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1시간 기다려 겨우 입장..줄 서다 얼어죽겠네

2014. 12. 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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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르포] 개장 첫날 이케아 가보니

연필·줄자 챙겨 구매할 제품번호 적어야60여개 쇼룸, 짜인 동선대로 이동하자지칠대로 지쳤을 때 레스토랑이 등장'가격 논란' 있었지만 가격대는 다양계산까지 마치면 그야말로 기진맥진매장 앞 3차선 도로, 교통정체도 걱정

영하 12도의 매서운 추위였다. 줄지어 선 차들의 창문에 김이 서렸다. 12월18일 한국에 첫 개장한 경기 광명시 일직동 '이케아'의 파란 건물 코앞에서만 30분째. 도로는 숫제 주차장이었다. 300m가량 떨어져 있는 코스트코 네거리부터 이케아 방향 도로로 진입하려는 차들로 혼잡했고, 경적이 끊이지 않았다. 참다 못한 일행들이 하나 둘 차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정문에도 줄이 길었다. 1m 높이의 철제 파티션으로 사람들을 갈라 꼬불꼬불 줄을 세웠다. 개장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하도 많아, 한 번에 들여보내지 않고 30여명 단위로 끊어 안내했다. ▷ [포토] '가구 공룡' 이케아, 논란 속 개장

지하주차장에서 매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도 줄이 긴 건 마찬가지였다. 지하주차장인데 바깥만큼 추웠다. 온풍기 몇 개가 세워져 있었지만 300m를 훌쩍 넘는 긴 줄에 달랑 세 개 뿐이었다. 온기도 미약했다. 자동차 안에서 갓난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들은 곤란한 얼굴을 했다. 난방이 된 건물 내부에서 기다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추운 주차장에서 줄을 서야 했다. "주차장이 바로 매장이랑 연결된 줄 알았는데…" 일부 직원들은 아기가 있는 엄마들을 먼저 들여보냈다. 1시간을 기다려 겨우 안에 들어갔을 때 손이 곱아 있었다.

■ 연필은 필수… 지쳐 주저앉는 사람들도 속출

이케아 광명점은 2층 매장에, 3개층 지하 주차장으로 구성돼 있다. 고객들은 매장이 미리 구성해놓은 동선으로 움직여야 한다. 일단 입장한 고객들은 모두 2층 '쇼룸'으로 올라가게 돼 있다. 쇼룸은 실제 주택처럼 가구를 배치해 놓은 전시장이다. 쇼룸 앞에서는 본사 직원들까지 일제히 나와 스웨덴 국기를 흔들며 손님들을 맞았다. 어지간한 카트도 덮을 만큼 큰 노란색 쇼핑 봉투를 나눠줬다. 쇼핑봉투와 몽당연필, 제품 주문 메모지, 종이 줄자는 입장 전 필수품이다. 전시된 제품의 가격표를 보고 고객이 직접 물건의 제품번호 등을 기록한 뒤 아래층의 창고형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쇼룸은 60여 곳의 방 형태로 나뉘어 있다. 이케아의 물건들로만 꾸며진 방이다. 물건마다 길게 붙은 가격표에는 이 제품을 어느 창고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안내번호가 붙어 있다. 고객들은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소파에 주저앉고, 침대에 눕기도 했다. 아예 책상을 차지하고 앉아서 뭔가 쓰는 사람도 있고, 수다를 떨기 시작한 사람들도 보였다. 점원들은 제지하지 않는다. 이케아의 전시 컨셉이 마음껏 만져보고 쓰게 해보란 거다. 아기 침대가 놓인 방에서는 아기 엄마들이 모여들었고, 거실 텔레비전 앞에는 쇼핑에 지친 남자들이 다리를 뻗고 앉아버렸다.

커도 너무 크다. 연면적 13만1550㎡에, 매장 안 제품 판매층 면적만 5만9000㎡다. 처음엔 모델하우스 보듯 꼼꼼히 살펴보고 번호를 써넣던 고객들도, 30여 곳 넘는 다양한 콘셉트의 방을 지나다 보면 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매장은 다양한 가구로 복잡하지만, 길을 잃을 염려까지는 없다. 그저 동선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고, 마음에 드는 쇼룸만 골라서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 없다. 어쨌든 모든 쇼룸을 지나쳐야 한다. 마치 전시회처럼 일렬로 줄을 서서 앞사람을 죽 따라가면 되는 동선이다. 다만 너무 클 뿐이다. 중간에 돌아나갈 생각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가 어디만큼 왔는지도 알 수 없다.

사람들이 가는 대로 계속 따라가다 보니, '이케아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2000원~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대로 파스타와 미트볼, 김치볶음밥 등의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허기진 사람들이 다시 여기서 대거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제 중간쯤 왔을 뿐이다. 이케아 레스토랑을 지난 다음부터는, 전시 구조가 바뀐다. 방 전체를 전시하는 대신, 품목별(침구, 욕실용품, 커튼과 부자재 등)로 가구들이 모여 있다. 드높은 천장까지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여기서도 자질구레한 소품 정도만 바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을 뿐, 대부분의 큰 물건들은 제품번호를 써뒀다가 1층에서 따로 찾아가거나 주문을 넣어야 한다.

