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0주년 맞는 행정심판법

한국일보 2014. 12.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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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2월 15일 소원법이 폐지되고 새로이 행정심판법이 제정됐으니 금년 12월 15일로 행정심판법 제정 30주년이 됐다. 행정심판법 초안 작성을 맡아 고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라니 새삼스럽게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당시 행정심판법 초안 작성을 의뢰받은 뒤 고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초안 작성에 의거해야 할 지침이 당시의 헌법 제108조 제3항(현행 헌법 107조 제3항)뿐이었기 때문이다. 헌법 제108조 제3항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 행정심판의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조항을 유일한 이정표로 해서 초안 작성을 시작했다. 당시 행정심판은 '행정상 법률관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행정기관이 이것을 심리하여 판정하는 절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었다. 즉,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행정심판,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의 명칭을 가진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절차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법절차가 준용돼야 한다는 것은 행정심판이 행정소송과 본질은 다르지만 행정심판에도 가능한 한 재판할 때 적용되는 절차에 맞춰 행정심판 절차를 형성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래서 재결청과 심판위원회를 분리하고, 심판위원회를 의결기관ㆍ준사법기관으로 하고, 심판위원회의 구성을 객관화ㆍ전문화했다. 처분청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대립으로 이뤄지는 대심구조를 채택하면서 청구인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배려를 했다. 심판청구절차를 개선함과 동시에 심리절차를 준사법화했다.

행정심판절차를 준사법절차화 하면서 새로 제정되는 행정심판법의 행정심판에 관한 일반적 성격을 특히 강조하고 별도로 특별행정심판절차의 제한에 관한 규정을 뒀다. 즉 행정심판에 대해서는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청구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특례를 정할 수 없도록 하는 특별행정심판절차 남설금지조항을 뒀고, 각종 특별행정심판의 명칭과 행정심판절차를 통일, 정비하기 위한 경과조치를 규정했다. 초안은 거의 그대로 행정심판법의 내용이 됐고, 법률 제3755호로 공포돼 이듬해 10월 1l일부터 시행하게 됐다.

시행 후 행정심판법은 수 차례 개정을 통해 의결기관인 행정심판위원회가 재결기능을 겸하게 되고 행정심판의 행정구제 기능이 강화됐다. 행정심판은 행정기관이 심리ㆍ판정하는 간이ㆍ신속한 절차로서 비용도 수반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국민에게 친근한 권리구제 제도가 되고 있다.

최근의 국민권익백서와 사법연감을 비교하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 접수건수가 행정소송 제1심 소제기 건수에 비해 월등히 많다. 행정심판이 행정소송에 가까운 권리구제 제도가 된 것이다. 금년 대법원 판결이 행정심판도 행정소송과 같이 처분사유의 추가ㆍ변경의 제약이 따른다고 판시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한국 행정심판의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행정심판기관의 통폐합이다. 그 중에서도 일반행정심판기관(중앙행정심판위원회)과 특별행정심판기관(조세심판원,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 등)의 통합이다. 행정심판법안 심의를 할 당시에도 문제가 됐다. 일부 위원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국민의 권익구제적 관점에서 특별행정심판절차의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역할 분담이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행정심판과 행정절차의 관계 정합 및 역할 분담은 긴요한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철용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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