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쪽방 "밥이 돌처럼 차가워"..한파 속 쪽방촌 가보니

2014. 12.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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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악' 소리가 나는 추위였다. 매서운 칼바람에 비닐봉지가 찢어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펄럭였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찾아온 17일, 서울시 중구 회현동 쪽방촌도 얼어붙었다. 쪽방촌 주민 김아무개(56)씨는 "점심과 저녁을 일회용 도시락으로 때우는데 음식이 돌처럼 차갑게 식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달 말 쪽방촌으로 왔다. 식당 일을 하다 노숙인이 됐다. 명치에 '선인장꽃이 피듯' 삐죽 나와 있던 덩어리를 없애는 수술을 지난 10월 받았다. 암이었다. 약초를 캐다가 넘어져 얼굴뼈 일부도 깨졌다. 그렇게 쪽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막 쪽방 생활을 시작한 '초보자' 김씨는 이날 휴대용 가스레인지, 부탄가스, 코펠을 샀다. 비용 10만5000원은 서울시복지재단 희망온돌 지원금에서 댔다. 7년째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해온 전익형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실장이 "추워도 가스레인지로 불을 쬐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쪽방촌에서 난방을 해준다지만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이기려면 두툼한 양말을 신어야 한다.

암수술 받아 일못하는 50대 김씨월세·식사는 복지기관 도움 받고난방기구조차 없이 강추위 견뎌지자체 위탁받은 지역상담센터직원 4명이 주민 760여명 보살펴"정부, 취약계층 직접 지원 부족"

남대문지역상담센터는 서울 중구청의 위탁을 받아 이 지역 주민 760여명의 건강과 복지를 돌본다. 겨울철에는 빙판길에 넘어진 사람들과 결핵 환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센터가 있는 건물 지하 목욕탕은 한파가 닥치면 '쉼터'로 변한다. 이럴 때는 전 실장과 직원들의 퇴근시간도 늦어진다. 곽경인 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은 "서울시에 있는 복지시설이 약 1000개인데 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은 기초생활수급비 지원 정도다. 대부분 지자체가 민간 복지시설에 위탁해 간접지원한다"고 했다.

초겨울 한파에 서울시와 각 구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새벽 노숙인 이아무개(65)씨가 술에 취한 채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출입구 근처에서 신문지를 쌓아놓고 불을 피우다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날씨가 추워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밤 11시까지 5개조 20명이 지하철역과 지하보도, 공원 등을 돌며 노숙인들을 연계 시설이나 상담센터로 안내하고 있다. 관내 경로당 53곳과 노인복지관 3곳은 '한파 쉼터'로 지정했다. 한파 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어르신 돌보미' 596명에게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고, 이들이 독거노인과 고령자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방문도 한다.

동작구도 한파에 대비해 사당노인종합복지관, 청송·송학경로당 등 17곳을 '한파 쉼터'로 지정했다. 또 따로 팀을 꾸려 관내 독거노인과 고령자 안부 전화와 방문 횟수를 늘렸다. 마포구 역시 노인정을 한파 쉼터로 지정해 밤 10~11시까지 난방을 지원한다. 노숙인들이 지내는 공중화장실 등에 대한 특별점검 순찰도 실시한다. 동대문구도 밤 10시까지 공중화장실이나 공원 등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자는 노숙인이 없는지 야간순찰을 강화했다.

동대문구 사회복지과 직원은 "추위에 노숙인들이 줄기는 했지만 매일 밤 순찰에서 20명 정도 마주친다"고 했다.

최우리 박기용 김규남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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