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의 코코 '사태', 몰아주기의 위험성 경고인가?

윤상길 기자 2014. 12. 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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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 지난 21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의 '닭치고' 코너. 교장선생 역의 김준호는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에게 같이 하자고 했지만 학생들은 김준호를 기망하려는 듯 축구를 하고 있다며 공을 찼고, 김준호는 공에 맞는 것을 반복했다. 이에 김준호는 비틀대며 일어나더니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당하는 꿈을 꿨다"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김준호와 공동대표로 있던 코코엔터테인먼트(이하 코코)의 김우종 대표가 회사 자금 수억 원을 횡령해 해외로 도피함으로써 회사를 궁지에 빠뜨린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20일 저녁 방송된 KBS2 '인간의 조건'에 출연한 코코 소속 김지민은 "요즘 가장 힘든 사람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김준호"라며 직접 소나무와 호랑이를 그린 신발을 선물했다. 그녀는 "소나무처럼 이런 일을 딛고 일어섰으면 좋겠다. 힘내시라"고 격려했고, 김준호는 신발을 직접 신어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달 초 김우종 대표는 소속사 연기자들의 출연료와 임직원의 급여로 사용될 회사 자금을 횡령해 해외로 도주해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 혐의로 회사로부터 고소당한 상태. 그의 '잘못'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동시에 운영하던 코코에프엔비의 제시카키친 역시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데 직원 140여 명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인데다 채권자 아워홈, MPK 등에 억대 채무 변제까지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우종 대표는 코코의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오너다. 2대주주는 25%를 보유한 블루런벤처스(BRV). BRV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캐피털 회사로 2012년 코코에 30억 원을 투자했는데 당시 10조원에 달하는 자산규모를 자랑하던 회사로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씨가 대표로 있다. 코코에 주주로 참여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김준호 매니지먼트부문 대표(CCO)가 15%를, 기타 개인투자자들이 3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코코는 요즘 '대세'인 이국주를 비롯해 '개콘'이 낳은 최대의 스타 김준현 등 '개콘'에서 맹활약 중인 스타 개그맨 대다수가 소속돼있는 개그계의 '공룡'이다. 하지만 이번 횡령사건을 통해 업계 안팎에선 조심스럽게 이합집산론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21일 업계에서는 현재 김우종 대표 역할의 권한대행을 맡은 A 이사가 2대주주와 회사 청산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꽤 가능성을 실어 들려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횡령 사건 전부터 흘려나왔던 일부 스타 개그맨의 이탈 소문이 새삼스럽게 힘이 실려 재론되고 있으며 소속 개그맨들의 수장인 김준호를 믿고 따르는 후배 개그맨은 물론 직원들 사이에서 갈등과 불만이 속출하고 있어 사분오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즉 사실상 회사의 존폐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김준호와 그의 추종자들이 자연스럽게 회사를 이탈하리라는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회사가 파산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주역 개그맨들이 사라지면 회사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 소속 개그맨은 약 40여명. 이 가운데 유명 개그맨 A는 1억8000만여 원을, B는 1억5000만여 원을 각각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운 회사 상황은 나머지 신인 개그맨과 연습생들을 동요하게 만들고 있으며, A와 B를 포함한 10여명의 개그맨들이 현재 타 연예기획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어 어떠한 규모로든 누수는 명약관화해 보인다.

'김준호가 며칠 전 소속 개그맨들을 불러 살 길을 찾으라고 얘기하는 한편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15명과 별도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 매체가 소식통의 입을 빌어 전한 보도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매체 CNBC는 22일 증시에 상장됐을 때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뒤흔들 유망기업 베스트 10 중에서 6위 윤종신의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코코엔터테인먼트를 7위에 선정했다. 이렇게 거침없이 질주하며 엔터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한 코코는 왜 하루아침에 불량기업으로 전락하고 내부에 심한 균열이 생겼을까?

외형상 드러난 이유는 전적으로 김우종 대표의 공금횡령에 있다. 두 명의 스타개그맨의 출연료 3억여 원 및 임원 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고 자기 주머니에 차고 있다가 도망갈 정도로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며 이기적인 경영을 한 김 대표의 잘못은 백 번 손가락질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경제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김 대표는 이 회사의 1대 주주, 즉 실질적인 주인이다. 회사가 망할 경우 가장 손해 볼 사람은 바로 그다. 그런데 왜 그는 회사 공금을 훔쳐 해외로 도망가면서까지 회사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을까?

경제전문매체에서 상장이 거론될 정도로 경제적 값어치가 큰 회사를 수억 원이란 '푼돈'(?)에 포기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서 적지 않은 매체에서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김준호 공동대표의 일부 전횡에 대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제기되곤 했다고 전하는 뒷얘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는 김준호와의 수익배분 계약에서 1.5대 8.5란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경영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이 회사는 출범부터 파산이 예고돼있었다. 한 연예인이 연간 1억 원의 수익을 올렸을 때 8500만 원을 연예인 몫으로 주고 나머지 1500만원으로 매니저 연봉을 비롯해 코디 비용, 자동차 운영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쓴다면 무조건 손해 보는 장사기 때문이다.

