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아들들이 거쳐간.. 306보충대, 歷史속으로

의정부/곽래건 기자 2014. 12.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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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의정부 '육군 306보충대' 정문 앞에선 입소 마감 3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20m 길이의 줄이 생겼다. "무슨 줄이냐"며 궁금해하던 사람들은 이내 그 줄의 의미를 알아채고 얼른 대열의 맨 끝에 섰다. "우리가 마지막 입소자래. 부대 이름 나오게 사진이라도 찍자!" 아들을 꼭 껴안고 "이렇게 추운데…"라며 울음을 참던 어머니는 카메라를 향해 애써 웃음 짓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들은 아들의 빡빡 깎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울어서 눈이 부은 여자친구는 사진을 찍을 때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지난 62년간 대한민국 육군에 입대하는 젊은이 셋 중 하나가 거쳤던 관문인 306보충대에서 마지막 입소식이 열렸다. 부대는 1952년 부산에서 창설돼 1989년 의정부 용현동 지금 자리로 옮겨왔다. 매주 화요일이면 이곳은 '눈물의 이별장'이 됐다. 스무 살 안팎의 청년들은 빡빡 민 머리를 긁적이며 가족과 연인, 친구들을 뒤로한 채 군이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약 500만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날 입소한 2200명이 각 사단에 배치되면 부대는 공식 해체된다.

306보충대가 해체되는 것은 입대자 감소에 따른 부대 통·폐합 차원이다. 집집마다 자가용이 생기고 전방으로 가는 도로들이 좋아진 것도 한 이유가 됐다. 내년부터는 경기도 및 강원도 철원 지역부대 입대자들은 각 사단 신병교육대로 곧바로 가게 된다.

보충대에 머무는 3박4일을 입대자들은 평생 잊지 못한다. 민간인도 병사도 아닌 '장정'이라는 낯선 호칭으로 불리는 그 며칠 동안 어제까지의 자유로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입대하는 조카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온 조모(42)씨도 꼭 20년 전 306보충대를 거쳐 경기도 양주 28사단에 배치됐다. 조씨는 "최전방이나 군기가 센 부대로 배치될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새롭다"며 "형편없는 식사와 긴장감으로 힘들었지만 다 추억인데 부대가 없어진다니 서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부대 앞 이발소, 식당 그리고 잡화점들이 흥청거렸던 기억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0~30년씩 이곳을 지켜왔던 상인들은 쓸쓸한 심정이었다. 매운탕집 주인 이응호(55)씨는 "24년간 화요일마다 엄마들은 울고, 아빠들은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이씨는 "가장 짠한 건 할머니 혼자 손자 손 잡고 오는 경우"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손자의 마지막 밥술 위에 정성스레 반찬을 얹어주고, 화장실 앞까지 따라가 운다고 했다. 아들을 입소시키고 난 아버지들이 꼭 다시 찾아와 소주 한잔 들이켜는 건 옛날이나 요즘이나 마찬가지였다.

부대 앞에서 가장 오래 식당을 했다는 남이순(65)씨는 "20년 전에는 혼자 오는 애들이 많았지만 요샌 1명이 입대하면 20명씩 따라온다"고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남씨는 "요즘 혼자 오는 청년이 있으면 고기 한 점이라도 더 얹어준다"고 했다. 10년째 전자시계, 깔창을 팔았다는 김희자(51)씨는 "큰 돈은 아니었지만 장사를 하는 화요일은 대학 다니는 두 아들에게 용돈을 주는 날이었다"며 "작은아들도 3년 전 306보충대를 통해 군대에 보냈는데 부대가 없어진다니 마음이 아련하다"고 말했다.

☞306보충대

육군 신병의 35%가 입대하는 관문으로, 중부와 서부 전선을 맡고 있는 육군 제3군사령부 예하 사단 훈련소로 갈 장정들이 3박4일간 머무는 일종의 대기소다. 이곳을 거치지 않는 젊은이들은 춘천 102보충대와 논산 육군훈련소 등을 통해 육군에 입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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