만두를 하나 담고 나머지는 신중을 기해 골라 담아 계산대에 내민다. 추운 날씨에도 가게 밖까지 줄이 길다.

모정꽈배기는 설탕 묻힌 꽈배기 빵이 아니고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과자다. 조그만 가게 앞에 서면 반죽을 국수발처럼 얇게 밀어 휙휙 꼬아 만드는 구경에 정신이 팔릴 수도 있다. 이를 높은 온도의 가마솥에 바삭하게 튀겨내는데 고소하고 경쾌한 식감이 최고다. 전주에 도착하면 꼭 한봉지 사게 되는, 씹는 재미가 있는 먹거리다.

전주 길거리음식에서 초코파이가 빠지면 서운하다. 초코빵 안에 생크림과 딸기잼을 넣어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입속으로 부드럽게 스며 드는데 냉동실에 넣었다가 살짝 녹여 먹어도 맛이 좋다. 선물하기에도 좋아 주황색 초코파이 봉투를 든 여행자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오징어를 모양 그대로 통째로 튀겨 먹는 통오징어, 마약닭꼬치, 문어꼬치, 치즈구이 등이 여행자의 코를 유혹한다. 전주 한옥의 모양을 그대로 살린 전주한옥빵은 공짜 시식이 있으니 맛 보고 선물로 사가기도 좋다. '한국사람이 이렇게 츄러스를 좋아했나?' 싶을 정도로 츄로스 가게에도 줄이 길고, 바 모양의 젤라또 가게 역시 추위에 아랑곳없이 시원하고 상큼한 아이스크림을 판다.

베테랑칼국수.

◆ 간식 같은 식사, 식사 같은 간식

전주한옥마을 안에는 성심여자고등학교가 있다. '베테랑칼국수'는 이 학교 여고생들이 즐기던 분식집 메뉴였는데 이제는 전국 여행자들이 찾아와서 먹는 명물 음식이 됐다. 부드럽게 계란을 푼 국물에 고춧가루와 들깨를 듬뿍 올려 고소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 만두, 쫄면이 이 집의 '삼합'으로 두명 이상이라면 하나같이 이런 상차림을 주문한다.

베테랑분식 건너편에는 '길거리야'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가게가 있다. 이 또한 밖으로는 긴 줄과 가게 안에는 빵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주르르 앉았다. 바게트버거는 바게트 안에 참치, 다진 고기, 청양고추를 양념해 넣은 퓨전 샌드위치다. 매콤함을 즐기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중독성 강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여름에 그렇게 많던 팥빙수 집은 어떻게 됐을까. 추운 바람 따뜻하게 데워줄 팥죽을 판다. 팥 특유의 구수하면서 달달한 맛이 칼칼한 음식을 먹은 후에 딱 좋은데, 단팥죽을 먹고 나면 또다시 생각나는 게 매운맛이라 전주에서 맛의 블랙홀에 빠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한편 날씨와 관계없이 팥빙수를 찾기도 하니 역시 전주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것이 팥빙수고 팥죽이다.

전주육회비빔밥.
콩나물국밥.
오모가리 새우탕.

◆ 참으로 전주다운 한끼

전주에서 비빔밥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차림새가 화려해 외부인이나 손님에게 대접하기 좋은 음식이다. 이 때문인지 비빔밥집에는 현지인보다 여행자가 많다. 예쁘게 썰고 다듬어 올린 각종 나물과 노란 빛깔 고운 황포묵, 신선한 육회가 대접 위에 그림같이 자리잡고, 탱글탱글한 계란노른자, 그 위에 대추말이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비비기도 아까운 한그릇이지만 쓱쓱 섞어 입에 넣는 순간 보는 맛 이상의 새로운 행복이 시작된다.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나물 하나하나의 맛이 묻힐 수 있으니 장은 조금만 넣고, 아삭한 나물과 부드럽고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육회, 이 모두를 너그럽게 끌어안는 노른자의 멋진 어울림을 즐겨야겠다.