소속 연예인 40명 중 최소한 20명이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익(매출이 아닌 순수익)을 올려야 간신히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김준호는 개그맨으로서 코코에 적을 두지 않은 채 수입의 전액을 자신이 챙기는 한편 대표로서 매달 600만 원의 급여를 받아갔다고 한다.

김준호가 경영자로서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대중이 알 리 없고 이런 구조 아래에서 대중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김준호가 실제로 경영에 참여했기 보다는 유명 개그맨 출신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값어치를 높이는(투자유치 및 향후 코스닥 상장 시 주가관리와 투자유치를 위해) 한편 후배 개그맨들을 스카우트하고 관리하는 '얼굴마담' 역할이 회사를 위해 한 능력수행의 굵은 줄기라는 것이다.

이는 그가 공동 대표로서 다른 공동대표의 무리한 경영이나 횡령 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막지 못한 것이 사실인 만큼 그동안 실질적인 경영참여 능력 및 수행은 많이 부족했다는 결론이다.

우리 연예계에 개그 전문 거대 기획사는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대부분 말로가 안 좋았다. 2000년대 초반 심현섭 강성범 김늘메 김숙 등 '개콘'의 주역 개그맨 대다수가 속해있던 스타밸리가 SBS로 옮겨가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만들 정도로 업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했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붕괴된 것이나, 박승대가 이끌던 스마일매니아 소속 개그맨들이 지난 2005년 박승대에게 집단 반발함으로써 이 회사 역시 풍비박산 난 사례가 그렇다.

코코 사태는 분명 김우종 대표가 피의자고 원흉이다. 그런데 오비이락일까? 코코 사태 발생 후 인터넷에는 과거 김준호의 '사업=도박' 발언이 새삼스레 화제가 돼 회자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방송된 KBS2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에 출연한 김준호가 "사업도 도박처럼 하면 된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게 눈길을 끌고 있다. 김준호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불법도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한때 방송가를 떠났다가 기사회생으로 재기하며 코코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한 성을 쌓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물론 이 방송에서 그는 "도박이라는 게 안 좋은 말이고 안 좋은 행위지만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밤을 새서 하지 않나. 그만큼 열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업도 밤 새 열정적으로 하면 안 될 게 없다는 뜻"이라고 '꿈보다 해몽'의 말장난을 펼치며 자신의 의도가 순수했음을 애써 강조하려 했지만 도박 '전과'가 있는 그로선 수위를 벗어난 발언이었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게다가 도박에의 집착을 열정으로 표현한 그의 가치관의 근거가 무지함 혹은 도박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적지 않은 대중이 실망하고 있다.

일반 시청자들도 다 알다시피 '개콘'은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개그맨들이 이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독과점이 두드러진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도 몰아주기나 독과점은 불법 혹은 특혜다.

그런 분위기 탓일까? 코코의 분열은 '개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21일 방송은 지난 주의 15.4%보다 2%포인트 떨어진 13.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요즘 계속 하락세다. 코너별 인기도 지난 주 김지민의 '쉰 밀회'와 공동 1위였던 이현정의 '명인본색'이 단독 1위에 올라섰고, 박성호의 '도찐 개찐'과 박성광 박지민의 '크레이지 러브'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이현정 박성호 박성광은 다른 기획사 소속이고 박지민만 코코 소속이다. 특히 이현정은 2012년 SBS 공채 12기 개그맨으로 입사했다 올해 KBS 29기 공채 개그맨으로 갈아탄 '개콘'의 '순수혈통'이다.

스타밸리(당시 '개콘' 주역)와 스마일매니아(당시 '웃찾사' 주역)의 붕괴는 현재 단독질주 중이지만 왠지 불안할 '개콘' 제작진에게 훌륭한 교과서다. 2002년 스타밸리 소속 개그맨의 집단이탈로 '웃찾사'를 론칭할 때만 하더라도 '개콘' 제작진은 일생일대의 위기의식을 느꼈지만 신선한 신인의 집단수혈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승화시켰다.

'웃찾사' 역시 스타밸리의 수입이 별로 효과를 못 보자 스마일매니아로 갈아타 한때 재미를 보긴 했지만 스타밸리라는 회사의 붕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스마일매니아의 경영 쪽 손을 들어주느라 소속 개그맨들의 집단반발을 야기함으로써 결국 프로그램의 폐지를 가져왔다.

현재 부활한 '웃찾사'는 아직 시청률이 급상승할 기미는 안 보이지만 점층적 발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특정 회사에 몰아주기 논란은 없다. 다음 주 일요일은 '웃찾사'가 '개콘'에 정면 도전한다.

[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개콘| 김준호|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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