■ '집을 테마로 한 대형 마트', 한번에 '깔맞춤' 제격

이케아는 한국 입점 당시 대형마트가 아닌 전문 가구점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다양한 소품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노트, 수첩이나 펜, 선물 포장지 같은 문구류에서, 식기와 파티용품에 이르기까지 생활용품들이 함께 있다. 스탠드나 장식조명 등 전자제품도 있다. 가구전문점이라기보다는, '집'을 테마로 한 대형마트에 가깝다. 원한다면 2층의 한 방 디자인을 소품 배치까지 통째로 따라할 수 있다. 이케아도 그런 '디자인 제안'을 장려한다. "이 물건들을 모두 함께 사시면 25만원입니다."라고 써놓는 식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격표를 먼저 디자인한다." 이케아의 창업주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디자인이나 품질이 아닌 '가격'을 가장 중시했던 경영자다. 시장의 평균 가격대를 살펴, 가장 대표적인 상품의 가격을 1/3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하는 전략을 쓴다. 실제로 제품의 가격대를 살펴보니, 비슷한 디자인이더라도 아주 저렴한 제품에서부터 다소 비싼 제품군까지 다양했다. 일부 제품의 가격대가 아시아 매장 가운데서도 가격이 비싼 일본 매장과 유사하거나 더 비싸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개장 전 제기된 바 있지만, 대체로 어떤 물건을 고르느냐에 따라 체감이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가격은 저렴한 편이나, 더 싼 가격의 가구도 찾자면야 온라인 등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한국이다.

다만 이케아의 압도적인 장점이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한 방의 가구를 손쉽게 '일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가구점에서 한 방을 통째로 '세트 가구'를 들였을 때 드는 가격 대비 매우 저렴하다. 즉, 이사가 잦은 20대 미혼이나 신혼집 단장, 성장함에 따라 가구를 수시로 바꿔야 하는 어린 자녀들을 위한 가구로 맞춤하다. 애초에 이케아가 시작된 계기 또한, 고급 가구를 구입하기를 버거워했던 스웨덴의 신혼부부들을 타깃으로 한 바 있다.

디자인은 깔끔하지만, 대개 20대의 취향이지 40~50대를 위한 가구는 아니다. 제품 재료 또한 철제나 플라스틱이 많고, 재료가 쓰일 분량도 최소화한다. 몇 달 쓰고 부서지는 저질은 아니나, 오래 쓰는 가구라기보다 카페 소품같은 느낌이 든다. 또 공간절약형의 아이디어 제품이 많다. 접으면 선반으로, 펴면 테이블로 쓸 수 있는 탁자나 2인용 소파, 접이식 식탁 등이 그렇다. 매장을 찾은 김명혜(56·영등포구)씨는 "소파의 경우 등받이가 얇고 천 재질이어서 오래 쓸 수 있는 가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젊은 사람들을 위한 가구 같다"고 말했다.

■ 너무 넓어서 지치는데 다시 올 수 있을까…관건은 교통

전시장에서 조립된 가구를 보고 마음을 정했다면, 1층의 창고에서 제품을 찾는다. 직접 제품을 찾아 담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많아 많은 점원들이 제품 찾는 곳에서 대기하며 돕고 있었다. 고객들은 직접 커다란 조립식 가구를 운반용 카트에 옮겨 담은 뒤 계산대로 이동해야 한다. 역시 계산대에도 줄이 길다. 4개 이하 제품을 구매한 경우 소량구매 계산대를 이용할 수 있다.

계산을 마치면 절로 기진맥진하다. 계산대 바로 앞에는 1000원에 '핫도그콤보'를 판다. 빵에 소시지를 끼운 정도에 불과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대부분의 고객들이 주저하지 않고 하나씩 사들었다. 케첩이나 머스타드 소스를 뿌리는 일조차 고객이 한다. 음료수도 셀프다. 곁에선 스웨덴 토속음식 재료나 과자를 판다.

너무 넓다는 게 단점이다. 화장실도 계산을 마친 후 겨우 찾아 다녀올 수 있었다. 3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화장실을 찾은 느낌이었다. 주차장에는 화장실이 없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는 힘든 곳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교통이다. 아예 허허벌판 교외에 위치한 스웨덴의 이케아와 달리, 국내 이케아는 광명 KTX역과 코스트코에서 멀지 않다. 평소에도 교통량이 작지 않은데, 매장 앞 도로는 3차선에 불과하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마저 곁에 새로 생긴데다 주차장 입구마저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어 진입로는 꽉 막힌다. 하지만 차가 없으면 큼직한 가구들을 옮길 수가 없으니, 차량 정체는 불 보듯 뻔한 일로 보인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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