콩나물국밥은 현지인 입맛에 가깝다. 전주식 콩나물국밥의 백미는 수란이다. 콩나물국밥을 먹기 전에 수란을 먹는데 공기에 두개의 소란이 중탕 돼 나온다. 여기에 콩나물국 국물로 적당히 간을 하고 김을 부숴 넣어 후루룩 마시면 속이 부드럽게 코팅되는 느낌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콩나물국밥을 맛본다. 전주식은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기보다는 적당히 온기를 가진 채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시원하면서도 구수하고 부드럽지만 칼칼한 뒷맛을 세심하게 느낄 수 있다. 전주식 콩나물국밥은 오징어가 들어가고 국물을 끓일 때 밥을 조금 넣고 끓인다. 공기밥이 따로 나왔는데 국물에서 밥알을 발견했다면 놀라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전주식이다. 여기에 살짝 데운 모주까지 곁들이면 해장국, 해장술로 이 이상이 없다.

피순대는 전주 남부시장의 대표음식 중 하나다. 선지를 아낌없이 넣은 순대와 머리고기를 맛보는 사이 순댓국이 나오는데 얼큰하게 양념장을 넣으면 순댓국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식사 시간과 관계없이 언제나 줄을 서는 곳이다.

한옥마을에서 전주천 방향으로 나가면 '오모가리' 집들이 나란히 있다. 오모가리는 뚝배기의 전라도 사투리로 이 식당들은 커다란 뚝배기에 매운탕을 푹 끓여 내온다. 쏘가리탕, 빠가탕, 메기탕 등 민물생선으로 맛을 내는데 새우탕은 민물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낌없이 넣은 시래기와 약간의 들깨가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양념이 개운하고 칼칼하다. 스테인리스 접시에 무심한 듯 내오는 반찬들도 빠짐없이 맛이 좋아 '맛의 고장, 전주'를 실감하게 한다.

전주는 갈 때마다 새로운 맛집이 생긴다. 맛은 기본, 그 위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춥다고 웅크릴 게 아니다. 걱정되는 뱃살은 코트 속에 잠시 숨기고 단순하고 즐겁게 '맛 따라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여행 정보

☞전주한옥마을 가는 법[승용차]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전진로 - 안골네거리에서 '병무청, 시청, 시의회' 방면으로 좌회전 - 견훤로 - 팽나무6길 - 병무청오거리에서 우회전 - 기린대로 - 태조로 - 은행로

[대중교통]전주고속버스터미널 - 165(동물원, 전주대) - 전동성당, 한옥마을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전주한옥마을의 먹거리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다니며 맛본다.

다우랑 수제만두: 개당 1000 ~ 2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269-2 / 063-285-5000모정꽈배기: 꽈배기 1봉지(8개) 2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60-3 / 010-8793-6866PNB풍년제과: 초코파이 1600원 / 붓세 1600원(본점)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1가 40-9 / 063-283-5252베테랑분식: 칼국수 5000원 / 쫄면 5000원 / 만두 4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84-10 / 063-285-9898길거리야: 바게트버거 4000원 / 과일주스 4500 ~ 8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267-2 / 063-286-5533외할머니솜씨: 단팥죽 7000원 / 웰빙단팥라떼 5500원 / 옛날 흑임자 팥빙수 7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113-4 / 063-232-5804성미당: 전주전통육회비빔밥 1만3000원 / 전주비빔밥 1만1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3가 31-2 / 063-287-8800전주왱이집: 콩나물국밥 6000원 / 모주 1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2가 12-1 / 063-287-6980그때그집: 콩나물국밥 6000원 / 야채비빔밥 6000원 / 모주 2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동 3가 2-2 (남부시장 산동 91호) / 063-231-6387조점례남문피순대: 순대국밥 6000원 / 피순대 1만 ~ 1만5000원 / 모듬고기 1만 ~ 1만5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동3가 2-198 / 063-232-5006화순집:(오모가리탕) 쏘가리탕 5만5000 ~ 8만원 / 새우탕 3만3000 ~ 4만5000원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2-8 / 063-284-6630

소리울: 한옥의 정취와 현대식건물의 편리함이 조화를 이룬 실속있는 숙소다. 저렴한 도미토리룸부터 가족을 위한 온돌방까지 다양한 객실이 있다.도미토리: (1인): 1만5000 ~ 2만5000원객실: 5만 ~ 16만원예약문의: 070-7724-3992 / http://www.jeonjuhanjihouse.com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팔달로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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